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피자 출시 논란 내막

2010.09.28 09:34:34 호수 0호

이번엔 중소 피자가게 씨를 말리려나

영세 피자가게들이 연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마트가 지난 3월 판매를 시작한 저가 피자 때문이다. 매출이 반토막 나는가 하면 문 닫는 가게들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이마트는 판매점포를 확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아예 씨를 말려버릴 기세다. 이에 세인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영세 피자가게의 탄식을 외면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3월 18일부터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한 냉동 피자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 역삼, 성수, 가양, 자양, 은평, 신도림, 탄현, 화정, 시지, 포항 이동, 동인천, 종동, 계양, 송림, 포천, 분당 등 16개 점포에서 판매되는 이 피자는 지름이 45㎝로 유명 피자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반 사이즈보다 12㎝가 더 크지만 가격은 1만15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줄도산 위기

지난 3월에 판매를 시작한 이마트 피자가 새삼 주목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마트 피자가 8월 한 달 동안 성수점에서만 6000개 이상 팔려 나가면서 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성수점이나 가양점, 자양점 등에서는 한 번 주문하면 최대 2시간정도가 소요될 만큼 인기가 좋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이마트 피자는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에 오르내리는 등 세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저가피자의 등장을 반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피자헛이나 미스터피자 같은 대형 피자점에 맞서 값싼 피자를 파는 동네 영세 피자가게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싼 가격에 질 좋은 대형 피자를 맛보는 것은 좋지만 동네 피자 가게들의 매출에 타격을 미치게 될까 걱정된다” “대기업이 전부 다 해먹는 시대가 온 것 같다” 등 걱정 어린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영세 피자가게 매출 반토막…폐업 위기 업체도 속출
정용진 부회장 “떡볶이, 어묵도 파는데 왜 피자만?”


실제로 이마트 인근에 위치한 중저가 피자 가게들은 급격한 매출 감소로 폐업 위기에 처한 상태다. 이마트 가양점 인근 영세 피자가게 업주는 “매출이 거의 반토막 나다시피 했다”며 “이미 몇몇 가게들은 정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특히 피자를 판매하는 이마트가 있는 지역은 역삼점을 제외하고는 서민들이 밀집해 있는 곳인 만큼 저가 영세 피자가게들이 많다. 따라서 이 지역 상인들이 받는 타격은 더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같은 실정임에도 이마트는 연말까지 피자코너를 40개 점포로 확대하는 한편, 상품 종류를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혀 영세 피자가게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네티즌들은 “동네 영세 피자가게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영세 상인의 영역을 보호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상인들을 죽인다는 비판을 들어온 이마트로서는 귀 기울일 만한 얘기다.

그럼에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전혀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을 밝혀오면서 네티즌과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한 네티즌이 정 부회장의 트위터를 통해 “신세계는 소상점들 죽이는 소형 상점 공략을 포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자영업자들 피 말리는 치졸한 짓입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정 부회장은 “장을 직접 보시나요?”라고 질문을 던진 뒤 “많은 분들이 재래시장을 이용하면 그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어차피 고객의 선택이다”라고 맞받아쳤다.

또 이 네티즌이 “지난 9년 동안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2.9배 늘어난 반면, 일반 슈퍼마켓은 30% 감소했다”며 통계를 인용하자 정 부회장은 “그것이 소비자의 선택이다. 본인은 소비를 실질적으로 하나, 이념적으로 하나”라고 대꾸했다. 이에 이 네티즌은 “소비를 이념적 소비와 실질적 소비로 나눌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비꼬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SSM의 경우 아예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소비자가 선택할 것”

특히 정 부회장은 “장사하시는 분들은 가맹비, 임대료로 빚내서 힘들게 운영하는데 마트에서 피자까지 팔면 힘들지 않으냐”는 한 네티즌의 지적에 대해 “요즘 마트 가면 떡볶이, 어묵, 국수, 튀김 안파는 게 없는데 특히 피자가 문제가 되나? 빵도 팔고 순대에 족발도 파는데”라고 반박했다. 또 이마트의 도매 유통업 진출을 비판하는 한 이용자에게 정 부회장은 “유통업의 존재를 부정합니까?”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 네티즌이 “동네 슈퍼와 대형마트의 생태계는 달라야 한다. 독점 자본의 잠입은 옳지 못하다”라고 지적하자 정 부회장은 다시 “소비를 이념적으로 한다. 님이 걱정하는 만큼 재래시장은 님을 걱정할까요?”라고 반박했다. 정 부회장은 연이어 제기되는 비판의견에 대해 “마트의 진화를 부정하는 듯 들린다. 우리도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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