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챌, 외모 차별 채용 논란 엿보기

2010.08.31 10:55:39 호수 0호

“예쁜 애만 뽑는 더러운 세상!”


최근 재기를 선언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프리챌이 구설에 올랐다.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경력직 승무원, 미인대회 출전·수상 등을 지원자격으로 내세워 외모 차별 논란을 빚고 있는 것. 이 공고를 접한 취업 준비생들은 어이를 상실, 할 말을 잃은 상태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재기 첫발부터 비틀거리는 행보를 보이는 프리챌에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략기획실 직원 채용 자격에 ‘미인대회 경력’
“대외홍보, 기획업무에도 뛰어날 것이라 판단”


최근 인터넷 취업 사이트인 인크루트에 ‘경력직 승무원을 모집한다’는 채용공고가 올라왔다. 지원 가능 자격으로는 승무원을 비롯해 스튜어디스, 미인대회 출전자, 모델, 탤런트, 영화배우, MC, 아나운서 경력 등이 포함됐다. 1년 이상 근무 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일종의 역발상”

이것만으로는 당최 어떤 직장인지 가늠할 길이 없다. 이 채용 공고를 낸 곳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프리챌. 프리챌은 동영상이나 게임,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승무원과는 합일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더 황당한 것은 신입 사원들이 배치될 부서가 전략기획실이라는 것. 담당 업무는 마케팅과 대외협력 부문이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는 전략기획 부문의 인재상으로 ‘광고대행사 경험자 및 마케팅·경영학 전공자’를 제시하고 있다.

이 공고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프리챌 전략기획실 측 관계자는 “승무원이나 미인대회 출신이라는 자격 조건을 둔 것은 일종의 역발상”이라며 “그 같은 경력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에서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여 키운 인재들이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대외 홍보나 기획 업무에도 뛰어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적극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승무원이나 모델 경력이 없어도 지원은 가능하며, 실제로 해당 경력은 없지만 기획 업무에 관심이 많은 남자 지원자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프리챌의 슬로건인 ‘다른 시각, 다른 생각’을 몸소 실천한 셈이다. 이런 해명에도 취업 준비생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최근에는 채용 시 외모를 조건으로 내세우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사회적으로 넓게 형성된 때문이다. 결국 분위기 파악 못했단 얘기다.

뿐만 아니라 이 채용공고는 법에도 어긋난다. 현행법(남녀 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법)에 따르면 모집·채용 시에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외모나 키, 결혼 여부 등의 조건을 제시할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고용노동부 측 관계자는 “승무원이나 모델 경력을 지원 자격으로 내걸었다면 간접적 차별이라고 볼 수 있다”며 “현재 차별이 인정되는 경우는 여자 기숙사에 여자 사감이 필요하거나, 연극의 특정한 배역에 남자가 필요한 경우 등 특수한 상황이 인정될 때 뿐”이라고 말했다.

이 공고를 접한 네티즌들은 “아나운서나 모델 경력이 기획 업무에 얼마나 관련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런 기준을 제시한 진짜 목적이 뭐냐” “그렇게 예쁜 사원들 데리고 일하고 싶었냐” “취업도 안 돼 죽겠는데 사람 놀리는 거냐”라는 등 날 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 광고로 외모 차별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프리챌은 지금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과거엔 야후코리아, 다음과 어깨를 견줄 정도의 포털 사이트였다.

당시 프리챌은 막강한 커뮤니티서비스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의 가도를 달렸다. 인터넷 커뮤니티 정모를 위한 카페를 보유한 것도 프리챌이 유일했다. 그러나 이러한 프리챌에 암운이 드리워진 것은 2002년 10월, ‘위험한 도전’에 나서면서다. 100만 개가 넘는 커뮤니티의 주인들에게 ‘커뮤니티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더 이상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다’며 유료화를 선언한 것. 포털업계 전체의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포털서비스에는 돈이 될 만한 모델이 없어 ‘서비스 유료화’는 포털업계의 최대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프리챌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커뮤니티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줄고 추가 이탈이 이어지면서 이용자 수는 곤두박질쳤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전제완 대표가 횡령을 저지르면서 프리챌은 점차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갔다.



재기 첫발부터 ‘비틀’

이런 프리챌이 최근 재기를 선언하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인력 채용 공고도 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프리챌의 재기도전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안쓰럽기만 하다. 재기 첫 발부터 황당한 모집공고로 비틀거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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