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국책사업 탈락한 내막

2010.08.10 09:07:04 호수 0호

바보야, 문제는 ‘상생협력’이야!

2차전지 분야에서 잇따라 희소식을 알리며 승승장구하던 LG화학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가 주도하는 대형 국책사업 선정 과정에서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부문에 열세를 보이며 탈락한 것. 이에 따라 관가 안팎에서는 상생협력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변화의 시작종이 울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반짝 상생’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다 먹겠다는 생각으로 컨소시엄 규모 작아”
“‘반짝 상생’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 우려도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는 지난 2일 세계시장 선점 10대 핵심소재 사업자를 발표했다. 열흘간의 이의 신청기간이 남아있긴 하지만, 사실상 최종 선정이나 마찬가지다.
소재 분야 차세대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이 사업은 시작부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8년까지 무려 1조원에 달하는 정부지원이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LG화학 탈락 의외



뚜껑을 열어보니 10개 중 8개 사업 컨소시엄에 수요기업인 대기업이 컨소시엄 총괄기관으로 참여했다. 포스코와 LG, 삼성 등 소재분야 핵심 기업들이 각각 2개 사업씩에 포진해 구도도 안정적이다.

다만 고에너지 2차전지용 전극 소재 분야 사업자 선정에 대해선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와 2차전지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잇따라 희소식을 알리며 대상 기업으로 유력시 되던 LG화학 컨소시엄이 삼성SDI 컨소시엄과의 경합에 밀린 것이 그 이유다. 고에너지 2차전지용 전극소재는 자동차용과 전력저장용 2차전지에 쓰이는 차세대 핵심기술이다.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합한 두 컨소시엄의 승부를 가른 것은 다름 아닌 ‘중소기업 참여항목’이었다. 삼성SDI 컨소시엄이 참여기업 19곳 중 15곳이 중소기업이었던 반면 LG화학 컨소시엄의 경우 7곳 중 중소기업은 3곳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SDI가 “중소기업에 사업비 중 54%를 할당하고, 대기업에는 23%만 배당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기술개발도 지원 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비해, LG화학은 “올 6월 사업 신청 때는 대학·연구소와 기술 협력을 맺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뀐 것 같다”고 밝혔다.

지경부 관계자는 “현재 두 기업의 기술력만 비교하면 LG화학이 우세할 수 있다”며 “하지만 삼성SDI가 훨씬 많은 중소기업과 협력한 점을 높이 평가해 삼성SDI 컨소시엄을 지원 대상 기업으로 정했다”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LG화학은 거의 자신이 다 먹겠다는 생각으로 컨소시엄 규모가 굉장히 작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LG화학은 연구 과정에서 정부의 예산을 많이 사용하겠다는 입장이었던데 비해 삼성SDI는 거의 ‘살신성인’ 수준으로 정부 예산 대신 자신의 돈을 투자해 기술을 개발한다고 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LG화학은 울상을 짓고 있다. 2차전지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던 행보에 제동이 걸리게 됐기 때문이다.

관가 안팎에선 이번 사업 선정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변화의 일종의 ‘시발점’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이 잇따라 중소기업 위주의 강도 높은 정책변화를 주문한 이후, 지경부를 비롯한 경제 부처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중소기업을 챙기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 대한 전방위 압박도 다양한 방법으로 병행되고 있다.

당장 이번 세계시장 선점 10대 핵심소재 사업(WPM) 선정만 해도 직접적인 압력은 없었지만, 앞으로 정부와 ‘협조’하며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중소기업과 상생이 필수조건이란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지경부 관계자는 “WPM 사업의 경우 이 대통령 발언 이전에 이미 시작됐지만, 앞으로 우수한 중소기업 육성에 최대한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이라며 “전반적인 국책사업 기조가 중소기업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WPM 사업 운영과정에서 중소기업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것”이라며 “사업 결과로 획득한 특허 전용실시권은 되도록 중소기업에게 이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짝 상생 아니냐”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업계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짝 상생’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나 정치권 등에서 ‘상생’이란 구호를 외쳐왔지만 그때뿐이었다”며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누그러지면 대기업도 나몰라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대기업들이 협력업체 확대나 하도급 문제에 공정성을 담보한다고 하더라도 내부 기준을 높여 중소기업들의 접근을 아예 차단할 수도 있다”며 “결국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어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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