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건설 전 협력사 대표 충격고백

2010.08.24 10:14:36 호수 0호

죽도록 로비했지만… 난 버림받았다

월간지 <신동아>는 최근 8월호 기사를 통해 신세계건설의 로비의혹을 보도했다. 이를 폭로한 정모씨는 로비내역이 담긴 다이어리 총 20여 권을 공개했다. 다이어리에는 정치인, 공무원, 기자를 대상으로 로비활동을 한 기록이 적혀있다. 정씨는 “신세계가 이사 명함까지 만들어주면서 민원해결·로비를 부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신세계는 “정씨에게 로비를 청탁한 적 없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나서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임원 명함까지 만들어주며 로비 청탁했다”
“이마트 건설과정에 수십억대 정·관계 로비”


<신동아>의 보도에 따르면 코디오건설 전 대표인 정씨는 신세계건설이 이마트 등 각종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관계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로비를 벌였다고 폭로했다. 특히 정씨는 자신이 공사에 참여했던 공사현장 50여 곳 중 20곳 정도에선 자신이 직접 로비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모든 대관(對官) 업무(로비)는 신세계 측의 요청을 받고 진행했으며 공무원, 정치인, 기자들에게 수백~수천만원의 현금을 건네거나 향응을 베풀고 심지어 성접대를 제공한 적도 있다. 그동안 신세계와 관련된 각종 관청 대상 민원 및 인·허가에 따른 일체경비로 쓴 돈은 총 21억원가량 된다”고 주장했다.



“로비 주도했다”

정씨는 인터뷰 과정에서 신세계건설과 코디오건설의 관계, 각종 로비내역, 로비를 받은 정치인·공무원·기자의 명함 100여 장, 2008년경부터 신세계 측에 보낸 각종 탄원서와 편지 등이 포함된 A4 용지 60쪽이 넘는 문건을 공개했다. 자신이 작성한 문건에 대해 정씨는 “지난 10여 년간 써온 20여 권의 다이어리에 적혀 있는 것들을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이어리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며 중요한 내용을 글로 엮었다는 것이다.

정씨가 신세계를 위해 정·관계 로비를 시작한 것은 1999년 서울 가양 이마트 공사 때부터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그는 해결사로 나섰고, 그때마다 멋지게 해결해 냈다. 공사현장 당 로비에 쓰인 자금은 대략 2~3억 정도. 신세계에서 돈을 내려 보내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사재를 털어야 했다. 정씨는 “신세계는 다음 공사를 준다는 것을 미끼로 계속 코디오건설과 나를 끌고 들어갔다. 분명한 것은 좋아서 로비를 하고 다닌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신세계의 부탁과 지시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일로 신세계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난 신세계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로비를 했다는 증거가 그동안 써온 다이어리에 모두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다이어리에 처음 등장하는 사업장은 가양 이마트(1999년)이고 마지막은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 신세계건설이 참여하고 있는 의정부 민자역사다. 정씨는 “이것은 내가 직접 주도해서 정·관계 로비를 한 경우만 모아놓은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지 않은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로비가 관행처럼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상 신세계건설의 사업 파트너였다. 정씨는 “파트너십을 이루면서 인·허가를 내가 총괄하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정부역사 사업 때는 신세계에서 아예 자기 회사 임원 명함까지 만들어주며 일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어째서 로비사실을 폭로하기에 이르렀을까. 그 이유는 정씨가 지난 2008년 5월19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대체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편지에는 신세계그룹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절절히 담겨 있다.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신세계건설 대표 외 모든 임직원은 열심히 일하는 협력사는 절대 버리지 않겠다는 말씀과 함께 저에게 타 종합건설업체의 공사를 수주하지 말고 오직 신세계건설 공사만을 하도록 종용하였습니다. 그동안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주는 대신 관청 대상 민원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수없이 받아왔고, 그때마다 열의를 다해 해결에 앞장섰습니다. (중략) 신세계건설은 관청 대상 민원 해결로 수십억원의 예산절감과 공기단축 및 각종 혜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르는 경비일체와 노력은 오히려 협력업체에 떠넘기는 불공정함은 물론, 허가증 받을 시에 관공서에 통상적으로 관 건축과를 비롯, 여러 행정과에 상납하는 인사금액까지 코디오건설에 떠넘겨 지불토록 하였습니다.”

로비사실 전면부인

하지만 신세계는 <신동아>에 보낸 질의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질의서에서 신세계는 “정씨가 각종 공사 수행과정상에 신세계건설을 지원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설사 이 말이 맞다 하더라도 이는 신세계건설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 신세계건설의 공사를 낙찰받기 위해 정씨가 나름대로 노력한 것에 불과하다.

신세계건설은 이러한 정씨의 주장을 본인이 여러 차례에 걸쳐 다양한 채널로 주장함에 따라 사후에 인지하게 된 것이다. 신세계건설로부터 그동안 수백억원의 공사를 낙찰 받아 정상적인 운영을 해오다가 본인의 판단 잘못으로 악성 수주로 입은 금전적 손실과 타인에 대한 보증 등을 보전하기 위해 당사에 자금대여, 수의계약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해오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여기저기 왜곡된 사실을 확대해 배포하게 된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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