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현대그룹 총력비교] 현대건설 인수전 승부키워드7

2010.10.12 09:30:22 호수 0호




사생결단 ‘M&A 혈전’ 스타트 “연말까지 완료”
‘시숙 vs 제수’ 집안싸움…‘4조 대어’낚기 전쟁

현대건설 인수전. 뜨겁다. 막이 오르자마자 스파크가 튀더니 활활 타오르다 못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지경이다. 살벌하다. 외나무에서 딱 만나 누구 하나 피 봐야 끝날 모양인 서바이벌식 사생결단 혈전이 벌어지고 있다. 간절하다. 뜨겁고 살벌할 만큼 영광을 차지하기 위한 의지가 대단하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정몽구 회장과 현정은 회장. 과연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두 그룹을 비교할 수 있는 7개 항목을 체크해봤다.



국내 건설업계 1위인 현대건설은 상당히 매력적인 ‘먹잇감’이다. 지난해 9조원이 넘는 매출에 4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시가총액은 7조원. 순자산 가치는 10조5000억원에 이른다. 현대건설의 새 주인은 이르면 11월, 늦어도 연말까지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1> 포부
 
현대건설 인수전은 현대가 집안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대 현대그룹’구도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7일 인수의향서를 채권단에 제출하고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사업 강화 및 시너지 창출을 위해 현대건설 매각 입찰에 참여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그룹 숙원사업이었던 현대제철 일관제철소를 성공적으로 완공했고, 자동차 사업도 글로벌시장에서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미래성장을 위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이 2006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한 뒤부터 줄곧 군침을 흘려온 현대그룹은 지난 1일 인수의향서를 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그룹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그룹은 “향후 현대건설을 글로벌 톱5 건설사로 발전시킬 계획”이라며 “오래전부터 현대건설 인수 준비에 나선 만큼 앞으로도 일정에 따라 차분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2> 진영


현대차그룹은 독자적으로 현대건설을 인수한다. 외부의 도움 없이 순수 자본으로 인수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또 전략·재무적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경우 향후 벌어질 수 있는 경영권 위험 등의 부담을 아예 털어낸 의미로도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력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짜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과 KCC그룹, 한라그룹 등 ‘범현대가 군단’이 암묵적으로 현대차그룹의 뒤를 받치고 있다. 이외에 골드만삭스와 계열 증권사인 HMC투자증권을 재무자문사로, 김앤장과 삼일회계법인을 각각 법률과 회계자문사로 선정했다.

반면 현대그룹은 외국 회사를 끌어들였다. 현대그룹은 독일의 하이테크 전문 엔지니어링 기업인 ‘M+W그룹’을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했다. 1912년 창립돼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본사를 둔 M+W그룹은 첨단기술시설, 생명과학산업, 에너지·환경기술, 하이테크 기반시설에 관한 세계적인 건설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M+W그룹을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함으로써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밖에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등 계열사들과 도이치증권, 맥쿼리, 화우 대주 등이 인수 자문사로 현대그룹 편에 섰다.


<3> 신경전

이제 막 출발선을 넘어선 양측은 한 치의 양보 없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시비를 거는 쪽은 현대그룹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을 공격하는 내용의 TV와 신문 광고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일종의 여론전인 셈이다.

현대그룹은 고 정주영 창업주와 고 정몽헌 전 회장을 내세운 TV 광고를 선보인데 이어 주요 일간지에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을 기대합니다’란 제목의 광고를 게재했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이 지킬 테니 현대차그룹은 본업에나 집중하란 뜻이다. 또 현대차그룹이 인수전 참여를 선언하자 “현대건설이 어려웠을 때는 지원을 외면하다가 정상화되자 이제 와서 인수하겠다는 것은 유감”이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여론몰이가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어서다. 현대그룹은 정 전 회장이 44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경영난에 처한 현대건설을 살렸다고 광고했으나, 금액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지나치게 비방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과 관련 말을 아끼고 있다. 현대그룹 도발에 공식 대응도 자제하고 있다. 인수전이 시숙(정몽구 회장)과 제수(현정은 회장)간 벌이는 집안 내부의 진흙탕 싸움으로 비화되는 것을 우려해서다. 한마디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겠다는 복안이다.




<4> 명분

현대건설 인수전의 핫 키워드는 ‘명분’이다. 두 그룹 모두 현대건설을 품에 안을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장자론’과 ‘후계자론’이 그것. 현대건설이 정 창업주가 일군 옛 현대그룹의 모태이자 상징으로, ‘현대 적통’을 잇는데 반드시 필요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탓이다.

현대차그룹은 집안의 장손인 정몽구 회장이 당연히 현대건설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회장은 분가 후 지난 10년 동안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시장의 선두로 키우면서 현대가 장자로서 정 창업주의 숙원사업을 이어왔다. 40년 전부터 추진한 고로사업(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완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형제 기업’이 만도, 현대종합상사, 현대오일뱅크 등 옛 현대 계열사들을 다시 찾는 데도 구심점이 되는가 하면 사촌 형제나 조카 등 현대가 가족들을 직접 챙기는 등의 집안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후계자론을 내세우고 있다. 정 창업주가 정 전 회장에게 현대건설을 물려줬기 때문에 원래 주인이 인수해야 한다는 논리다.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현대건설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0년 정몽구 회장과 정몽헌 전 회장 간의 ‘왕자의 난’을 겪으면서 2001년 그룹에서 분리, 채권단의 공동관리를 받는 수모를 겪다가 2006년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에게 현대건설이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절실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경영권 문제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전 결과에 따라 경영권이 위험할 수 있다. 현대건설이 그룹 주력사인 현대상선의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라도 기필코 ‘먹어야’하는 처지다.

