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강은희 여성가족부장관 내정자

2015.12.23 08:14:48 호수 0호

“일·결혼·출산이 보편적 상황 되는 시스템 마련하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강은희 여성가족부장관 내정자는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교사, 여성 CEO, 목전에 둔 청문회까지 통과하면 장관이라는 이력도 추가된다. 도통 연결고리를 찾기 힘든 수준. 세간의 말처럼 이러한 ‘승승장구’가 결국 ‘친박’이기에 가능했던 것일까. <일요시사>는 누구보다 먼저 강 장관 내정자를 찾아 국정화, 그리고 여성 현안 문제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10월경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이하 국정화) 방침을 발표한 뒤 강은희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장관 내정자는 전면에 서서 이를 진두지휘해왔다.

“현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라는 그의 말처럼 결코 작지 않은 사안이었다. 찬반을 떠나 초선 비례대표가 이정도 무게감 있는 현안을 혼자 끌고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게 정가의 반응.

두 달여의 시간이 흘러 지난 21일, 청와대는 개각을 발표하면서 그를 차기 여가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다음은 강은희 장관 내정자와의 일문일답. (※ 본 인터뷰는 개각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 17일 진행됐다.)

- 국정화에 대한 논쟁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집필 시간 부족에 따른 부실 교과서 의혹이 제기됐는데.
▲시간이 아주 넉넉하지는 않다고 본다. 그러나 검정체제 하에서는 국사교과서가 현장에 보급되기까지 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면, 국정체제에서는 검정기간 6개월과 전시기간 4개월이 절약된다. 적게는 10개월에서 많게는 11개월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본다.

- 시간적으로 차질이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 시간이 지금보다 많으면 좋기는 하나, 기존 교과서 발행과 비교했을 때 한 두 달의 차이만 있을 뿐 국사교과서 발행에는 문제가 없다. 무엇보다 국정이 되면서 국가의 지원, 집필진 외 인력 지원 등을 기대할 수 있어 시간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 현 국사교과서에서 세종대왕에 대한 서술이 부족하다는 강 의원의 주장에 야당은 “3~6쪽 분량으로 충분히 서술하고 있다”라며 반박했다. 반론을 제기한다면?
▲역사교과서는 ‘통치사’와 ‘문화사’ 크게 두 파트로 나눠져 있다. 난 세종대왕의 통치사와 관련된 기술이 짧게 돼 있다는 말이었다. 교과서마다 차이는 있지만, 짧게는 두 줄에서 많게는 6~7줄에 그친다. 문화나 과학 부분에 비해 정치적 업적에 대한 할애가 적다는 의미였다.

세종대왕은 정치적 인물이지 않나. ‘통치사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할 필요가 있지 않냐’라는 개인적인 생각에서 나온 말이다. 여당 쪽에서 역사교과서에 대해 말하는 의원들의 수가 적다보니 내가 한 한두마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 유관순에 대한 발언도 개인적인 생각이었나?
▲그건 학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있는 부분이다. 현 교과서에는 대표적인 여성독립가로 유관순과 강주령이 기재돼 있다. 유관순은 남한, 강주령은 북한 쪽 사람인데 유관순에 대한 내용이 일부 교과서에서 빠졌던 건 사실이다. 교육부의 수정 명령으로 사진만, 또는 이름 세 자만이라도 실리게 됐다. 그에 비해 나중에 북한으로 넘어간 강주령은 서술 분량이 상당하다.

해석하기에 강주령이 노동운동가로서 노동 투쟁을 한 분이다보니, 대한민국의 투쟁사적 입장에서 더 강조가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사에 대한 기술은 국민의 보편적 인식과 맞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우리가 유관순 없는 3·1만세 운동을 상상할 수 없듯 국사 교과서에서 유관순보다 강주령이 강조된 것은 인정할 수 없다. 유관순이 이화학당 출신에 노동운동을 한 사람도 아니니 의도가 있는 서술이 아닌가라는 해석을 하고 있다.

- 그럼에도 국정화를 반대하는 쪽은 친일과 독재미화를 우려한다.
▲난 친일·독재미화·좌편향, 이 3가지를 지양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해왔다. 일련의 과정을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봐보라. 교육부의 국정화 시도는 결코 파쇼적 또는 독재적 행위가 아니다. 국정은 교과서 발행 체제 중 하나일 뿐이다.
 

없는 체제까지 만들어 와 국정화를 시도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엄연히 국정이라는 체제는 존재해왔다. 국정·검인정·자유발행은 선택의 문제다. 교육부에게는 선택의 권한이 있으니 장관 고시로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국정을 독재의 의미로 착각하면 안 된다. 과도한 반대도 이해가 안 된다.

