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고강도 세무조사’ 왜?

2010.10.12 09:19:55 호수 0호

‘재계 저승사자’에 딱 걸렸다!

국세청이 롯데건설을 뒤지고 있다. 큰 건이 걸린 모양이다. ‘대형사건 전담반’이 움직인다. 대기업 전문 베테랑 조사관 수십명이 달라붙어 샅샅이 훑고 있다. ‘먼지 한 톨’까지 털어낼 기세다. 롯데건설 혐의가 뭐 길래 국세청이 이 난리일까.



국세청이 롯데건설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를 실시해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5일 서울 잠원동 롯데건설 본사를 전격 방문해 세무조사를 벌였다. 이날 조사는 본사를 비롯해 주택사업본부 등이 있는 새롬빌딩, 플랜트사업본부 등이 있는 K타워 등 3곳에서 5시간가량 동시에 이뤄졌다.

회계 장부 등을 수거한 국세청 직원들은 각 사무실 내 개인용 컴퓨터와 노트북의 하드디스크에서 관련 파일을 내려 받아갔다. 또 회계·재무부서는 물론 영업·기획부서의 서류와 하드디스크도 수거했다. 이와 함께 일부는 롯데건설 협력업체들을 기습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샅샅이 훑어

구체적인 세무조사 이유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국세청 측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 뭐라 말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롯데건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정확한 세무조사 성격을 몰라서다. 다만 정기 조사일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롯데건설은 2005년 세무조사를 받았다. 통상 대기업들은 4∼5년에 한 번씩 정기 세무조사를 받는다. 따라서 이번에 ‘순번’이 아니냐는 논리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정확한 조사 이유에 대해 아는 바 없지만, 2005년 이후 처음 받는 세무조사여서 정기 세무조사일 수 있다”며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의주시하면서 세무조사의 배경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사전 통고나 예고 없이 불시에 들이닥친 점이 그렇고, 무려 50여명이 넘는 대기업 전문 베테랑 조사관들이 샅샅이 훑은 점도 그렇다. 이들은 ‘먼지 한 톨’까지 털어낼 기세로 달라붙었다.

특히 ‘대형사건 전담반’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움직인 점에서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일반 정기조사가 아닌 특별조사란 얘기다. 특별조사는 사전에 철저한 내사 등을 통해 수집한 정황이 거의 완벽할 때 실시한다.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은 심층·기획 등의 특별 세무조사를 주로 전담하는 특수조직으로 사실상 국세청장의 직할부대다. 검찰로 따지면 대검 중수부와 같다. 그중에서도 ‘별동대 중 별동대’로 꼽히는 4국 내 3과가 주도해 이번 사건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 2, 3국은 보통 일반 세무조사를 담당한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부서도 아닌 4국이 세무조사를 진행한다면 뭔가 특별한 의미나 배경이 있을 것”이라며 “더구나 롯데건설 현장 조사에 조사4국의 직원 절반 이상이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국세청 주변에선 이미 구체적인 탈세 혐의를 포착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귀띔했다.

업계에선 롯데건설 세무조사 배경을 두고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 의견들을 모아보면 롯데건설 혐의는 거액의 세금탈루를 전제로 재건축·재개발 커넥션 또는 하도급 비리, 비자금 조성 등 세 가지로 좁혀진다.

롯데건설은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전체 15조원 규모의 재개발·재건축 가운데 2조2514억원어치를 따내 대우건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롯데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7위란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실적으로, 이 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재개발·재건축 비리는 국세청보다 검찰이 나서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정부가 바짝 신경 쓰고 있는 하청업체와의 관계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롯데건설 협력업체들도 조사를 받고 있는 점이 그 근거다.

공교롭게도 최근 건설업계에선 롯데건설이 그룹 계열사의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면서 공사비를 축소 신고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결국 롯데건설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의 대기업 압박용 ‘본보기’로 철퇴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선 대규모 비자금 조성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가 포착된 데 따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공사 또는 하청업체 비리에 조사4국이 총동원될 리 없다는 주장에서다. 이는 롯데건설 안팎에서 자칫 이번 조사가 롯데그룹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룹 전반으로 확대?


한편으론 고금리 대출로 물의를 일으킨 롯데캐피탈 등 그룹 계열사를 겨냥하고 있다는 추정도 있다. 진짜 타깃이 따로 있다는 것. 이 역시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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