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국보1호의 변경을 요구하며

2015.10.05 11:35:20 호수 0호

어린 시절 시험에 자주 출제 되었던 문제들이 기억난다. ‘대한민국 국보 1호는 무엇인가?’와 ‘대한민국 보물 1호는 무엇인가?’다. 물론 각각의 답은 숭례문(남대문)과 흥인지문(동대문)이다. 이 사실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를 거쳤던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발생한다. 조선 건국 당시 이성계가 한양에 도성을 건설하면서 세운 4대문 중 하나에 불과했던 숭례문과 흥인문이 과연 대한민국 국보와 보물을 대표하는가 하는 생각 말이다.

아울러 이와 관련하여 각계에서 국보 1호를 변경하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는 국보의 지정번호가 서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변경을 묵살하고 있다.

물론 문화재위원회의 ‘철밥통’식 사고가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그 많은 국보와 보물을 상대로 중요도를 측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 또한 말 많은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예견되는 그 반대급부의 지탄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1호의 경우는 상기에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전혀 다른 의미를 주고 있다. 즉 1호는 국보와 보물 중에서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소중한 자산이 그 자리를 차지하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차원에서 국보 1호인 남대문에 국한하여 살펴보자. 간략하게 이야기해서 남대문이 국보 1호로 지정된 이면에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의 장군 가토 기요마사가 숭례문을 통해 한양에 출입했다는 사실이 숨어있다.

이러한 사실을 떠나서라도 한번 냉철하게 생각해보자. 남대문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인가 말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전혀 아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대표적 문화재가 국보 1호가 되어야 한다 생각한다.

필자는 현재 국보 70호로 지정되어 있는 훈민정음이 이 나라 국보 중 국보로 당연히 국보 1호에 지정되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이에 대한 판단 근거로 상징 즉 역사성과 대표성을 든다. 먼저 역사성에 대해서다.

훈민정음이 세종에 의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만, 그 근본이 되는 28개의 자음과 모음의 존재는 한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에 대해 나이 다섯에 세종으로부터 출세를 보장받았던 매월당 김시습은 ‘징심록 추기’에서 ‘세종 임금이 훈민정음 28자의 근본을 징심록에서 취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민족의 시원을 담았던 징심록이 전하지 않는 지금 그 시작을 언제라고 정확하게 명시할 수 없다. 하지만 저자가 신라 시대의 인물인 박제상임을 감안한다면 훈민정음의 모체가 되는 자음과 모음은 그 이전부터 존재했었음을 명백하게 알 수 있다.

아울러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자음은 하늘 그리고 모음은 땅에서 취했다 유추한다. 즉 자음은 하늘을 이루고 있는 해와 달과 별에서 그리고 모음은 자연의 기본이 되는 흙(·)과 생(ㅣ) 그리고 사(ㅡ)에서 취한 것으로 풀이한다.

다음은 대표성에 대해 살펴본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말이 필요치 않다. 이미 세상이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훈민정음의 과학성에 대해 세상이 이구동성으로 찬탄하며 인정하였고 그로 인해 세계문화유산으로 그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필자는 상기에서 훈민정음이 국보 1호가 되어야 하는 외형상 사유로 역사성과 대표성을 들었다. 그러나 진짜 사유로 들고 싶은 사항은 그 이면, 즉 인간의 공동선인 평등정신의 발로, 우리 민족의 홍익인간 정신이 고스란히 배인 결정체라는 점이다.

한글날을 맞이하여 세계가 인정하는 대한민국의 보물 중 보물인 훈민정음을 제쳐두고 역으로 우리도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든 건축물 중 하나인 숭례문을 국보 1호로 지정한 부분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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