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드러나지 않은 ‘파벌싸움’

2010.09.28 09:46:09 호수 0호

여기저기 ‘권력 암투’… ‘신한 사태’ 또 터질라

‘신한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우두머리간 파벌 싸움으로 얼룩진 신한금융지주의 내홍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실 ‘권력 암투’는 여느 기업에서 흔하게 벌어진다. 상대를 밟아야 올라가는 ‘먹이사슬’구도에서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 밑으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줄대기 전쟁’이 일어나는 것도 약육강식의 ‘경제정글’법칙일 수 있다. 단, 심하면 문제가 된다. 신한 사태가 그 예다. ‘제2의 신한 사태’가 우려될 만큼 파워게임이 한창인 기업 세 곳을 짚어봤다.

‘외인 vs 토종’…‘정통 vs 이탈’…‘신파 vs 구파’
대기업 곳곳서 주류·비주류간 ‘파워게임’한창     

A사는 미묘한 기류에 휩싸여 있다. 주류와 비주류간 ‘파워게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A사에 암운이 드리운 것은 ‘낙하산’이 떨어지면서다. A사는 지난해 사장을 교체했다. 전 사장이 돌연 사퇴, 대신 빈자리에 신임 사장이 선임됐다. A사 측은 “분위기 쇄신과 시너지 극대화 등을 위해 새로 사장을 선임했다”고 설명했지만, 사장의 조기 교체를 두고 뒷말이 많았다. 전 사장이 임기를 1년이나 남겨두고 물러난 점과 취임 이후 줄곧 실적이 양호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전 사장이 실적이 우수한데도 불구하고 임기 도중 하차해야 하는 납득할 만한 명확한 배경이 뭐냐”고 반발했다. 더욱이 신임 사장이 ‘낙하산’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부 불만이 커졌다. 신임 사장은 관련 업계 전문가로 유명해 선임 조건에 부합했으나, 이보다 MB정부와의 특별한 인연이 눈에 먼저 들어온 것.



죽기 살기 줄대기

신임 사장은 지난 대선 당시 MB캠프에서 활동했다. 이때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과 친분을 쌓았는데, 이 인맥의 입김이 인사에 작용했다는 의혹이다. 신임 사장은 낙하산 논란으로 적잖은 홍역을 치르고 나서야 A사에 안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A사는 두 갈래로 쪼개지기 시작했고, 결국 밀려난 전 사장의 ‘정통 라인’과 현 사장 쪽으로 붙은 ‘이탈 라인’이 극명하게 갈렸다. 그리고 지금은 양측간 기싸움이 한창이다.

이 과정에서 물고 물리는 ‘혈전’형국까지 치달았다.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 난 꼴이다. 얼마 전 벌어진 두 고위 임원의 ‘맞장’이 대표적이다. 물론 한쪽은 ‘정통파’, 다른 쪽은 ‘이탈파’였다. 결과는 집권 중인 ‘이탈파’임원의 승리로 끝났다. 1980년대 입사한 뒤 20년 넘게 A사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파’임원은 자신의 수하 직원이 갑자기 지방으로 발령이 났고, 그 자리에 현 사장의 측근이 배정되자 인사담당 ‘이탈파’임원과 사장에게 심하게 들이댔다.

그 이후 ‘정통파’임원은 소리 소문 없이 수하와 함께 지방으로 쓸려가 버렸다. 최근 이 소식을 접한 ‘정통파’들은 기회를 노리며 칼을 갈고 있다는 후문이다. B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초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뒤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신구 세력간 암투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신파’는 차세대 총수로 급부상한 오너의 아들을, ‘구파’는 10년 가까이 경영을 맡고 있는 전문경영인(CEO)을 각각 추종하는 세력이다.

‘신파’는 지난 인사에서 경영 구도가 ‘황태자’체제로 전환되면서 부상한 인물들로, 앞으로 후계자를 보좌해야 할 임무가 있다. 반면 ‘구파’는 CEO를 축으로 그동안 경영 핵심을 이룬 중역들이다. 문제는 지난 인사에서 ‘구파’임원 중 일부가 정리됐다는 사실이다. 아직 CEO가 건재하지만, 구파 사이에선 CEO가 언제 떨어져 나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 반 후계자 정서도 확산되고 있다.

‘구파’로 구분되는 한 임원은 “후계자가 등극하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세력들을 등용할 게 뻔하다”며 “그럴 경우 당연히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데 그동안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순순히 물러날 수 없지 않냐”고 귀띔했다. ‘구파’는 버티려는, ‘신파’는 밀어내려는 상황. 이는 보이지 않는 완력 싸움으로 비화된 지 오래다. ‘구파’는 후계자의 경영 자질이 부족하다는 힐난을 퍼뜨리는 단순 전략을 구사. 반면 ‘신파’는 비밀 내부감사를 통해 ‘구파’들의 비리를 밝혀내 축출할 것이란 로드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업계에 후계자와 CEO간 불화설이 회자되고 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C사도 계파간 ‘난기류’로 어수선하다. C사 오너는 다른 특정회사에서 인재들을 스카우트해 요직에 앉혔다. 이게 화근이었다. 외부 영입 인원이 많아질수록 ‘굴러온 돌’과 ‘박힌 돌’사이에 생긴 장벽이 점점 높아졌다.

급기야 전체 임원 중 3분의 1이 수혈된 ‘외인’들로 채워지자 상대적으로 불안감과 박탈감이 커진 ‘토종’세력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반발은 양측의 내부 갈등으로 표출됐다. ‘외인’들이 주요 포스트에 속속 포진하자 ‘토종’임원들은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고, 임원 회의에서도 두 세력간 충돌이 잦아 고성이 오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갈등은 현재진행형

실제 주요 임원들이 참석한 한 회의에선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외인’들이 기존 경영방침에 일침을 가했고, 그 자리에 오너가 있어 화를 누른 ‘토종’들이 회의가 끝난 뒤 테이블을 엎을 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진 것. 이들은 한동안 설전을 벌이며 거의 멱살잡이 수준까지 갔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싸움은 처음엔 ‘외인’들 쪽으로 기울다 다시 ‘토종’들이 승기를 잡은 모양새다. 지난해까지 ‘야인’들에게 밀린 ‘토종’들이 줄줄이 사직서를 냈지만, 올해 들어 ‘토종’들의 텃세에 ‘야인’들이 속속 회사를 떠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오너로 통하는 길목에 ‘야인’들이 버티고 있어 양측은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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