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속 보이는 행보’ 노림수

2010.09.14 09:10:00 호수 0호

‘대박 수주투어’ 각본 없었나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최근 행보가 구설에 올랐다. 부쩍 잦은 출장을 두고서다. 해외에서 잇달아 수주 대박을 터트린 점은 박수 받아 마땅하나 그 시기가 의심스럽다. 대형 로비 의혹에 엮인 탓에 회피성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그만큼 남 사장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시선들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로비 의혹’ 인사청문회 해외출장 이유로 불출석
회피성 출국? 우연의 일치?…전시성 출타 시각도

대우조선해양의 잇따른 해외 수주 실적이 화제다. 그야말로 ‘대박’이다. 국내 조선업체 중 가장 돋보인다. 8월23∼26일 나흘간 무려 24억3000만달러를 해치웠다. 이는 올해 목표치가 100억달러 수주란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실적이 아닐 수 없다.



“안 가도 되는데…”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3일 프랑스 글로벌 에너지 업체인 토탈사와 18억1000만달러(약 2조1400억원) 규모의 초대형 부유식 원유 생산, 저장 및 하역설비를 수주했다. 다음날인 24일 네덜란드 해양 구조물 운송·설치 및 해체 전문업체인 히레마사와 3억달러(약 3580억원) 규모의 해저파이프설치 작업선 수주 계약을 맺었다. 26일엔 싱가포르 우드사이드와 3억2000만달러(약 3770억원) 규모의 에틸렌 운반선 계약을 체결했다.

그 선봉엔 남상태 사장이 섰다. 남 사장은 3건의 수주 계약을 위해 지난달 20일 출국해 프랑스와 네덜란드, 싱가포르를 돌고 28일 귀국했다. 8박9일간 그가 움직인 거리만 2만5000㎞가 넘는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기존 각종 대형 해양 프로젝트에서 선주의 까다로운 요구를 완벽히 수행해내며 쌓아온 신뢰로 초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했다”며 “남 사장은 해외 출장길에 올라 중요한 수주 계약과 신규 수주를 세심한 부분까지 직접 챙기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남 사장의 출장을 두고 말들이 많다. 해외로 직접 날아가 굵직굵직한 수주 계약을 한 점은 박수 받아 마땅하나, 그 시기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대형 로비 의혹에 엮인 탓에 회피성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남 사장은 연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연임 과정에서 협력업체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자리보전을 위해 정권 실세에게 건넸다는 의혹이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유임 로비는 물론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했지만, 남 사장을 둘러싼 의혹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특임장관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영포라인’핵심 인사 등 거물급 인사들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거론되면서 ‘권력형 게이트’기로에 선 형국이다.

특히 남 사장이 이 장관의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지 주목됐다. 이 장관은 자신의 측근을 대우조선해양에 취직시키는 대가로 남 사장 연임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남 사장은 끝내 청문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해외출장이 그 이유였다.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지난달 16일 이 장관의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남 사장을 채택했지만, 남 사장은 4일 뒤인 20일 3건의 수주 계약을 이유로 출석할 수 없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해외로 떠났다. 해외출장 스케줄과 인사청문회 일정이 묘하게 겹치자 가시방석을 피하기 위한 남 사장의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론 남 사장의 해외출장이 보여주기 위한 전시성 행보가 아니냐는 의문도 있다. 싱가포르 수주는 남 사장이 현지에서 따낸 계약이다. 보통 최종 계약 전 협상은 실무진들이 맡는 게 관례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2건의 경우 이미 수주가 확정된 사안이었다. 한두 달 전에 수의계약을 마치고 본계약까지 체결했었다. 사전 시기 조율이 가능했는데 굳이 청문회 일정과 맞물린 날에, 그것도 남 사장이 꼭 참석해야 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남 사장의 출장은 연임 로비 의혹으로 힘든 시기에도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며 “남 사장은 이번 출장으로 껄끄러운 청문회를 자연스럽게 비껴가고, CEO로서 경영능력을 띄우는 일거양득 효과를 얻었다”고 귀띔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청문회 일정보다 앞서 정해진 스케줄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시성 행보 지적에 대해선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남 사장은 비리 의혹과 관련해 청문회 증인 참석을 적극 검토했으나 이미 1∼2개월 전에 결정된 수주 계약식 등을 미루거나 불참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출국하게 됐다”며 “출국 전 출석 요구를 통보 받았지만 일정을 조정할 수 없어 국회에 정중하게 불참의사를 전했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국감 땐?

그는 이어 “남 사장은 휴가까지 반납할 정도로 선주와의 신뢰 강화를 위해 해외 수주계약 때 계약건을 직접 챙기는 현장형 CEO로 유명하다”며 “지난 5월 미국, 6월 네덜란드와 남미를 돌며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펼치는 등 올 들어 한 달에 열흘가량은 해외에 체류했기 때문에 이번 해외출장이 특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남 사장 앞엔 청문회만큼 큰 산이 버티고 있다. 다음달 4일∼23일 예정된 국정감사다. 야당 내에선 유임 로비 의혹과 관련 남 사장을 증인으로 또 다시 ‘호출’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남 사장은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길까. 또 해외출장을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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