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계파 청산' 선언한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2015.07.06 10:49:16 호수 0호

"구동존이(求同存異) 정신으로 협력의 정치하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계파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신당설이 끊이질 않고 있고 이종걸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표의 사무총장 인선 강행에 대한 항의로 한동안 당무를 거부하기도 했다.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의 심야 회동 이후 갈등은 일단 봉합되는 양상이지만 당내에선 '잠복기가 더 무섭다'는 뼈있는 말이 나왔다.



구동존이(求同存異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함). 인터뷰 내내 이종걸 원내대표가 가장 강조했던 말이다. 3수 끝에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자리에 오른 이 원내대표는 취임 후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나름 눈부신 성과를 얻어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 바로 고질적인 당내 계파갈등을 청산하는 일이다. 계파갈등은 선거 때마다 새정치연합의 발목을 잡았다. 때문에 이 원내대표가 강조한 것이 구동존이 정신이다. 각 계파 간 생각의 차이는 있지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정권교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겠다는 구상이다.

과연 이 원내대표는 당내 계파갈등을 청산하고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이 원내대표를 만나봤다. 다음은 이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로 취임한 후 두 달가량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떤 성과를 얻어내셨는지요?
▲ 우선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거듭된 합의파기에도 불구하고 수개월 동안 표류해왔던 공무원연금 개혁에 성공했습니다. 또한 세월호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냈고, 정부의 과도한 행정입법에 대한 제어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국회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것도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 3수 끝에 원내대표에 선출된 만큼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지금 국민들은 민생파탄, 양극화, 불확실한 미래 등으로 불행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제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된 만큼 제가 그동안 준비해왔던 처방들을 하나하나 실행해나가고자 합니다. 제 임기 중에 일자리 문제 등 중요한 몇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새정치연합이 변화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당 안팎에서 민심이 우리 당에서 떠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민심을 다시 붙잡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볼 생각입니다. 서민중심, 경제정당의 면모를 강화하고 당내에서 민주적인 소통과 단합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정권교체 위해 분열 아닌 협력해야"
"개헌은 해야 하지만 속도조절 필요"


- 원내대표경선에 출마하면서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는 정당의 미래는 없다’며 ‘당을 살려내 총선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습니까?
▲ 우리 당에는 지금 이기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여당과의 협상에서 우리 당 130명 의원들을 믿고 서민정당으로서 지켜야 할 원칙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얻은 크고 작은 성과들이 승리의 경험으로 쌓여서 총선 승리의 초석이 될 것으로 봅니다. 또 뚜렷한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굳건한 의지를 가질 때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메르스 사태로 정부와 여당의 무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사태가 정리되면 정부에 어떤 방식의 개혁을 요구할 생각이십니까?
▲ 우선 메르스 사태가 정리되면 국정조사에 준하는 진상조사가 필요합니다. 정부의 잘못된 초동대응으로 국민들이 입은 피해가 막심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국민들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합니다. 공공의료체계를 재점검하고, 특히 국가의 통제망까지 벗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재벌 대형병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감염병 방역체계를 근본적으로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 방역당국이 금과옥조로 따르는 매뉴얼은 지난 참여정부 당시 사스 대응 매뉴얼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사스와 메르스는 감염 프로세스 자체가 다른데 너무나 허술한 대응입니다. 정부가 감염병 방역에 대한 아무런 대비가 안 되어 있다는 뜻이라 심각합니다.
 

- 최근 이 원내대표께서는 새정치연합의 보편적 복지 정책기조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복지 정책기조를 과거로 회귀시키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 보편적 복지의 원칙은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논쟁은 더 이상 무의미합니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라는 것은 보편적 인권이라는 점에서 복지를 말하는 것이지 모두가 다 똑같이 수혜를 받는 획일적인 복지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복지에 대한 고민은 재정에 대한 고민을 수반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실제 복지행정 실행과정에서는 우선순위의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복지에 대해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에서 정책기조를 재검토하겠다고 언급한 것일 뿐 복지 정책기조를 과거로 회귀시키려 하는 것은 아닙니다.

- 국회법 사태로 한때 의사일정이 모두 중단됐습니다. 새정치연합은 여당과 협상을 할 때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번번이 의사일정을 보이콧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여권에서는 새정치연합이 민생법안을 볼모로 잡고 ‘인질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 국회선진화법 이후에 국회 운영의 근본적인 프로세스가 바뀌었습니다. 선진화법 이전에는 다수당의 강압적인 운영과 소수당의 극단적 대응이 일상적인 국회의 풍경이었습니다. 국회선진화법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시 당 대표가 주도해 만든 것입니다.

