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호남기업 터는 내막

2015.08.03 12:15:14 호수 0호

"검찰이 야당 돈줄 차단 나섰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호남기업들이 잇달아 사정당국의 수사대상에 오르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세로 접어들자 사정당국은 호남기업들에 대한 수사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사정당국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야당의 돈줄을 막기 위한 ‘기획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된다. 지역에선 이미 몇몇 야당 정치인이 해당 기업들과 연루돼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호남기업들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해당 기업들에 대한 수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황교안 국무총리가 부패 척결을 선언한 후 수사에 더욱 속도가 붙고 있는 모양새다.

기획수사 음모론
정치인 연루설



문제는 시점. 하필 20대 총선을 앞둔 미묘한 시기라 정치권에서는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사는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기업의 비자금 수사에 집중되고 있는데, 결국 야당 정치인들을 겨냥한 ‘표적수사’가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정당국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야당의 돈줄을 막기 위한 기획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다. 지역에선 이미 사정당국의 수사와 관련해 몇몇 야당 정치인들이 연루되어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회사는 바로 중흥건설이다. 중흥건설은 지난 1983년 사업을 시작한 광주지역 토종 건설전문 업체다. 검찰은 이미 지난 5월 중흥건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정모 사장과 이모 부사장, 전·현직 공무원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건축자재 원재료비를 허위로 부풀려 채무를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약 10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로비작업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일단 검찰은 중흥건설에 대한 수사가 기업 비자금에 초점을 맞춘 수사이지 정치인 관련 수사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비자금 용처를 확인 중이지만 특정 정치인과 관련된 로비내역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호남기업 수난시대…우연 혹은 기획수사?
중흥건설 수사…야권판 성완종 리스트?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는 각종 인허가 문제, 사업권 획득 등 정치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성완종 사태 때 경남기업이 각종 정치권 로비와 연루됐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중흥건설이 고작 일개 공무원들에게 로비하기 위해 10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겠나? 또 중흥건설은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혜택을 받았는데 일개 공무원의 권한 밖인 일들이 많았다. 중흥건설 수사와 관련해 전현직 지자체장이나 지역 국회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이유다. 비자금의 용처를 추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수사를 진행할수록 비자금 규모가 커지고 있고 로비정황 등이 드러남에 따라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도 지역 건설사인 중흥건설이 최근 급성장을 이룬 것에 대해 정치권 로비 없이 가능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3년 시공능력평가에서 63위를 차지했던 중흥건설은 지난해 52위까지 급성장을 이뤘고, 올해에는 다시 13계단이나 상승한 39위를 차지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자금 의혹 등
검찰 수사 선상

한편 수사 과정에서 정 사장은 빼돌린 회사 돈 중 80억원은 일가 생활비 및 적금, 개인채무 변제 등 개인적으로 사용했으며, 125억원은 현장 전도금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현장 전도금이다. 현장 전도금은 공사현장 운영의 편의를 위해 본사에서 사업장으로 보내는 경비를 말한다. 그런데 현장 전도금은 건설업체들의 대표적인 비자금 통로다. 현금성 경비가 많고 용처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성완종 사태에서도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건네졌다는 1억원의 출처가 현장 전도금이었던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중흥건설에 대한 수사가 ‘야권판 성완종 게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지난달 13일에는 대표적인 호남기업인 중 한 명인 신원의 박성철 회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전남 신안 출신으로 목포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박 회장은 신원을 중견 패션그룹으로 일궈낸 한국 패션업계의 대부로도 통한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워크아웃 사태를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했지만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결국 구속되고 말았다.

박 회장은 지난 2001년 부인의 광고대행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증여세와 양도소득세 등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에 대한 탈세 의혹 수사를 하면서 박 회장이 허위로 개인회생을 받은 혐의도 포착했다.

합법적인 정치후원금까지 끊겨
경제 살리기 역행하는 검찰 왜?

가족 명의로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숨겨놓고 법원에 개인파산 및 개인회생을 신청해 270억원에 달하는 개인채무를 면제받은 혐의다. 박 회장은 대부분의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도 포기하면서 ‘자숙의 의미로 소명 기회를 포기 하겠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박 회장의 구속과 관련해 정치권이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박 회장이 그동안 정·관계 인사들과 매우 가깝게 지내왔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지난 1971년 제7대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당시 신민당 후보의 공보비서를 맡은 이력도 있다.


검찰은 수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이름이 올라 있는 사람들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박 회장이 신원그룹 경영권을 되찾고 채무를 탕감 받는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호남기업 표적수사설에 대해 검찰은 특정지역을 겨냥해 수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최근 박근혜정부가 대기업 총수 사면 카드까지 꺼내들고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경제 살린다더니
수상한 검찰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후원금 모금에 바짝 신경을 쓰고 있는데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까봐 기업들이 합법적인 정치 후원금을 내는 것조차 꺼려하는 분위기”라며 “사정당국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야당의 돈줄을 막기 위한 기획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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