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제22회 월드미스유니버시티대회 공정성 논란

2010.08.17 09:42:23 호수 0호

“1등은 처음부터 정해졌다(?)”


세계미인대회 중 유일하게 한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것이 월드미스유니버시티 조직위다. 국제평화 활동을 지원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세계대학생평화봉사사절단 대표를 뽑는 대회로 1986년 5월 조직된 비영리 민간단체다.

올해로 벌써 22회째를 맞았다. 따라서 대회 특성도 상업적인 미인대회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조직위 측 말이다. 그런데 지난 8일 우리나라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2회 대회가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1등을 미리 정해놓고 한 행사라는 의구심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회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미스코리아 선 출신 조은주, 같은 대회 연이어 출전 ‘대상’
나이 제한 통과 의문·심사위원 특정후보 보도자료 배포


이번 제22회 월드미스유니버시티대회에서 1등에 해당하는 지(知)에 우리나라 조은주가 당선됐다. 2위격인 덕(德)에는 브라질 대표 Salcy Da Encarnacao Lima가, 3위격인 체(體)는 폴란드 출신 Anna Maria Tarnowska가 차지했다.

월드미스유니버시티는 미인대회라고 하기보다는 지, 성, 미를 골고루 갖춘 아름다운 여성을 뽑는 봉사 단체의 성격이 짙은 대회다. 이번 대회에는 1, 2차 예선을 거쳐 선발된 36개국 36명의 세계 대학생들이 참가했다.

참가자격 만 25세 이하

조은주(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는 지난해 7월24일 열린 국내 미스유니버시티대회에서 1위에 해당하는 지에 당선됐다. 덕에는 유지은(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체에는 이지현(이화여자대학교)이 당선됐다. 이들 3명이 지난 8일에 열린 22회 월드미스유니버시티대회에 우리나라 대표로 참가했다. 지난해 세계대회는 신종플루 영향으로 개최되지 못했다.

이번 월드미스유니버시티대회 조은주 1등 당선 논란의 시발은 나이다. 월드미스유니버시티 조직위에 따르면 대회 참가자격 조건은 만 25세 이하 대학생 및 대학원생, 해외 대학생이면 누구나 참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조은주의 실제 나이는 1983년 6월생이다. 한국 나이로 28세. 조은주의 미니홈피에 소개된 프로필에 따르면 양력으로 6월15일(음력 5월 5일)이다.

이에 따라 월드미스유니버시티대회가 열린 8월 8일을 기준으로 하면 만 27세가 된다. 참가자격 조건인 만 25세를 한참 지난 나이다. 이에 대해 주최측 관계자는 “지난해 7월24일 국내 대회를 통해 선발된 시기의 나이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느 세계대회 기준을 보더라도 나이 제한이 있는 경우는 행사 참가 시점이다.

대표적인 나이제한 스포츠인 축구의 경우 2~3년 전에 치러지는 예선전 나이로 참가자격을 정하지 않는다. 본선 대회 참가 나이가 제한이다. 대회 팜플렛에 잘못 기재된 나이도 고의성이 있다는 비판이다. 이번 대회 팜플렛에는 조은주의 나이가 24세로 되어 있다. 조직위의 의도적 실수인지, 조은주가 나이를 줄인 허위서류를 제출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이미 2007년도에도 월드미스유니버시티에 출전해 ‘평화봉사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음을 비춰볼 때 조직위가 나이를 몰랐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은주의 월드미스유니버시티대회 1등 당선이 확정되자 9일에는 조은주 관련 기사가 수많은 매체에서 쏟아져 나왔다. 내용은 비슷하다. “168cm, 48kg의 몸매와 빼어난 외모, 거기에 3개 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 능력을 지닌 미스코리아 선 출신의 유능한 재원 조은주가 대상인 지(知)를 차지했다”는 것.

확인 결과 보도자료를 배포한 곳 중 하나는 서울종합예술학교다. 7월27일 합숙행사가 시작된 직후인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보도자료를 작성, 언론에 배포했다. 7월 말에 배포된 자료에는 ‘미스코리아 선 출신의 조은주가 월드미스유니버시티에 도전한다’ ‘봉사활동 경력 많아 수상 유력’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대회가 끝난 후에는 당선 내용과 조은주의 이력을 소개하는 자료들이 배포됐다. 서울종합예술학교 김민성 이사장은 이번 대회의 심사위원이다.

공교롭게도 조은주의 채점은 보도자료와 비슷하다. 합숙기간 중에도 보도자료는 봉사활동을 강조했다. 채점결과도 봉사활동 서류 점수에서 평균 이상을 받았다. 조직위 측 관계자는 “지덕체 중 체의 점수가 참가자 중 최고였다”고 말했다. 체는 외모 등 외적인 면을 말한다. 공정성을 가져야 할 심사위원 측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보도자료를 언론에 흘리고, 보도자료에 어울리게 채점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이미 1등을 정해놓고 시작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종합예술학교 측은 “조직위가 언론 홍보를 하지 않아 알리기 위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직위 측은 “언론 보도를 타 기관에 요청하지 않았다. 우리도 이렇게 기사가 많이 나가고 반응이 뜨거울 지 몰랐다”는 응답이다. 조은주는 지난해 7월 24일 개최된 2009년 월드미스유니버시티 한국대표 선발대회 최고상인 ‘지’를 수상하면서 중복출전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2007년 같은 대회에서 ‘평화봉사상’을 받은 데다 2007년 미스코리아 선에도 당선된 알려진 인물이 대학생인 초보자와 함께 경쟁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월드미스유니버시티 한국대회 본선 진출자 모임인 ‘지수회’에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조직위원회가 “지덕체의 수상자가 아니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에 묻혔다.



의도적 보도자료 배포

한편 이번 대회의 심사위원장은 이기수 고려대총장이었으나 외부 행사문제로 불참했다. 심사위원으로는 김민성 서울종합예술학교 이사장, 패션디자이너 하용수, 정태원 대한변호사협회 이사, 이재호 대한의사협회 이사, 박강수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회장 등이 참여했다. 수상자들은 세계대학생평화봉사사절단으로 임명돼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세계에 전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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