이 법을 통해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 협상에서 각자의 의견과 요구를 주고받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지 비판받을 일이 아닙니다.

- 신공안탄압저지대책위원장을 맡으셨습니다. 김한길, 문희상 의원이 수사를 받게 됐는데 이번 수사 역시 야당 탄압의 목적이 있다고 보십니까? 일각에선 그들을 옹호하기 보단 읍참마속의 자세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 박근혜정부 들어 검찰은 정치검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친박실세는 서면조사로 끝내고, 리스트에 이름도 오르지 않는 야당 전 대표는 소환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정상적인 수사행태가 아닙니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서 실세들은 면죄부를 받고 성 전 회장의 측근들만 구속됐습니다. 전형적인 유권무죄, 무권유죄입니다. 우리는 이런 부실수사, 편파수사를 야당탄압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 박근혜정부가 곧 임기 반환점을 돌게 되는데 박근혜정부에 대해 평가한다면?
▲ 많은 기대 속에 출범한 정부인데, 실망한 국민들이 많습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60% 이상의 국민들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국민들의 평가가 곧 저의 평가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야권이 수년째 선거마다 연전연패하고 있어 획기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런데 혁신위의 활동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 혁신위 활동이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습니다.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혁신위에 대해 벌써부터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야박하다고 봅니다. 김상곤 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원들께서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계신 만큼 좀 더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성완종 수사, 야당 탄압 분명한 사실"
"메르스 이후 재벌 대형병원 조사해야"

- 전임 우윤근 원내대표의 경우 개헌 문제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는데 이 원내대표께서 취임한 후엔 개헌 문제가 별로 이슈가 되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 개헌문제는 현재 정치권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이기 때문에 열어놓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속도조절이 필요합니다. 무조건 밀어붙여서는 안 됩니다. 개헌문제의 키는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쥐고 있고 아직 논의가 성숙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로 개헌이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닙니다. 좀 더 두터운 논의가 필요합니다.

-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 이후 한때 당무를 거부하셨습니다. 일각에선 아무런 결격사유가 없는 최 의원의 임명을 이 원내대표가 반대한 것은 사실상 ‘문재인 흔들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 제가 당무를 거부했던 것은 사무총장을 비롯한 단순한 인선 문제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재보선 참패 이후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이 제대로 모색되고 있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있었습니다. 저는 문 대표와 제가 다르지만 구동존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무총장의 인선을 계기로 서로 차이를 극복할 수 없을 만큼 아주 다른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 됐던 것입니다. 그게 맞다면 빨리 방향 선회도 하고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 지난 2일 문 대표와의 회동 이후 당무에 복귀하기로 하셨습니다. 문 대표의 사무총장 인선 강행으로 불거졌던 갈등이 모두 봉합되었다고 봐도 됩니까?
▲ 이번 회동에서 일부 당직인선에 대해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 문 대표가 공감했습니다. 앞으로 당직인선을 포함해 모든 당무에 대해 깊은 소통을 통해 같이 공감하는 정치를 하기로 한 만큼 큰 진전이 있었다고 봅니다.

- 흔히 문재인 당대표는 친노로, 이 원내대표께선 비노로 분류됩니다. 때문에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계파 대리전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
▲ 저도 친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에 나왔을 때 문 대표는 부산 선거대책위원장이셨고 저는 노 전 대통령의 수행실장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현역의원들 중에서 제일 먼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고, 노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저항했던 사람입니다.

저는 문 대표가 잘 되어야만 우리 당이 잘된다고 생각합니다. 원내대표로서 당대표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쓴 소리를 하는 것이지 계파대리전을 하고 있다는 지적은 말이 안 됩니다. 저는 문 대표의 비판적 지지세력입니다.

- 마지막으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최근 당 안팎에서 최소 4개 그룹의 신당 창당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의 분당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당 안팎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입니까?
▲ 분열은 필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당 창당은 선언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신당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야권이 하나로 단결해서 현 집권세력을 심판하라는 것이 국민들의 뜻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대담=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이종걸 원내대표 프로필]



▲ 제30회 사법시험 합격
▲ 나라종합법률사무소 공동대표 변호사
▲ 제16~19대 국회의원
▲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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