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

2016.03.07 09:24:15 호수 0호

이원재 저 / 어크로스 / 1만5000원

오늘날 ‘아들의 나라’에서는 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 구성원들의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파국이 예고돼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그 공포의 정점에는 ‘저성장 시대’에 대한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고성장 시기만을 겪어온 한국사회가 처음 맞이한 낯선 시기, 저자는 성장률에 관한 잘못된 믿음과 과장된 공포를 바로잡고, 저성장 시대에 개인과 사회가 새롭게 익혀야 할 사회의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1970년대와 1980년대, 20년간 연평균 9%대의 경제성장률을 경험했던 아버지 세대는 여전히 그 시절의 기억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고성장 시기와 같은 목표와 기준을 가지고 연평균 3%의 경제성장률이 지속되는 사회를 살아갈 수 없다는 데 있다. 환경이 바뀌었고 기준은 달라졌다. 이 책의 2부는 다섯 가지 핵심적 경제이슈 ‘성장, 소득, 일자리, 기술, 노후’를 중심으로 이 낯선 나라에서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사고를 일깨운다.
베이비붐 세대의 지상과제였던 ‘양적 성장’은 아들 세대에는 훨씬 덜 중요해진다. 당장 먹고살 것을 늘리는 것보다 관계와 안전, 삶의 질을 높이는 성장이 더욱 절실해지기 때문이다. 아들 세대의 일자리는 아버지 세대처럼 기술 발전과 함께 자동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 이제 기술 발전과 일자리는 사회적 합의와 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연결해나가야 할 영역이 됐다. 일자리 자체에 관한 기준도 달라졌다. 삶을 상승시켜줄 일자리를 찾아 모험을 걸던 아버지 세대와 달리, 청년들은 삶을 안전하게 만들어줄 일자리를 잡기 위해 노량진으로 몰려든다. 저성장 시대의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이렇게 달라진 욕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를 위한 적정 일자리는 고민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저자는 아버지 세대가 가지고 있는 경제에 대한 이해를 뒤집으며, 아버지와 아들 세대가 함께 새로운 사회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안내한다.
아버지 세대의 ‘깨어진 약속’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약속을 쓰는 일’이다. 새로운 약속을 쓰려면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지를 구상하고 선택하고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인지, 어느 정도의 소득수준, 인간관계, 사회참여가 있어야 만족스러운 삶인지 함께 정의해야 하고, 그 좋은 삶을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떻게 구성돼야 할지, 즉 경제는 얼마나 성장해야 하고 임금과 복지는 어느 수준으로 정해져야 하는지, 환경과 인권은 얼마나 지켜져야 하는지도 적극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의 3부에서 우리가 옮겨가야 할 사회와 새롭게 마련해야 할 선택지에 관한 기획을 담대하게 펼쳐놓는다. 청년들이 리더가 되어 사회를 이끌고 노년층이 팔로어십을 발휘하며 이들을 뒷받침하는 리더십의 교체가 일어난다면 어떨까? 자산을 함께 쓰는 이들이 평등하게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협력을 동력으로 삼는 ‘협동조합’의 원리가 사회 전체로 확대된다면 어떨까? 1%의 자산가들이 바뀌기를 기다리기보다 99%가 먼저 책임을 실천하고 나선다면, 세상은 더 크게 바뀌지 않을까? 새로운 사회의 운영원리를 모색하는 저자의 여정에서, 독자들은 오늘의 불안을 이기는 내일의 경제 패러다임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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