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사고차 새차로 둔갑 판매 의혹 추적

2010.08.31 10:33:43 호수 0호

“우리 차는 원래 다 그럽디다~”


쌍용자동차가 생산라인에 문제가 생긴 차량을 재생해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소비자가 구매한 새 차의 앞 범퍼 도장이 3번 덧칠해져 있는 것을 발견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쌍용차는 범퍼가 구실하는데 지장 없으니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세계적 자동차 업계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토요타 사태 이후 세계 자동차 업계는 품질관리에 온통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구매 시부터 차량 찌그러져 있는 등 문제 잇따라
도장 3겹…“라인에 문제가 생기면 고쳐서 판다”
쌍용차 직원 “내 이름 B다, 됐습니까?” 비아냥


지난 2004년 A씨는 쌍용차 ‘로디우스’를 구매했다. 2010년 4월까지 잔고장 없이 잘 타고 다니던 A씨는 지난 5월 ‘뉴 로디우스’를 구매했다. 6년 동안 ‘로디우스’를 몰면서 강한 애착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량을 인도 받은 순간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차체 일부와 스텝판넬이 찌그러져 있던 것. 황당했던 A씨는 그 자리에서 차량을 돌려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쌍용차 영업소에서 전화가 왔다. 당시 쌍용차 측 직원은 “A/S 해드릴 테니 차를 받아 달라”며 통사정을 했다. 이에 A씨는 마지 못해 차량을 인도 받았다.

“기능에 문제없다”

하지만 이전 차량에서 GPS를 옮겨 달던 A씨는 대시보드가 찌그러져 있던 것을 발견했다. 그길로 영업소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그러자 영업소 직원은 “A/S를 해주겠다”며 회유했다. 대시보드를 교환하려면 핸들, 오디오, 체인지레버, 계기판을 비롯, 차량 전면의 모든 장치를 뜯어야 하기에 내키진 않았지만 영업소 직원의 제안에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와이퍼, 핸들리모콘, 시계액정 등 수도 없이 A/S를 받았다.

그러던 중 지난 7월30일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 사고 난 차량을 본 A씨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앞 범퍼의 도장이 세 번이나 덧칠 돼 있던 것. 분통이 터졌다. 쌍용차가 사고차를 새 차로 둔갑시켜 판매한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지난 8월2일 쌍용차 고객센터를 방문해 상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휴가철과 맞물려 제대로 된 상담을 받을 수 없었다.
 
A씨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삼키며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리고 지난 9일, 다시 상담센터를 찾았다. 이 때 A씨는 상담 직원으로부터 황당한 답변을 듣게 됐다. 당시 쌍용차 상담 직원은 “생산라인에서 문제가 생긴 차량은 A씨의 차처럼 수정해서 판매한다”며 “쌍용차는 다 그렇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에 재차 “다른 소비자들도 나처럼 재생된 사고 차량을 구입하느냐”고 묻자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쌍용차에 우롱당했다는 느낌에 치밀어 오르는 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쌍용자동차 측 관계자는 “범퍼의 경우 부품사로부터 납품 받고 있다”며 “납품사의 규정 상 3번까지는 재도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덧칠이 됐더라도 범퍼가 구실을 하는 데는 지장 없으니 문제없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뿐만 아니라 A씨는 쌍용 측의 고객응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고객센터 입구에서 A씨를 지켜보고 있던 한 직원이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반말을 한 것. 한참이나 어려보이는 직원의 이 같은 태도는 차량 문제로 신경이 곤두서 있던 A씨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에 A씨가 해당 직원의 이름을 묻자 그는 “내 이름 B다. 됐습니까?”라며 비아냥거렸다.

적반하장으로 큰소리치는 직원의 태도에 황당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 이어 B직원은 “내가 도장 책임자니 차량을 보러가자”고 했다. 도장의 두께를 잰 B직원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의 횡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씨가 고객센터의 다른 직원과 상담을 하고 있는 동안 B직원은 부하직원들에게 “다 올라와”라고 고함을 치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



“세계 흐름에 역행”

이에 쌍용차 측 관계자는 “고객이 먼저 심한 욕을 했기 때문”이라며 “나중에 정중히 사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쌍용차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자동차업계에서는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전세계 자동차업체는 자발적으로 리콜에 나서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업체는 불과 몇 건의 소비자 불만은 물론 단 1건이 접수되더라도 리콜에 나서는 등 품질관리에 온통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 업계관계자는 “토요타 사태는 품질저하와 이를 쉬쉬하려는 태도 때문에 빚어졌다”며 “제 2의 토요타가 되고 싶지 않으면 품질관리에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