박정희 대통령과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도 공과 과를 명확히 기술해야 한다고 본다. 폄하할 생각도 없고 미화할 생각도 없다. 아주 객관적으로 서술하면 학생들이 그 당시 우리가 이렇게까지 어려웠음에도 지금처럼 살게 됐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두지휘, 남은 쟁점은?
교사에서 여성 사업가로, 또 여가부 장관으로

- 개인적 질문으로 넘어가서. 초선 비례대표 의원들 중 존재감이 단연 탑이라는 평가가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모르겠다. 다만 난 기업을 경영했었기 때문에 굉장히 현실적인 스타일이고, 국정화를 맡은 것도 내 상임위에 충실하자는 생각에서다. 정말로 그런 평이 있다면,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직분에 충실하자는 게 내 지론이다.

-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친박을 넘어 진박으로 불린다. 세간에 평에 대한 생각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과거 원내대표로 있던 시절, 원내대변인을 했었다. 그때부터 “친박이다”라는 말을 듣다가, 이번에 국정화를 맡은 후부터 ‘진박’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더라. 그렇지만 나는 항상 똑같았다. 우선순위를 꼽자면 개인의 측면에서 ‘대통령’, 그 다음 ‘당 대표’ 순으로, 조직으로 보면 ‘국가’, 다음이 ‘당’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내 역할을 해왔다고 본다. 대통령과 국민을 위해 그게 맞다고 본다.


-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끝난 뒤 송년 오찬에 참석하셨다. 정가에서는 총선과 관련된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는데,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
▲총선 얘기는 없었다. 회장을 맡은 유기준 전 장관이 국회로 돌아오셨으니 오래간만에 모여 식사자리를 가진 것이다. 자리가 나눠져 있어서 다른 곳에선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특별히 선거나 총선 관련해 전체에서 오간 얘기는 없다. 현안에 관한 통상적인 얘기들뿐이었다.
 

- 여가부 장관으로 유력하다. 입각 의사가 있나?
▲말이 나온 지는 꽤 오래됐지만, 사실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국회의원이 될 때처럼 어디를 가든 얼결에 가게 될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기도 하다. 어떤 형태든 일이 주어진다면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지금은 국사교과서와 관련된 여러 가지 부분에 집중할 생각이다.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나중에 뭐 어떻게 된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해봤다.

입각 얘기가 있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 의원실 사람들은 차분하게 하던 일에 열중하고 있다. 지금도 법 발의가 시급한 현안들을 보고 있다(인터뷰 이후, 청와대는 차기 여가부장관으로 강 의원을 내정한다고 발표했다).

- 여성 문제와 관련해 한 명의 여성으로서 개선돼야 할 점을 꼽는다면?
▲정상적인 가정 내에서 여성의 지위는 과거와 달리 상당히 개선됐다. 그러나 엄마와 아내라는 틀을 벗어나면, 여성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과거 여성 CEO와 'IT여성기업인협회’의 회장을 하면서, 또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으로 지내면서 여성정책에 대해 고민해왔다.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라고. 그러면서 느낀 점은 취업·일·경쟁에 있어 아직 여성에게 불리한 상황이 있고, 재취업 문제까지 파고들면 그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진다는 것이다. 남성에 비해 여성은 경력이 단절되는 일이 잦다.

저 출산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흔히 ‘골드미스’라고 해서 경제적 형편에 여유가 있음에도 결혼과 육아를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사회적 불안지수가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아무리 출산 장려 정책을 펼쳐도 안 먹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결혼·출산이 보편적인 상황이 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마련 돼야 한다고 본다. 질 좋은 보육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보편적 보육에서 질을 높이는 방법, 이 두 가지를 병행한다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 시스템 마련에 초점을 둔다는 뜻인가.
▲시스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편으론 예전 우리 어머니들이 보여줬던 모성애와 희생, 그에 대한 존중도 약해지는 것 같아 아쉽다. 애기를 낳고 돌보는 일은 아무리 시스템이 좋아도 양육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남녀의 공동 육아가 체득화 되지 않았고, 여성의 몫이 강하다보니 육아는 짐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사회적 차원에서 모성 본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강 장관 내정자는 청와대의 발표가 있은 후 문자를 통해 소감을 전했다. 그는 “정부에서 4대개혁 추진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에 여가부 장관으로 내정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라면서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평소 저 출산 문제와 여성 고용 활성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기업인 출신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 경력단절 예방과 일·가정 양립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부족하지만 여성과 가족이 편안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chm@ilyosisa.co.kr>



[강은희 장관 내정자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졸업
▲위니텍 대표이사 사장
▲제5대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
▲제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새누리당)
▲제19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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