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흰피’엄마 젖의 힘!

2008.10.10 17:08:21 호수 0호

중국산 저질 분유 파문으로 ‘모유’가 빛을 발하고 있다. 사회 변화와 우유, 조제분유의 일반화로 그 위치가 흔들렸던 적도 있으나 분유가 발달하면 할수록 ‘모유는 아기에게 완벽한 영양식’이라는 사실은 강해지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아이와 산모의 건강에 둘 다 좋은 모유수유를 권장해왔지만 모유를 먹일 수 있는 장소 부족과 사회적인 인식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에 확대 속도가 느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임산부나 사회가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
여기에 최근에는 모유수유가 아이 면역력뿐 아니라 산모의 다이어트에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자신의 몸과 아이의 건강을 모두 챙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 항목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확대되고 있다.
모유가 아기에게 주는 장점은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엄마의 젖이 아기에게 가장 큰 선물이라고 불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으로 영양분은 물론이고 엄마가 이미 가지고 있는 병에 대한 면역까지도 아기에게 줄 수 있다.

모유는 흰피, 완벽한 영양식

실제로 위생시설이 열악하고 예방사업수준이 낮은 개발도상국 42개 나라들의 통계에서 생후 6개월 완전모유수유를 하고 생후 1년간 보충수유를 한 경우 5세 미만 어린이 사망률을 매년 13% 줄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영국에서의 대규모 코호트 조사에 의하면 생후 6개월간 완전모유수유를 한 아이들의 경우 모유수유를 하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설사로 인한 입원은 53%, 매달 상기도염에 걸릴 위험은 27% 감소했고 부분 모유수유를 한 아이들은 각각 31%, 25%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엄마 젖은 ‘흰피(white blood)’라고 불릴 정도인데 그것은 엄마 혈액의 적혈구, 백혈구, 임파구 등 혈액의 모든 성분이 젖을 통해서 아기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모유는 자신의 아기에게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적절한 영양분을 제공한다. 엄마젖의 성분은 초유나 엄마젖은 재태기간에 따라 다르고 성숙유는 매일 매시간 또는 수유에 따라 아기의 성장에 맞도록 성분이 달라진다.
모유 수유시 아기가 받는 영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한원보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엄마 젖을 먹으면서 듣는 엄마의 심장 박동수와 엄마의 목소리는 태내에서 들어온, 40주 동안 늘 들어오던 소리이기 때문에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이는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 교수는 “모유로 자란 아이들의 지능지수(IQ)가 높다는 일부 연구도 있지만 엄마의 지능지수를 보정한 대규모의 연구가 필요하다”며 “WHO의 연구에서는 모유수유아가 성인이 됐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게 나와 모유수유가 성인의 심혈관계질환에 대한 예방효과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모유수유의 장점은 아기의 영향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엄마는 젖을 먹이며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생산되는데 이 호르몬은 임신으로 이완된 산모의 자궁을 임신 전 상태로 복귀시키는 역할을 하며, 출산 후의 출혈을 멎게 한다.
특히 아기에게 하루에 8~12회 수유를 하면 열량소모가 많아져 임신 중에 증가한 체중이 자연스럽게 빠지게 된다. 엄마가 굳이 음식을 많이 먹지 않아도 젖을 생산하고 있으므로 칼로리 활용률이 높아지기 때문.
대한모유수유의학회 학술이사 서정완 교수는 “모유수유가 산모의 다이어트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 번에 5백~6백kcal 이상 아기에게 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이어트가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의들은 아기에게 모유만큼 완벽한 영양은 다시 없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산모들은 모유수유를 쉽게 선택하고 있지 못하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더욱 심각해 2004년 발표에 따르면 국가별 모유수유률은 유럽이 75%, 미국이 52%, 일본이 45%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6%이다. 물론 활발한 홍보로 현재는 그 수치가 부쩍 올라가고는 있으나 여전히 선진국에 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은 모유수유를 위한 사회 제반 시설 부족, 인식 부족 등의 원인이 대부분이지만 여기에는 분유에 대한 믿음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모유 VS 분유, 확실히 다르다

그렇다면 분유나 우유는 정말 모유를 대체할 수 있을까.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강진희 교수는 “면역 성분을 살펴보면 모유에는 항체 이외에도 락토페린(lactoferrin), 라이소자임(lysozyme), 카제인, 지질, 단당류, 효소, 프로스타글란딘, 성장인자, 호르몬과 면역체계를 조절하고 감염에 대항하는 여러 세포들이 함유돼 있고 이것은 그 어떤 분유도 모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여러 분유 회사가 모유와 가까운 분유를 만들려고 과거부터 꾸준한 노력을 해오고 있지만 우선 면역체는 우유에 없는 것이고, 이것이 아기가 가장 환경에 약한 시기인 생후 1년 간, 아기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는 것.
더불어 대표적으로 조제분유에 포함된 단백질의 종류인 카제인은 엄마의 카제인과는 다른 종류라서 소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고 단백질의 경우 우유에 많은 것 같으나 우유의 단백질은 모유와 달라 소화도 잘 안 되고 모유보다 질이 떨어진다.
강진희 교수는 “무기질 양은 조금 많기는 하지만 실속은 없다(우유: 0.8g/1백g, 모유: 0.2g/1백g)는데 철분의 경우 모유의 철분은 49%나 흡수되는데 조제분유의 철분은 4% 만이 흡수되고 그나마 흡수 후에도 분실되는 경우가 많다”며 “모유의 철분은 락토우즈, 비타민 C의 흡수도 촉진하나 우유는 그렇지 못하다”고 분석했다.
인공 수유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도 전문의들은 차이점으로 꼽는다.
우유병, 인공 젖꼭지의 소독 과정, 분유를 타기 위해 사용되는 물 등을 통해서 병원균 감염의 기회가 증가할 수 있고 엄마 젖을 먹을 때에는 아기가 젖을 빨고 삼키고 숨 쉬는 것의 조절이 가능하지만 우유병은 아기가 빨지 않아도 흐르게 돼 있어 우유가 중이로 들어가는 확률이 높아진다.
결국 전문의들은 아무리 우유에 부족한 것을 더하고 지나친 것을 뺀다고 하더라도 인공적으로 엄마젖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사람의 젖인 엄마 젖만이 아기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고은 <메디컬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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