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대표 ‘성희롱 의혹’파문

2010.08.03 09:40:20 호수 0호

“그× 참 맛있게 생겼네”… “운동하면 ○○ 커지냐”…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전반에서 최근 가장 민감한 키워드가 뭘까. 바로 ‘성희롱’이다. 강용석 의원의 발언 파문을 도화선으로 대한민국 곳곳에 성희롱 암운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기업의 경우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일단 구설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매장’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 호텔 대표가 요즘 밤잠을 설치는 이유다.

노조, 실습생·여직원에 모욕적인 발언 주장
6개월째 퇴진 시위…사측은 ‘꿀먹은 벙어리’


모 호텔 A대표가 실습 여대생과 여직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호텔 노조는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호텔 앞에서 A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피켓엔 ‘성희롱 심판, 대표 OUT’ ‘우린 성희롱이 싫어요!’ ‘성희롱이 웬말이냐! 대표는 사퇴하라’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노조는 “A대표가 호텔 실습 여대생과 여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며 “호텔 이미지와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해 성희롱 내용을 밝히지 않으려 했지만 A대표와 회사 측이 성의 없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불가피하게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감사 결과 ‘무혐의’

노조에 따르면 A대표는 지난 1월 호텔 베이커리 주방을 둘러보다 겨울방학을 맞아 현장실습 나온 여대생을 보면서 “그× 참 맛있게 생겼다”고 말했다. 노조가 A대표의 퇴진 시위를 벌이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다. 피해 여학생과 현장에 있었던 직원들을 통해 성희롱 사실을 확인했다는 게 노조 측의 전언이다. 노조는 또 A대표가 지난해 호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던 여직원에게 “이런 운동을 하면 ××이 커지냐”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대표가 성적 비하 건배사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직원은 “A대표가 한 회식 자리에서 ‘보지도 말고 지체하지도 말고 털어버리라’란 구호로 건배를 제의했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무난한 것 같지만 세 음절의 앞 글자만 보면 성적 모욕감을 유발하는 멘트임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회사 족구대회에 참석한 한 여직원에게 “어! 이×, 사복 입으니까 섹시하게 생겼네”라고, (가슴 부분이 파인) 새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들에게 “이렇게 입어야 매출이 올라간다”고 발언하는가 하면 호텔 로비에서 한 여직원에게 다가가 목 주위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는 등 A대표가 자행한 성희롱 피해 사례들이 여러 건 접수됐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외에도 노조에 여직원들을 중심으로 A대표를 포함한 사내 성희롱 사례들이 추가로 들어오고 있다”며 “이미 여러 직원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거나 상처를 받은 데다 A대표가 발뺌하기엔 증거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깨끗하게 시인하고 물러나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호텔의 모기업인 ○○○그룹은 사태가 확산되자 지난 3월 자체 윤리감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혐의 없음’. 당시 그룹 측은 “성희롱 주장이 과장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반발한 노조는 지난 6월, 그룹에 2차 감사를 요구했고, 그룹은 이를 수용했으나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2차 감사 결과가 나오지 않자 이번엔 한국노총이 나섰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26일 그룹에 호텔 성희롱 사건 책임자 문책 및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항의 공문을 발송했다. 노총은 “성희롱 예방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기업의 최고 책임자가 여직원을 상습적으로 성희롱한 것은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모기업이 이를 수수방관하는 것은 윤리경영을 이념으로 하는 기업으로서 무책임한 행위이자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사건을 숨기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수습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총은 이번 사건에 대해 7월 말까지 그룹의 답변이 없다면 조직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노동부(청와대) 진정 및 고발 ▲국가인권위원회 재발방지 요구 ▲여성단체와의 규탄투쟁 ▲계열사 제품 불매운동 ▲노총차원 연대시위 등의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그룹과 호텔 측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그룹 담당자는 “(성희롱 사건은) 호텔에 알아보라”고 잘라 말했다. 호텔 관계자는 “그룹의 감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둘러댔다. 다만 그는 “노조가 전혀 있지도 않은 일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란 A대표의 반박 입장을 대신 전했다.

A대표는 2007년 말 호텔 대표이사 선임 당시에도 뒷말이 적지 않았다. A대표는 ○○그룹 공채 출신으로 1974년 입사해 해외지점 지점장, 영상사업단 사업부장, 법인영업본부장·지역본부장 등을 지냈다.

“뭐라 할 말 없다”

그러나 지역본부장(전무) 재직 시절 소속직원의 여성고객 성폭행 미수사건에 이은 ‘거짓 해명’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07년 9월 ‘불명예’퇴진했다. 이후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호텔 대표로 컴백하자 업계에선 불미스런 일로 퇴진한 인사를 CEO로 영입한 배경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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