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베이비’ 원치 않아요

2010.08.03 10:33:57 호수 0호

휴가철 ‘응급피임약’ 판매 급증 사연


마다 반복되는 ‘바캉스 베이비’ 문제 심각 피임 필요성 절실
하룻밤 사랑과 맞바꾼 낙태 경험 상처로 남아…피임 계획 필수



바다로 계곡으로 향하는 젊은 청춘들이 가장 바빠지는 시기,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이 돌아왔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바캉스를 즐기는 사람도 많지만 미혼남녀 30%는 피서지에서 새로운 이성과의 달콤한 로맨스를 꿈꾼다. 연인과 함께 하는 여행이든 새로운 로맨스를 꿈꾸는 사람이든 휴가에 나서기 전 꼭 신경써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피임계획이다. 하룻밤 뜨거운 사랑으로 ‘바캉스 베이비’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말이다.

일상의 스트레스와 복잡한 도심을 뒤로 하고 떠나는 휴가는 일탈의 심리와 로맨스를 상상하게 한다. 하지만 간혹 당황스러운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여름 휴가철이 끝나는 9월이면 산부인과를 찾는 여성들이 늘어난다. 또 이듬해 5월이면 출산율이 치솟는다. 이른바 ‘바캉스 베이비’ 때문이다.

낭만적인 휴가를 꿈꾸는 피서지에서 들뜬 기분으로 충동적인 성관계를 가졌다가 ‘원치 않는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여성의 몸은 물론, 정신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본격적인 바캉스가 시작되는 8월, 한여름 밤의 꿈이 실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피임계획이 필요하다.


딱 한 번에 ‘바캉스 베이비’

직장인 정모(27·여)씨는 다가오는 여름휴가를 앞두고 응급피임약을 미리 준비했다. 지난해 남자친구와 피서를 떠났다가 분위기에 이끌려 가진 성관계를 통해 원치 않는 아기가 생겼던 이유에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잠자리였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가 될 수 없었던 정씨는 남자친구와 상의 끝에 아이를 지우고 말았다.

중절수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후 정씨는 후유증에 시달렸다. 몸은 물론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죄책감에 한동안 패닉상태에 빠졌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휴가는 돌아왔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피임계획을 철저히 세웠다.

정씨는 “응급피임약은 경구피임약에 비교했을 때 사용법이 간단하고, 성관계 시 감도가 떨어지는 콘돔을 쓰지 않아도 되면서 효과도 크다는 주변사람들의 권유로 미리 준비했다”면서 “피서지에서의 달콤한 하룻밤으로 인생에서 다시 한 번 후회할 일은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서울시내 30개 산부인과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 여성들은 바캉스 시즌과 연말, 월요일 오전 시간대에 응급피임약을 가장 많이 처방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피임약을 주로 처방받는 여성들의 연령대는 20대가 66.7%를 차지했고, 미혼여성(80%)이 기혼여성(6.7%)에 비해 월등히 많았으며, 여성 10명 중 3명은 응급피임약을 한 번 이상 복용해 봤다고 응답했다.

이는 젊은 여성들이 피임에 대한 대처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충동적인 성관계를 가졌을 경우, 응급피임약을 많이 찾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응급피임약의 효과에 대해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성관계 이후 복용 시간에 따라 피임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 있고, 반복 사용할 경우에도 피임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응급피임약은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는 반드시 복용해야 하고, 가급적이면 24시간 이내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24시간 이내에 복용했을 때는 95%의 피임 효과를 보이지만 25~48시간 사이에는 85%, 49~72시간 내에 복용했을 때는 피임효과가 58%에 불과하다. 때문에 성관계 후 72시간이 지났다면 오히려 복용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또 응급피임약은 첫 복용 시 평균 75%의 피임효과가 있지만, 반복해서 복용하면 피임 효과가 현저히 감소한다. 게다가 응급피임약은 기혼여성들이 피임법으로 주로 사용하는 경구피임약의 20~30배에 달하는 고용량의 호르몬을 함유하고 있어 구토, 두통, 피로, 유방통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응급피임약의 복용 후에도 임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생리가 늦어진다면 반드시 임신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

또 응급피임약의 효과는 월경 주기마다 한 번 뿐이고, 한 번의 복용은 단 한 번의 성관계에 한해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응급 피임약 복용 이후의 성관계에 대해서는 피임의 효과가 없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때문에 응급피임약 복용 후 다시 성관계를 가질 때에는 반드시 피임을 해야 하며, 호르몬제가 생리를 늦추거나 이미 임신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콘돔이나 살정제처럼 호르몬제를 포함하지 않는 피임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에서 응급피임약은 응급 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하며, 일상적인 피임의 한 방법으로 오·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정기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 혹은 남성이라면 산부인과 의사와 상담해 자신에게 맞는 피임방법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피임의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하지만 임신 계획 없이 성관계를 맺는 미혼여성과 남성은 페미돔이나 콘돔 사용이 적당하고, 기혼여성의 경우에는 꾸준히 먹어야 하는 경구피임약과 배우자의 정관절제시술이 적합하다.

하지만 피임을 했더라도 자칫 임신을 하게 되면 많은 미혼녀들은 중절수술을 선택하게 된다. 이 같은 경우, 수술 이후 제대로 몸조리를 못해 자궁내막 유착증이나 난소염, 질염과 같은 여성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심각할 경우에는 습관성 유산이나 불임과 같은 질환으로까지 발전되어 재임신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응급피임약 맹신은 금물

더불어 중절수술 이후 일부 여성들은 우울증과 수치심, 죄책감 등과 같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겪는 등 그 피해가 심각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낙태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임신 전의 피임도 중요하지만 젊은 사람들의 성에 대한 바람직한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분별한 성행위를 자제하고 임신에 대해서는 계획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몸과 마음이 충동적이기 쉬운 여름 휴가철, 한순간의 쾌락을 좇다가 평생 후회하는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휴가에 나서기 전 미리미리 올바른 피임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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