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일주일 새 같은 사고로 직원 사망 <내막>

2010.09.07 09:10:00 호수 0호

“미필적 고의가 부른 살인”


한진중공업 건조 선박에서 하청업체 직원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자 금속노조는 이번 사건을 ‘미필적 고의가 부른 살인’이라고 규정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주일 전에 같은 사고가 벌어져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한진중공업 측이 이를 묵살하고 작업을 강행하다 벌어진 사고였던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듣는 둥 마는 둥 딴청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다. 오히려 “최선을 다했는데 뭐가 문제냐”며 불편한 심기를 여지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안전 확보 안 됐다” 문제제기 묵살한 채 강행
단협 위반하고 사내하청업체에 위탁하는 위법

지난달 23일 부산 한진중공업 건조 선박에서 ‘헤치커버 레일 서포트 셋팅 작업’ 중 H빔 서포트가 넘어지면서 하청업체 직원 김모(63)씨가 깔려 목숨을 잃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안전장치 없었다”

문제는 이번 사고 일주일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처음 H빔 전도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노동자들이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작업방식이 잘못됐다”며 문제제기를 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 측 관리감독자들은 이를 묵살한 채 작업을 강행시켰고, 이는 결국 김씨가 사망하는 사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에 금속 노조는 이번 사고를 “한진중공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노동자 살인행위”라고 규정하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금속노조는 “선박 건조 때 ‘헤치커버 레일 서포트 셋팅 작업’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크레인으로 레일서포트를 지지하여 전도를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며, 크레인 등 장비를 이용치 못할 경우에는 지지대 등 안전보강재를 설치 후 작업토록 하는 것이 기본적인 안전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금속노조는 “사고현장을 확인한 결과 사고가 발생한 3번 레일 서포트 포함 1번에서 6번까지의 레일 서포트에도 전도 방지를 위한 지지대 설치 등 최소한의 안전보강재가 설치되지 않은 채 작업이 강행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작은 충격에도 레일 서포트가 전도될 수 있는 위험한 환경에 인부들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진중공업 측은 안전작업 절차를 규정한 안전작업표준조차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시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번 사고는 단체협약 위반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는 “회사는 2009년 임단협 파행과 회사의 부당한 구조조정에 저항한 지회 부분파업으로 선박 건조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되자 1번에서 3번 레일 서포트 설치 작업을 단협을 위반한 채 사내하청업체에 위탁하는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회사는 사내하청업체들이 작업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게 하고, 적정한 장비지원도 없이 안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고용노동부에 “위법행위와 이번 중대재해의 미필적 고의를 자행한 한진중공업 사업주 이재용을 구속수사하라”며 “고용노동부는 원하청 안전관리 체계 등 전체적인 안전관리체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바로잡기 위해 한진중공업에 대한 즉각적인 특별안전감독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최선 다했다”

이에 대해 한진중공업 측 관계자는 “그것은 노조 측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한편, 부산 한진중공업은 지난 2월의 정리해고 중단합의서를 파기하고 또다시 인력구조조정과 임금삭감을 강요하고 나섰다. 이에 한진중공업지회는 지난달 17일부터 연일 4시간 파업을 벌이고 있으며, 매일 100여 명씩 릴레이로 파업 후 상경집회를 전개하는 등 투쟁을 본격화하는 등 노사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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