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광약품 '기막힌 대물림' 노하우

2015.11.02 10:50:07 호수 0호

요리조리 물타기 절묘한 타이밍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김동연 부광약품 회장이 속보이는 행보로 눈총을 사고 있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 뒷말은 주식시장에서 흘러나온다. 무슨 사연일까.

 


아락실, 코리투살, 파로돈탁스, 훼로바 등으로 유명한 부광약품은 최근 창립 55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아이진 주식 52만주의 11.2%에 해당하는 약 5만8000주를 임직원들에게 무상 지급하기로 했다.

속보이는 행보?
 
주요 경영진을 제외한 600여명의 임직원들에게 직위, 근속 및 업무성과를 고려해 수십주에서 500주까지 무상으로 차등 지급한다. 아이진은 2000년 6월 설립된 바이오의약품 개발 벤처회사. 2013년 11월 코넥스에 상장된 이후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상장이 확정됐다. 아이진은 당뇨성망막증에 대한 유럽 임상을 진행하는 등 독점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미래 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부광약품의 깜짝 보너스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임직원에게 주식을 무상 지급한 바 있다. 1988년 상장 때 전체 주식의 10%에 해당하는 주식을 지급했다. 부광약품 주가는 10월28일 종가 기준으로 2만4950원을 기록했다. 
 
2011년엔 회사가 보유한 안트로젠 주식 약 200만주의 20%인 40만주를 무상 지급했다. 임직원은 1000주, 715주씩 균등하게 챙겼다. 당시 평가액 2750원이던 안트로젠 주식의 현재 장외가격은 약 3만원. 현 시세로도 직원 개개인이 수천만원의 이익을 얻은 셈이다. 안트로젠은 부광약품 계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전문업체로,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이쯤 되면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부광약품은 왜 직원들에게 선뜻 주식을 내놓는 것일까. 일단 실적이 크게 좋아진 것은 아니다. 부광약품은 2014년 매출 1308억원에 영업이익 230억원, 순이익 183억원을 냈다. 지난해엔 각각 1413억원, 280억원, 235억원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회사에 큰 경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회사 측이 전한 이유는 간단하다. 단지 상생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임직원이 회사의 고용인이 아닌 파트너임을 인식하고 있다”며 “직원의 발전과 함께 회사가 성장한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직원들과 상생하는 관계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선 김동연 부광약품 회장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기막힌 주테크와 세테크를 두고 뒷말이 나도는 것.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도 다른 재벌들과 다를 바 없다”고 귀띔했다.
 
김 회장은 후손들에게 주식을 넘기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주테크와 세테크가 동원되고 있다. 세금을 줄이기 위해 주가가 저렴할 때 주식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거래한다. 
 
임직원들에 주식 무상지급 “상생 일환”
한편에선 김동연 회장 자녀에 지분증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4월 8만6693주, 9월 100만주 등 잇달아 부광약품 주식을 증여하고 있다. 주식을 물려받은 수혜자는 자녀와 손자들이다. 주인공은 아들 김상훈 사장과 딸 은주·은미씨, 손자 동환군 등이다.
 
김 대표는 4.11%(140만주)의 부광약품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은주·은미씨는 각각 1.65%(56만2505주)·1.82%(62만1250주)를, 동환군은 0.53%(18만606주)를 갖고 있다. 동환군은 올해 15세(2000년생)로 아직 미성년자다. 최대주주인 김 회장은 17.59%(599만주)를 소유 중이다.
 
시선을 잡는 대목은 거래 금액이다. 우연일까. 김 회장의 증여는 ‘귀신같이’주가가 빠졌을 때 이뤄졌다.
김 회장이 동환군에게 주식 8만6693주(주당 2만5300원)를 증여한 지난 4월 부광약품 주가는 2만5000원대였다. 부광약품 주가는 지난 7월 초 4만원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지난 9월 세 자녀에게 100만주(주당 2만3100원)를 넘겼을 땐 40% 이상 하락해 2만3000원대에 거래될 때다. 
 

오르기 전 증여하고, 오른 뒤 내려가자 증여한 셈이다. 절묘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김 회장이 증여 중간에 주식을 판 금액과 비교해도 차이를 보인다. 김 회장은 지난 6월 1만주를 장내매도 했는데, 처분단가는 주당 3만25원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김 회장 지분율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 회장의 기막힌 증여를 두고 증권가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비결은 주식배당. 김 회장은 2013년 3월 35만7027주, 2014년 3월 37주4878주를 챙겼다. 지난 6월엔 64만4244주를 배당으로 받았다. 결국 배당으로 받은 주식을 자녀·손자에게 나눠준 셈이다.
 
김 회장은 상장 제약기업 오너들 가운데 지난해 결산 배당금을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한 언론이 2014년도 결산배당을 공시한 50여 기업(지주사 포함)을 분석한 결과 김 회장이 32억여원으로 1위에 올랐다. 이어 이장한 종근당 회장(약 20억원)과 허일섭 녹십자 회장(약 18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 아들인 김 사장은 4억8000만원을 받았다.

주·세테크 눈길
 
재계 관계자는 “오너가 자녀들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주가와 세금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며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될 부분이 없지만, 만약 내부정보 이용 등 부당한 수법이 동원됐다면 사안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부광약품 경영권은?
 
부광약품은 오너체제로 경영되고 있다. 부광약품은 지난 1973년 김동연 회장과 고 김성률 회장(2006년 별세)이 공동으로 인수한 이후 40년간 CEO(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 왔다.
 
변화가 감지된 것은 2013년. 당시 김동연 회장의 장남 김상훈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오너 2세 시대가 열렸다. 김 사장은 미국 보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 부광약품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김 사장이 향후 부광약품 사령탑에 오를 것이란 전망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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