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국 도박장들이 성접대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중국 언론 CCTV(중국 관영 중앙방속)가 보도했다. 일부 한국 카지노는 중국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부적절한 영업을 진행해 관련자들이 엄중 처벌을 받았다고 전했다.

“칩 10만장을 바꾸면 마사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칩 20만장은 아가씨와 잘 수 있습니다. 칩 50만장은 2박3일간 모델같은 아가씨와 48시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중국 관영 언론 CCTV가 이례적으로 제주도를 비롯한 한국 카지노의 중국인 유혹 실태를 고발했다. CCTV는 지난 12일 <초정방담>이란 프로그램에서 “한국의 도박장이 삼류 여배우까지 동원해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성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부적절한 영업실태를 공개했다.
“브로커 활개”
보도된 영상을 보면 중국 공안이 호텔 카지노 직원의 방을 급습했다. 중국 공안에 검거된 이들은 한국인과 중국 대리인 등이었다. 이들은 중국에서 불법으로 도박객을 모집하던 일당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인 도박객을 모집해 제주도에 있는 8개 호텔 카지노로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안부는 베이징, 허베이. 상하이, 장쑤성에서 일제 수사를 통해 현지 사무소의 한국인 책임자 13명과 중국 국적의 대리인 또는 간부 34명을 지난 6월17일 한꺼번에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 도박자금 3000만 위안(약 54억4000만원)에 대해 동결 조치도 취했다. 이로써 중국 당국은 한국 도박장 5곳이 개설한 도박 알선과 관련된 네트워크를 소탕했다고 CCTV는 전했다.
이에 앞서 2013년에도 공안부는 한국인 4명을 체포했으며 지난해에도 제주도 모 호텔도박장이 개설한 사무소를 수사해 8명이 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도박장이 중국에 개설한 사무실에서 어떻게 중국인들을 유인해 왔는지도 CCTV는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이들 도박장은 중국인들에게 공짜 비행기표와 숙식제공, 무료 여행 등을 내걸었으며 무료 성접대까지 제공했다. 모두 공짜인 것 같지만 4시간만 도박을 해도 최소 1500위안(28만원)을 쓰는 만큼 결국 큰돈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CCTV는 이 같은 무료 서비스가 결국은 카지노업체가 돈을 벌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CCTV는 한국 카지노 운영 실태를 보도하면서 직접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중국인 순씨의 사례도 소개했다. 순씨는 “한국에서 돈을 잃은 뒤 카지노 측과 채무 갈등이 있었다”며 “이 문제로 한국 경찰에 신고했으나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고, 카지노 측은 돈을 돌려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순씨는 작은 기업을 운영했으나 브로커를 통해 한국 카지노를 소개받아 20여차례 방문한 후 모든 재산을 날렸다고 말했다.
카지노 업체들은 관광객을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중국 현지에 사무소까지 차리며 동원,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해진다. 중국에선 외국 카지노 업체와 외국인이 고객 모집을 하는 게 엄연한 불법이다. 그러나 한국 일부 도박장은 영업 직원들을 현지로 보내 여행업체들과 함께 판촉을 벌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을 소개만 해주면 중개인은 칩 구매금액의 1.6%를 수당으로 받고, 고객이 칩 100만장을 잃으면 20% 더 받는데다 300만원의 수당을 추가로 받는 구조라고 방송은 전했다.
그 근거로 한 도박장의 약정서 내용을 제시했다. 약정서에는 이 같은 구체적인 조건이 내걸려 있었다. 약정서에는 “10만위안(약 1800만원) 상당의 칩을 교환하면 ‘전문 안마 서비스’ 1회, 20만위안(약 3600만원) 이면 한국 삼류 배우 또는 모델과 잠자리 1회, 50만위안(약9000만원)이면 삼류 배우 또는 모델과 2박3일을 함께 지내는 서비스를 받는다”고 적혀있다.
중국 언론 성접대 서비스 제공 보도
제주 관광업 악재…검·경 조사 착수
제주 관광업 악재…검·경 조사 착수
한국 정부가 지난 2010년 제주도가 중국인 관광객에게 30일 간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는 정책을 실시한 이후 제주도를 방문하는 중국인이 급증했다. 2012년부터는 불법 카지노 영업 실태도 성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CCTV의 보도는 중국 당국이 원정 도박 등에 대한 관리를 엄격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제주도 중국 영사관 관계자는 “카지노 주변 대부업체에서 급전을 빌렸다가 협박을 당하거나 여권을 뺏기는 중국인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주재 중국 영사관은 현재 제주도에서 정부의 허가를 받은 카지노 8곳이 운영 중인데 고객의 약 80%는 중국인이며 채무 갈등으로 인한 사건에 연루돼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제주지역 카지노의 성접대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자 검찰과 경찰이 진위를 파악하고 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도내 카지노 업체가 무료 성접대 서비스까지 내걸며 중국인 고객들을 유치한 것에 대해 조사에 나서겠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제주지검은 도내 카지노 업계와 주제주총영사관을 상대로 보도 내용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면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제주지방경찰청도 성접대 의혹에 대한 진위 파악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인 고객 유치 활동은 현지 모집책을 통해 이뤄져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힘들다”며 “우선적으로 여행업계를 상대로 정보를 수집한 뒤 보도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이 나오면 정식 수사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도 발 벗고 나섰다. 경찰청은 국가 이미지 실추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다음 달 말까지 카지노 업계의 불법 행위를 특별 단속한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이를 위해 제주와 강원 등 카지노가 있는 6개 지역 지방경찰청에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카지노 업소의 성매매 알선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또 카지노 업체가 고용한 현지 브로커에게 미리 돈을 맡긴 뒤 국내 카지노에서 칩 등으로 교환 받는 이른바 ‘환치기’와 매출액 조작 행위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다만 검찰과 경찰이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 수사에 착수해도 범죄 특성상 성접대 현장을 적발하지 못하면 혐의를 입증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이번 의혹에 대한 실체가 드러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어려운 단속
한편 이번 카지노 성접대 파문으로 회복세를 보이던 카지노주에 악재가 덥쳤다. 지난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파라다이스와 GKL은 각각 4.44%, 4.04% 하락 마감했다. 제주 신라호텔에서 카지노를 운영 중인 마제스타는 4.37% 떨어졌다. 카지노 모니터 업체 코텍도 4.20% 빠졌다. 이는 중국 CCTV가 제주도를 비롯한 한국 도박장의 중국인 유혹 실태를 고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