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선술집, 오술차의 기적

2015.11.23 09:14:46 호수 0호

엄륭, 김경환 저 / 쌤앤파커스 / 1만5000원

이 책의 저자이자 오술차의 주인장 엄륭과 김경환은 장사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뼛속까지 월급쟁이’인 사람들이었다. 불과 2년 전까지는. 하지만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엎어지고 자리가 없어진 그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 장사해볼까?’하며 의기투합한 뒤 이전과는 180도 다른, 청개구리 장사꾼으로 돌변한 이들. 장사 선배들의 조언을 듣기는커녕 오히려 정반대로 행하고, 기존의 장사판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엉뚱한 짓들을 벌이기 시작한다.
“당분간 쉴 생각하지 마. 휴일 없이 빡세게 영업하라고.” “알지? 손님은 왕이야. 잘 뫼셔라” “많이 남는 장사해야지. 안주 가격 좀 높게 매겨.” 우리가 장사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선배들이 조언한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이 조언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행동을 했다.
자영업 생존율 51.6%. 바야흐로 ‘자영업’ 절망의 시대가 왔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게 식당 간판이고 여는 족족 망하는 게 자영업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리는 지금, ‘선술집’이라니. 그것도 술집 경험이라곤 단골 포장마차에서 그저 부어라 마셔라 한 기억밖엔 없는 완전 생초보 두 남자가 일을 치고 말았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건 그런 그들이 차린 사당역 귀퉁이 ‘허름한’ 선술집이 줄을 세워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것! 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우린 놀기 위해 장사를 시작했다”는 그들이지만, 누구보다 정확하고 예리하게 이 시대가 요구하는 술집의 콘셉트를 간파했다. 혼자서도 편하게 술 마시고 싶다는, 주머니 가벼운 싱글족을 위한 술집. 모든 메뉴는 단돈 5900원이다. 주인장의 역할은 유유자적하며 손님과 말벗이 되어주는 것. 그렇기에 다른 장사꾼들처럼 ‘빡세게’ 일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직장에서 죽자 사자 일하며 벌었던 월급의 몇 배는 넉넉히 번다!
초보 장사꾼이 골목 구석의 작은 매장에서, 저가의 메뉴로 싱글족 손님을 상대하며 많은 단골을 만들고 연일 손님들로 줄을 세우기까지, 이들은 세상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며 쌓아온 자신들만의 독특한 장사 철학과 노하우를 <작은 선술집, 오술차의 기적>에 담았다. 돈도 경험도 없었기에 오직 스스로의 몸과 머리로만 모든 어려움을 풀어내야 했고, 남들보다 두세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으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창의적인 생각을 계속해야 했다.
이 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는 현장에서 부딪힌 이들의 다양한 고민과 그 해결책, 가게의 목을 찾는 것부터 매출을 끌어올리는 노하우까지 장사의 A to Z가 빠짐없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도 ‘사람답게 살겠다! 일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며 송곳처럼 뾰족하게 들고 일어선 이들이 이루어낸 통쾌한 성공담은 절망의 시대를 사는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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