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G20 항명카드’ 만지작 왜?

2010.08.31 10:48:10 호수 0호

하루 20억 손해… 정부가 까라면 까야 하나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조만간 큰 결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지만, 상대가 정부란 점에서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 그저 눈치만 볼 뿐 빼도 박도 못할 처지다. 정 회장이 내쉬는 한숨을 담아봤다.

G20 기간 코엑스 주변 상업시설 영업통제 추진
매출 1위 무역센터점 진퇴양난…휴점 여부 고심


오는 11월11일부터 이틀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 주변을 통제하는 방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부는 코엑스 인근 상권의 전면 또는 부분 영업통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G20 준비위원회 측은 “G20 회의가 코엑스에서 열리는 동안 인근 대형 유통시설과 상가들이 통제구역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행사여서 유동인구가 몰리는 코엑스 주변 시설들의 출입통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머리를 싸매고 있는 이유다. ‘G20 스트레스’로 밤잠까지 설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주변 통제 불가피



아직 세부적인 통제 계획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코엑스몰, 인터컨티넨탈 호텔 등과 함께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 통제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준비위 측은 코엑스몰과 인근 대형시설들의 영업을 일부 통제할지, 전면 통제할지를 검토 중이다. 이미 코엑스몰 입주업체 관계자들의 협조를 요청하는 설득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무역센터점이 그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정 회장의 고민이 시작된다. 영업통제 범위에 무역센터점이 포함될 경우 그룹의 막대한 손실이 불 보듯 뻔하다. 무역센터점은 지난해 715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국 10여개 현대백화점 점포 중 1위를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등 전국 백화점 랭킹에선 5위권이다. 만약 무역센터점의 영업이 중단되면 하루 20억원 정도의 타격이 예상된다.

수도권에서 매출이 가장 높은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과 압구정 본점, 목동점 순이다. 유동인구가 많고 명품구매가 높은 상권인 무역센터점은 ‘맏형’압구정 본점에 밀리다 2001년 추월해 주도하고 있다. 일단 주변의 분위기를 살피고 있는 정 회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그저 눈치만 볼 뿐 빼도 박도 못할 처지다.

준비위는 조만간 통제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이달 중 각 업체와 상인들에게 고지할 예정이다. 준비위의 휴무 요청이 들어온다면 정 회장으로선 영업을 위해 승낙할 수도, 미운털이 박힐지 몰라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국가적 행사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영업통제 수위에 유난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 회장이 고심하고 있는 것과 달리 그룹 측은 G20 기간 중 무역센터점의 영업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양쪽의 협의가 진행된다고 해도 보상 등의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룹 관계자는 “업계에서 G20의 보안상 인근 상권 전체가 문을 잠시 닫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준비위의 휴점 요청 등 공식적으로 영업통제와 관련해 어떤 내용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따라서 아직 이렇다 할 회사의 구체적인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기본 방침은 정상 영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적으로 휴장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자발적인 휴업을 위해선 보상 문제 등이 적절하게 해결돼야 한다”며 “다만 준비위의 협조 요청이 들어온다면 조율을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역센터점은 전면 휴무가 아니더라도 인근지역 통제로 영업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G20이 열리는 기간 코엑스 일대에 검문소가 설치된다. 정부는 코엑스를 중심으로 반경 600m일대에 검문소 30여 곳을 세워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최고등급의 경호 대책이다.

미운털 박힐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 들어서 있는 블록은 펜스로 둘러쌀 것으로 보인다. 코엑스 주변은 상주인구만 8만여명인 데다 코엑스몰의 하루 평균 유동인구도 10만명에 육박해 경호에 각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준비위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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