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경 기자가 만난 이 시대의 기인 ‘금화당 아가씨’

2010.09.14 09:15:00 호수 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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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은 항상 불안하다. 미래가 예측불허인 것이 그 이유다. 때문에 세상은 자신의 운명을 알고자 하는 이들로 넘쳐난다.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무속인이다. 하지만 명쾌하게 인간의 운명을 점치는 무속인은 그리 많지 않다. 이 가운데 최근 날카롭고 정확한 예지력으로 세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여성무속인이 있어 화제다. 금화당 아가씨(02-567-6788, 7033)가 바로 그녀. <일요시사>는 사주를 바탕으로 팔자를 고쳐준다는 신통방통한 그녀를 만나 신비한 무속의 세계를 엿봤다.

사업도 운…신의 예지력으로 사업운도 알 수 있다
제약회사 오너, 정성 다한 기도로 경영위기 넘겨


인터뷰 요청을 한지 5일이 지나서야 그녀를 만나 볼 수 있었다. 명쾌한 점사로 입소문이 나 그녀를 찾아오는 이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아서다.
그윽한 향내가 가득한 방으로 들어서자 신단을 뒤로 한 금화당 아가씨가 “어서오세요. 오래 기다리셨죠”라며 반갑게 맞아줬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단아한 모습이지만 범상치 않은 눈매는 그녀가 무속인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사업운에 강하다

낳아준 부모도 모른 채 남의 집 업둥이로 자랐다는 금화당 아가씨. 철들 무렵부터 이해할 수 없는 환청에 시달려 왔다는 그녀는 성인이 된 후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2000년대 초 프렌차이즈 사업을 통해 수십억대의 성공한 사업가로 거듭난 것. 모든 일이 잘 풀리는 듯 했다.

하지만 그녀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 찾아온 것. 신내림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녀는 “신내림을 받지 않으려고 3년 넘게 울고불고 매달려봤어요. 하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었죠”라고 말했다.

죽음의 문턱에 다 닿아서야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을 받아들이게 됐다는 금화당 아가씨. 그녀는 지난 2005년 간판 하나 없는 초라한 점집을 차리며 무속인으로서 제 2의 인생을 맞게 됐다.

그런 그녀가 말하는 무속인은 뭘까. 그녀는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의 운명을 개척해나가고 싶어 하죠. 무속인은 신과의 대화를 통해 사람들의 길흉화복을 미리 알고 운명을 개척하는 것을 안내해 주는 일종의 길잡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금화당 아가씨를 찾는 사람들은 인생의 기로에 서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녀는 “저도 사업경험이 있잖아요. 이를 바탕으로 신과 소통해서 사업운을 예측해요. 매출은 물론 닥쳐올 위기까지도 상담 해줄 수 있기 때문에 사업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한 번은 어깨가 축 쳐진 남성이 그녀를 찾아온 적이 있다. 그 남성이 방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금화당 아가씨는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죽을 용기가 있다면 조상묘에 달려가 기도를 하세요. 당신의 조상이 공덕을 많이 쌓았기 때문에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남성은 크게 놀라며 “어찌 알았느냐”고 물어왔다.

대기업에 다니던 이 남성은 사표를 낸 뒤 회사를 차렸다. 하청업체로 출발한 이 회사는 연매출 600억원대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했지만 어느 날 모기업이 부도가 나면서 하루아침에 망하게 됐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빚쟁이들의 독촉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로 유학 간 장남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기까지 했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남성은 자살을 생각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금화당 아가씨를 찾았던 것이다.

이런 그에게 금화당 아가씨는 액운을 막고 조상의 덕을 비는 부적을 만들어 항상 몸에 지니게 했다. 또 지금 사업에서 손을 떼고 이후 기회가 된다면 국수종류의 식당을 운영하라고 권했다.

성당을 다녀 무속인에게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던 그였지만 자신의 상황을 손금 보듯 꿰뚫는 금화당 아가씨의 말에 믿음이 갔다.
얼마 되지 않아 남성에게 놀랄 만한 일이 생겼다. 수년전 죽은 아들의 명의로 사둔 그린벨트 땅의 규제가 풀리고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수억원의 보상금을 받게 된 것. 이에 그는 역세권 인근의 식당을 헐값에 인수해 냉면집을 개업했다. 냉면집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일확천금하게 된 남성은 이제 금화당 아가씨의 절실한 신도가 되었다고 한다.

또 유명제약회사 오너가 그녀를 찾아온 적도 있다. 창업자의 대를 이은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이였다. 그는 회사가 가야할 방향과 앞으로의 회사운에 대해 물어왔다. 이에 금화당 아가씨는 회사이름과 건물의 위치에 임원들의 운명까지 더해 분석한 뒤 “건설 회사와 토지 보상 문제에 관한 송사가 진행 중이죠”라고 물었다. 사실이었다. 놀란 오너는 “현재 그 문제에 노사와 갈등까지 겹쳐 경영이 어렵습니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금화당 아가씨는 “일이 해결될 때까지 회사 내에 신을 모실 공간을 마련하고 그곳에서 굿을 하여 대운을 풀어 다시 맞으십시오. 단 아무도 알게 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망설이던 오너는 휴일에 건물경비를 위해 필요한 최소인원조차 출근하지 못하게 한 채 사장 집무실에서 정성스레 굿을 했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몇 개월 후 불어 닥친 외환위기로 문제의 건설사가 부도가 나면서 순조롭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던 것.

취재는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그녀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이 찾아올 때마다 취재를 중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무속의 세계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다. 다만 무거운 짐을 지고 그녀를 찾은 이들이 근심을 덜어놓은 얼굴로 발걸음을 돌리는 것만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무속인은 내 숙명”

이처럼 신과의 대화를 통해 사람들이 짊어진 짐을 덜어주는 금화당 아가씨. 자신의 운명을 바꿔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을까. 이 같은 질문에 금화당 아가씨는 슬며시 미소 지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보통 사람들은 앞날을 알고 나면 닥쳐올 운명도 비켜갈 수 있어요. 반대로 무속인은 신에게서 도망치려 하면 할수록 고통 받게 되죠. 결국 신과 함께 살아가는 게 저의 숙명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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