현 회장 우호지분이 40%가량 되지만 안심할 수 없다.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이 17.6%를, 현대중공업의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7.9%를, KCC가 4.9%를 소유하고 있다. 만약 범현대가가 현대건설을 삼킬 경우 현대그룹으로선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엠→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5> 자금력

M&A에선 명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장의 경제 논리가 우선 적용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결국 자금력 싸움이란 것이다. M&A시장 관계자는 “얼마나 안정적인 자금동원력을 갖고 있느냐가 M&A 승부의 관건”이라며 “현대건설 채권단 안팎에서 무리하게 차입을 시도하는 후보에 입찰 평가 시 감점을 준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대그룹은 ‘실탄’으로 현대차그룹에 게임이 되지 않는다. 채권단이 매각할 현대건설 지분은 3887만9000주(34.88%)다. 여기에 현대건설 주가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매각 가격은 3조5000억∼4조원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은 4조∼5조원의 현금을 쥐고 있다. 따라서 차입 없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수 있다.
현대그룹은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 ‘빚잔치’를 벌여야 할 판이다. 전략적 투자자로 M+W그룹과 손을 잡은 것도 돈이 모자라 긴급 수혈하기 위해서다.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1조5000억원 정도로, 현재 M&A시장에서 거론되는 현대건설의 인수가격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나머지 2조∼2조5000억원을 외부에서 끌어와야 한다는 계산이다. M+W그룹 외 제3의 기업과 손잡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몸집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재계 순위(공기업 제외)에서 현대차그룹은 2위, 현대그룹은 21위를 차지했다. 자산 규모는 각각 100조7000억원, 12조4000억원으로 현대그룹이 현대차그룹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매출액은 50조2750억원, 10조5000억원. 계열사는 43개, 12개다. 현대건설의 경우 재계 23위이며, 계열사는 22개다.


<6>시너지

인수 대상과 인수자의 시너지도 자금력 못지않게 M&A에서 중요하다. 이 부분 역시 현대그룹이 다소 밀리는 형국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세계적인 종합 엔지니어링 회사로 키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현대건설이 결합하면 양쪽 다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란 주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룹의 기존 사업영역과의 시너지 효과와 플랜트 및 엔지니어링 분야의 역량 제고를 통해 현대건설은 세계적인 종합 엔지니어링 회사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인수 후에는 투자를 확대하고 전문 인력도 적극 확충해 일자리 창출 등 국가 경제에도 기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원전 등 친환경 발전 사업에서부터 주택용 충전 시스템과 연계된 친환경 주택, 하이브리드(HEV)와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에 이르는 에코 밸류 체인(친환경 가치사슬)을 완성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세계 150여 개국에 자동차를 공급하면서 8000여 곳에 글로벌 생산설비와 판매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글로벌 성장기반을 한층 확대할 수 있다. 또 기존 현대차그룹 사업인 해외 고속철 및 철도차량 사업과 연계가 가능하고,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로부터 안정적인 건설자재 조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도 현대건설과의 시너지를 강조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엠(현대택배) 등 물류와 수송 중심의 그룹 주력사업에 건설까지 포함시키면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점은 현대건설이 수혜를 입을 시너지 초점이 현대차그룹의 경우 해외에 맞춰져 있다면 현대그룹은 북한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사업에 현대건설의 역할이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중단된 대북사업이 언제 재개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7> 경험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경험이 많으면 유리하다는 얘기다. M&A시장에서도 같은 맥락에서 ‘인수해 본 기업이 또 인수한다’는 속설이 있다.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도 과거 대형 M&A를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큰 이점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두 그룹은 M&A 경험이 얼마나 있을까.

현대차그룹은 기아차와 한보철강 인수가 굵직하다. 현대차그룹은 1998년 부도난 기아차를 인수,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나아가 ‘형님’현대차 아성에 도전할 위치까지 뛰어올랐다. 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194만 대를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했다. 이는 현대차에 인수되기 전인 1998년 기록한 36만 대보다 5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부실덩어리’였던 한보철강도 2004년 현대차그룹의 품으로 들어가 국내 굴지의 제철업체(현대제철)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위기에 처한 여러 회사를 인수해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다”며 “그중에서도 기아차와 한보철강 등 덩치가 큰 기업을 인수해 궤도에 올린 것은 괄목할 만하다”고 자평했다.

현대그룹은 대형 M&A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 인수는커녕 오히려 범현대가로부터 적대적 M&A 위협에 시달려왔다. 이 와중에 현대오토넷, 현대종합상사 등 알짜 계열사들을 줄줄이 놓쳤다. 이 결과 2001년 25개 계열사에서 현재 12개로 줄었다.


현대건설 인수전 사령관은?

현대건설 인수전이 가열되면서 수장의 특명을 받은 각 사령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 선봉엔 그룹의 기획업무를 총괄하는 김용환 기획담당 부회장이 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7월 현대건설 인수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재무·법무·홍보 등 분야별로 인수방법과 인수 시 시너지, 인수 후의 전략, 자금 등에 대해 다각적인 준비를 마친 상태다. 그 밑에선 조위건 현대엠코 사장, 정진행 그룹 기획담당 부사장, 서종혁 HMC투자증권 이사 등이 움직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하종선 그룹 전략기획본부장이 인수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전략기획본부 소속 진정호 상무와 장두일 상무가 하 본부장을 보좌하면서 인수전 실무를 챙기고 있다. 장경작 현대아산 사장과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도 막후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사내이사로 영입한 허용석 전 관세청장도 이번 인수전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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