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이희호 방북’ 손익계산서

2015.08.10 10:10:35 호수 0호

“아무런 이유 없이 보내진 않았을 텐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과연 전 정권의 영부인이 현 정권의 메신저가 될 수 있을까. 이희호 여사는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북한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 여사가 북한으로 출발하던 날, 박 대통령은 ‘경원선 남측구간 기공식’에 참석해 통일을 언급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북한을 방문했다.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 이번 방북에서 이 여사는 동행한 방북단과 함께 평양의 여러 시설들을 둘러봤다. 3박4일간의 일정을 소화한 이 여사는 지난 8일 비행기를 타고 다시 김포공항으로 들어왔다. 일찍이 ‘특사론’이 오고갔던 정치권에서는 이 여사의 방북 성과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과연 이 여사는 박근혜정부가 기대하는 성과를 가져왔을까.

특사론 분분

북한을 방문하기 전부터 이 여사의 방북 소식은 숱한 화제를 불러왔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이 여사를 대통령 특사로 활용해야 한다는 특사론이 거론되면서 이를 두고 공방이 펼쳐졌다.

특사론은 야권에서 먼저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당시 원내대표는 한목소리로 특사론을 주장했다. 문 대표는 지난 2014년 11월24일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해 “이 여사를 대북특사로 활용해 남북대화 복원의 계기로 삼기를 제안한다”며 “정부에 그럴 뜻이 있다면 여사도 기꺼이 협조할 것이고 그러면 방북 시기도 그 역할에 맞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 당시 원내대표도 상무위원회에서 “박 대통령은 이 여사에게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메시지를 실어 보내 실질적 특사 역할을 부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계당국은 확대해석을 경계해왔다. 홍용표 통일부장관은 지난달 26일 KBS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여사를 대북특사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 여사의 방북은 이 여사님의 개인적인 차원에서, 관련 단체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그 의미는 최대한 살리고자 하지만 개인 차원의 방북을 특사로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조금 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대북메시지 전달은 없었던 것일까. 공식적인 메시지 전달은 없었다는 게 중론이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이 여사와 홍 장관이 출국 이틀 전 비공개 면담을 가졌기 때문이다. 홍 장관은 4일까지 하계휴가 일정이 있었음에도 지난 3일 동교동을 찾아 이 여사와 면담을 가졌다. 


이에 대해 한 정부관계자는 “홍 장관이 전직 대통령 영부인의 방북에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를 전하기 위해 면담한 것”이라며 “대북메시지 전달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만남 자체가 대북메시지를 의미한다고 정치권은 해석하고 있다.

3박4일 일정, 대북메시지 있었나?
반기문 때도 방북 추진, 결과는…


박 대통령이 그간 보여준 북한에 대한 행보와 발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월 신년기자회견장에서 “한 마디로 통일은 대박입니다”라고 외친 바 있다. 이후 정부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대화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남북정상회담에 앉힐 수 있다면 외교적 성과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과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이러한 움직임이 포착된 바 있다. 지난 5월경 반 총장은 고국을 깜짝 방문, 개성공단 방문을 조용히 추진한 바 있다. 안타깝게도 출발 당일 일정이 무산돼 성사되지는 못했다.

반 총장의 방북이 무산된 날 박 대통령은 반 총장과 만나 “금번 개성공단 방문을 통해 개성공단의 현 상황 타개 등 남북문제의 진전에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했는데 북한의 이러한 결정 번복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가 얼마나 김 위원장과의 대화를 원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언론에서 반 총장의 충청대망론이 언급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성공단을 방문해 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단숨에 차기 대선까지 치고 간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방북도 마찬가지 복안이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방북을 추진했던 당국과 김대중평화센터 측은 ‘대북메시지는 없다’고 선언했음에도 전례를 봤을 때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남북정상이 해결해야 할 현안은 산적하다. 당장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우리 국민 4명의 송환문제가 시급하다.
 

추석에 이산가족상봉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조율이 필요하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남북공동행사를 추진할 수도 있다. 그 외에도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정상화 문제 등 대화의 필요성은 이미 충분한 상황이다.

반면 야권에서 특사론과 메시지론이 먼저 나왔다는 측면에서 박근혜정부가 꺼려할 수 있다. 이미 언급했듯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은 계속적으로 이 여사의 역할론에 주목해왔다. 이 여사의 존재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는 상징성까지 부가된다면 남북대화에 있어서 야권의 역할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방북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야권에게 남북대화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메시지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올해, 정치권은 분단 70주년이라는 점 또한 간과하지 않고 있다. 이 여사가 출국하던 지난 5일 박 대통령이 경원선 남측구간 철도복원 기공식에 참석한 것도 같은 의미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은 우리의 진정성을 믿고 용기 있게 남북 화합의 길에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며 “이 과정(경원선 철도복원)에서 북한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남북대화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패를 던졌다. 과연 북한은 어떻게 반응할지, 박 대통령이 말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성사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희호 여사 ‘이스타’ 이용한 사연
새정치 이상직 의원이 창업한 저가항공사

이희호 여사가 방북 때 이용한 ‘이스타항공’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그 이유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저가항공사라는 점에서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는 점과 호남지역 항공사라는 점이 고려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스타항공이 현 새정치민주연합 이상직 의원이 창업한 항공사이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008년 이 의원이 국회에 입성하기 이전 창업한 회사다.

이 의원은 이 여사를 환송한 후 “이희호 여사가 5일 방북하면서 이스타항공을 타고 서해직항로를 통해 갔다는 것은 국내 항공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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