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맥주 ‘월드컵 대굴욕’ 왜?

2010.07.20 09:36:05 호수 0호

큰소리 ‘뻥뻥’…성과는 ‘텅텅’

하이트맥주가 초상집 분위기다. 후텁지근한 맥주의 계절에 월드컵 대목까지 맞아 자신만만한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1위의 아성을 보여주겠다”며 떵떵거리던 큰소리는 어느 샌가 쥐 죽은 듯 조용하기만 하다. 하이트맥주가 고개를 떨구고 있는 이유가 뭘까.

‘대목’ 6월 판매량 ‘-2.6%:+14.3%’오비에 밀려
‘선두 아성’점유율도 위태… 10%P 차이로 좁혀져


하이트맥주가 ‘월드컵 대굴욕’을 당했다. 남아공 월드컵이 열린 기간의 실적이 신통치 않은 탓이다. 반면 라이벌인 오비맥주는 선전해 대조를 보였다.
주류산업협회 잠정 집계에 따르면 상반기 맥주 전체 판매량은 8203만 상자(500㎖×20병·수출 제외)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7% 하락한 수치다.



광고비 2배 썼는데…

국내 맥주시장은 연초 한파와 막걸리 열풍 등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저조했지만, 월드컵·여름 특수로 점차 부진을 만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월드컵이 열린 6월 한달 동안 맥주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4.3% 늘었다.
그러나 하이트맥주는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

하이트맥주의 상반기 판매량은 4692만 상자로 전년에 비해 6.8%나 감소했다. 이에 비해 오비맥주는 3511만 상자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1.7%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하이트맥주는 ‘대목’이었던 6월 한 달 동안에도 오비맥주에 밀렸다. 하이트맥주는 이 기간 판매량이 월드컵 특수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2.6% 떨어졌지만, 오비맥주는 14.3%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하이트맥주는 시장점유율에서도 위기를 맞고 있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빼앗긴 적이 없는 맥주시장 선두 자리마저 위태로울 정도다. 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율은 2006년 59.7%, 2007년 59.2%, 2008년 58.2%, 지난해 56.3%로 추락했다. 급기야 올 1분기엔 56.1%로 주저앉았다.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06년 40.3%에서 지난해 43.7%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 43.9%까지 올랐다. 6월의 경우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는 각각 55.2%, 44.8%를 기록해 양사의 시장점유율 차이는 10%포인트 내외 수준으로 좁혀졌다.
그런가 하면 선호도에선 하이트맥주가 오비맥주에 여전히 뒤져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시노베이트의 맥주 브랜드 선호도 조사 결과 오비맥주는 35%를 상회하고 있으나 하이트맥주는 30%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이트맥주가 ‘배 아픈’이유는 또 있다.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 부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이트맥주는 지난해 광고선전비로 900억원 가량을 지출했다. 오비맥주는 하이트맥주의 절반 정도인 460억원이었다.
하이트맥주 측은 “상반기 맥주 판매량 집계는 추정치일 뿐 정확한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아 뭐라 할 말이 없다”며 “다만 맥아가격 하락으로 인한 원가절감 등으로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하이트맥주의 부진 원인이 오비맥주의 괄목할 만한 선전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이트맥주가 못한 게 아니라 오비맥주가 잘했다는 평이 지배적인 것.

오비맥주는 국내 주류 업계 최초로 주력 브랜드 ‘카스’를 앞세운 ‘메가브랜드’전략을 펼쳐 애주가들의 ‘주심’을 사로잡고 있다. 맛과 향, 도수를 차별화한 ‘카스후레쉬’ ‘카스라이트’ ‘카스레드’ ‘카스레몬’ ‘카스2X’등 5가지 제품을 출시해 국내 주류 시장에 새로운 음용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제품 선택의 폭을 넓힌 브랜드를 기반으로 소비자들과의 스킨십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실적 주목

특히 지난 5월 출시한 ‘카스라이트’의 돌풍이 오비맥주 선전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저칼로리 맥주란 새로운 콘셉트로 선보인 카스라이트는 출시 45일 만에 1000만병 판매를 돌파하는 등 당초 목표의 80%를 웃도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오비맥주는 이 여세를 하반기까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카스의 꾸준한 선호도에 월드컵 특수와 카스라이트 돌풍까지 겹쳐 판매량이 증가했다”며 “상반기 큰 폭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를 맞아 소비자의 요구에 따른 차별화된 마케팅을 강화, 브랜드 인지도 및 선호도를 극대화해 하반기까지 지속적인 성장세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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