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울타리의 증언

2010.08.24 11:00:07 호수 0호

가시울타리의 증언, 민중실록이다!


황용희 저 / 멘토프레스 펴냄 / 1만2000원



인간의 죄와 벌, 고문과 사형제 등 화두로 펼쳐지는
시와 문학, 철학적 사색에 충만된 교도관의 감옥이야기

흑산도 출신의 섬소년이 어른이 되어 미군이 물려준 M1소총을 둘러메고 교도소 감시대에서 근무를 시작한다. 어스름 밤 8시, 구슬픈 트럼펫 소리가 교도소 내에 울려퍼지면, 저자는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의 주인공 몽고메리 클리프트가 트럼펫으로 〈적막의 블루스〉를 불어대던 모습을 떠올리며 비애와 탄식에 젖는다.

이 책은 30년간 영등포교도소에 근무하고 있는 현직 교도관 황용희가 쓴 감옥 이야기이다. 격동의 80년대 현대사를 교도소에서 체험한 그의 글 속에는 12·12 군사반란 관련자, 이부영, 김근태, 이근안, 전경환 그리고 6월항쟁 등에 얽힌 비화들이 등장한다. 특히 6월항쟁을 촉발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자 이부영이 어떻게 함세웅 신부에게 관련 문서를 전달하는지 그 과정이 소상히 담겨 있다.

<가시울타리의 증언>에서 최초의 관련 문서를 전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안유 계장이 소개되는데, “안유의 공분과 양심이 없었던들 ‘박종철군 고문치사 은폐조작 사건’이 제대로 알려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본문에서 전하고 있다.

본문에는 또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탈주하려던 지강헌, 소금물로 철창을 삭히는 사나이, ‘착한 사마리아인’의 마음을 발휘하다 사람을 죽인 청년, 바늘을 삼키는 꼴통, 베트남전에서 금괴를 밀수한 사나이, 교도소 내에서 온갖 기발한 술이 만들어지는 진풍경, 사형수 청년의 슬픈 영혼을 달래주고자 강물에 법선을 띄우는 모습 등, 죄와 벌의 과정 속에 벌어지는 온갖 인간 군상의 모습을 엄숙하게, 때론 익살스럽게,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부영은 <추천사>에서 “이 수기를 읽은 독자들은 저자의 독서량과 만만치 않은 문장력을 접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 책은 ‘가시울타리 속 민중사-민중실록’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동서고금 감옥의 역사를 넘나드는 저자의 필력은 어느새 4천 년 전 고조선의 ‘팔조법금’으로 거슬러 올라가더니 망이·망소이, 묘청, 홍경래, 정여립, 전봉준 등 혁명을 꿈꾸다 ‘피의 보복’을 당하는 처형 현장을 목도한다.

또한 조선의 가혹한 형벌제도를 개탄하며 일제압박하에 형무소에서 의롭게 죽어간 독립투사들의 모습도 투시한다. 감옥 안에서 삶과 죽음의 본질을 꿰뚫고 인생의 진리를 깨달은 문호들의 얘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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