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는 ‘유승민 신드롬’ 명암

2015.10.26 10:33:30 호수 0호

‘신 보수’ 아이콘, 소신의 끝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지난 7월8일 사퇴 의사를 밝힌 이후 ‘잠행’을 거듭하던 그는 최근 공천과 관련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비박계 인사들과의 물밑접촉 소식도 전해진다. 지난 7월경 정가를 강타했던 ‘유승민 신드롬’이 한풀 꺾인 상황에서 그 명과 암에 대해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지난 24일자로 취임 100일을 맞은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기자간담회를 가진 그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 체제에 비해 당·청간 소통이 많으며 최근 ‘신박’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말에 “신박이라면 기꺼이 수용하고 또 그렇게 불러줄 것을 요청하겠다”며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과 가까운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답했다.

혁신적 보수

공교롭게도 유 전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압박을 받고 사퇴한 지도 약 1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지난 7월8일 사퇴한 유 전 원내대표는 당시 정가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사퇴를 전후로 지지율 고공행진에 ‘유승민 신드롬’까지 생겨났다.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유 전 원내대표의 이름을 권력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여겼다. 일례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지난 7월7일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론이 제기되자 “지금 새누리당이 유 원내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워서 마녀사냥 하듯이 내몰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현재도 그러한 시선은 이어지고 있다. 정가에서는 꾸준히 야권과의 연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여당 내 비박계에서도 최근 수세에 몰리는 이유를 유 전 원내대표의 부재로 보고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이다.


한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추석 연휴 마지막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이혜훈 전 의원을 만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관철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얘기를 유 전 원내대표에게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는 즉각 관련 보도를 부인했지만, 친박계의 공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입장을 생각한다면 우회적으로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복수의 언론은 보도했다.

또한 이름이 언급된 이 전 의원은 유 전 원내대표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신빙성을 높였다.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거취가 의원총회에 붙여졌던 지난 7월8일 이 전 의원은 “권력자가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북한식”이라며 지원사격했다.

사퇴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1위에 오르는 등 신드롬이라 할 만한 현상들이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7월10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유 전 원내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9.2%의 지지를 얻어 18.8%의 김 대표를 0.4%포인트 차로 앞섰다(7월8~9일 사이 19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그러나 정가전문가들은 해당 지지율이 야권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포함된 수라며, 곧 있을 지지율 하락을 예견했다.

현재까지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들어맞는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19일 발표한 10월 3주차 주간 집계에 따르면, 유 전 원내대표는 3.8%에 그쳤다. 수치상으로 보면 3개월 동안 지지율 15.4%포인트가 빠진 것이다. 역선택·컨벤션 효과 등 부수적인 것들을 포함하더라도 하락폭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같은 기간 순위도 1위에서 7위로 떨어졌다(10월12~16일 사이 19세 이상 남녀 2500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2.0%포인트).
 

그러나 여권 내로 범위를 축소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같은 기간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을 보면, 유 전 원내대표는 전주대비 1.6%포인트 오른 14.2%로 2위를 차지했다. 비록 1위인 김 대표(28.4%)와 두 배 차이가 나지만, 3위인 홍준표 경남도지사(8.2%)에 비해 6%포인트 높은 수치다.

그렇다면 사퇴 직후부터 지금까지 유 전 원내대표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정가전문가들은 그가 ‘혁신적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이 됐지만 반대로 기존 보수층의 표를 잃었다고 분석한다. 지난 19일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경향신문>에 낸 칼럼을 보면 “박 대통령이 개혁적 보수 유 전 원내대표를 찍어냄으로써 낡은 보수는 대세가 됐다”고 지적했다.

사퇴 100일, 유승민이 얻은 것과 잃은 것
친박계 이재만에 근소 우위, 공천장 주인은?

그런 유 전 원내대표가 최근 입을 열었다. 앞서 지난 7일 대구지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부당한 공천학살이나 차별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가 하면, “당 대표와 청와대가 싸우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안 좋은 현상이며 좀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6일에는 대구지역 한 성당에서 열린 특강에 참석해 “내년 총선에서 100% 공천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새누리당의 상향식 경선 등 공천 과정에 당연히 참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제안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선 “기존 유선전화 방식의 여론조사 경선에는 문제가 많다”며 “휴대전화 기반의 안심번호를 통한 경선이 좋다”고 지지했다.

해당 발언들이 박 대통령의 깜짝 대구 방문 후 나온 것들이라 정가는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의 방문 후 정가에는 이른바 ‘TK 물갈이론’이 나도는 실정이다.

야권으로부터의 러브콜 또한 유승민 신드롬의 한 단면이다. 여권 인사임에도 야권에서 영입을 시도하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17일 고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의 장례식이 있던 때에는 유 전 원내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와의 만남 소식이 전해지며 중도신당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표적으로 두 세력이 손을 내밀고 있다.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현 야권 틀로만 그 분(유 전 원내대표)에게 같이 하자고 하는 건 무리인 것 같다”면서도 “아마 총선 이후에 대한민국의 새로운 그림을 그릴 큰 움직임이 있을 것 같다”고 가능성을 시사했다. 26일 발간되는 김 전 의원의 저서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에는 “김문수보다 유승민이 대구를 대표하는 대선후보감”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지난 7일 평화방송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전면 개혁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설령 보수적인 분이라 하더라도 함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 전 원내대표 측은 두 러브콜 모두에 대해 “그런 일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김부겸-천정배

이와 함께 대구 중진들의 서울 출마설이 정가에 돌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죽어도 대구에 나가겠다”고 이미 선언한 바 있다. 의원실 측도 해당 설에 대해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유 전 원내대표 측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얘기는 단 하나였다. ‘새누리당과 지역구인 동구을 이외에 어떠한 것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MBN과 <매일경제 레이더P>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 동구을에서 유 전 원내대표와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43.9%의 지지율을 기록, 39.9%의 이 전 청장을 단 4%포인트 앞섰다. 친박계가 유 전 원내대표의 대항마로 이 전 청장을 민다는 소문이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10월11~14일 사이 19세 이상 남녀 500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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