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금야금 빼돌려 카지노에 ‘와르르’

2010.08.10 08:55:50 호수 0호

대기업 대리 수억 횡령사건 전말

A그룹 계열 전자회사의 한 직원이 회사 법인카드 한도액을 몰래 높여 수억원을 빼돌린 뒤 다시 도박으로 이를 모두 탕진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여기서 문제는 4개월 동안 무려 10여 차례에 걸쳐 범행이 벌어졌는데도 회사 측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회사 법인카드 관리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여 차례에 걸쳐 4억7000만원 빼돌려
 “회사 법인카드 관리시스템에 구멍 났다”

지난 1일 서울 성북경찰서는 법인카드 사용 한도액을 높인 뒤 4억7000만원을 빼돌려 도박에 탕진한 혐의(업무상 배임 등)로 A그룹 계열 전자회사 소속 김모(34) 대리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대리는 주식투자에서 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처음 도박에 손을 댔다. 그는 순식간에 ‘바카라’ 등 카드 게임에 빠져들었고 거의 매주 강원랜드를 찾을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주식 손실금을 만회하기는커녕 월급마저 날리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더는 돈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회사 법인카드였다.

‘상품권 깡’으로 현금화

개인 법인카드는 팀장 전결만 있으면 한도액을 무한정 늘릴 수 있었다. 김 대리는 C상무의 컴퓨터에서 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자기 카드의 한도를 늘려나갔다. 최초 500만원으로 시작한 김 대리의 범행은 날이 갈수록 대담해졌고 급기야 한도액을 3억원까지 늘렸다. 한도액이 높게 책정돼 있더라도 나중에 자비로 채워 넣을 경우 회사에서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김 대리는 회사 법인카드로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한 뒤 이를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모두 10여 차례에 걸쳐 4억7000만원을 빼돌려 도박에 나섰다. 평소 “도박에는 웬만큼 자신 있다”고 자부하던 김 대리였지만 빼돌린 금액 중 2억3000만원을 다시 회사 계좌에 입금하는 게 고작이었다. 억대의 돈이 결제되지 않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회사에서 C상무에게 해명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김 대리의 범행 일체가 탄로 났다.

발각 이후 김 대리는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하지만 가족들의 권유로 자수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귀국하면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현재 김 대리를 업무상배임 등의 혐의로 지난 3일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해당 회사의 법인카드 관리체계가 지나치게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대리가 수억에 달하는 회삿돈을 쥐락펴락하는 4개월 동안 회사 측에서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냉소 섞인 조롱도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5월 A그룹 3세 K씨의 횡령과 주가 조작 혐의가 불거진 바 있기 때문이다.

K씨는 지난 2007년 탄소나노튜브 전문 업체인 N사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시세를 조정, 부당 이득 114억원을 취한 혐의(주가 조작)를 받고 있다. 또 구씨는 합병 정보를 미리 지인들에게 흘린 혐의(미공개 정보 제공)도 받고 있다.

“그 나물에 그 밥”

이와 함께 검찰은 K씨가 직원 명의로 회사 돈을 대출받아 8백억원 규모의 차명 계좌를 운영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강남의 한 사채업자를 통해 운영된 이 돈은 두 차례에 걸쳐 엑사이엔씨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투입됐다(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검찰은 현재 강남 사채업자 사무실 압수수색을 통해 추가로 확보한 차명 증권 계좌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K씨에 앞서 지난 2008년에는 A그룹 3세대인 G씨도 주가 조작으로 17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챙겨 징역 3년에 벌금 172억원을 선고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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