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생존 미스터리’철면피 사장님

2010.06.22 11:53:16 호수 0호

추잡한 ‘두 얼굴’언제까지 숨길까


‘엽색 사장님’의 버티기가 빈축을 사고 있다. 10대 소녀를 성추행하는 사건으로 구설에 오른 A사장이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어 뒷말이 무성하다. 벌써 1년째다. 아무리 직접적인 피의자가 아니더라도 굴지의 대기업 대표란 신분 상 알아서 물러나거나 잘릴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여전히 무사하다. A사장의 지난 1년간 행보를 되짚어봤다.


‘엽색행각’성추행 구설에도 1년째 자리 지켜 빈축
‘물갈이’연말 인사 무사통과…대표이사직 재선임


A사장 일행이 10대 여성을 성추행한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해 4월. 얼큰하게 술에 취한 이들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들여다보는 것도 모자라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까지 찍어댔다. 참다못한 여성의 친구들이 A사장 일행에 “지금 뭐하는 거냐”며 항의했다. A사장 일행은 물러서지 않았고 급기야 말싸움으로 시작된 양측의 시비는 밀고 당기는 격렬한 몸싸움으로 번졌다. 또 이들은 성추행을 저지하려던 공익요원까지 폭행했다.

당시 경찰은 피해자 진술을 고려해 정황 상 A사장과 그 일행이 성추행과 폭행을 한 것으로 보고 모두 불구속 입건했다. A사장은 나중에 피해자와 합의를 통해 ‘공소권 없음’으로 풀려났다. 다만 여성의 치마 속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1명은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딸 같은’10대 농락



이 사건이 언론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A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 측은 비상이 걸렸다. 자칫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사내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A사장이 평소 선비 같은 온화한 인품으로 직원들의 존경을 받았다는 점에서 충격은더했다. 그동안 숨기고 있던 추잡한 ‘두 얼굴’이 드러났다는 뒷말도 나돌았다.

피해자와 합의를 통해 풀려난 A사장은 이 사건 이후 ‘엽색 사장님’으로 낙인 찍혔고 경질 쪽으로 회사 안팎의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A사장은 이런 예상을 깨고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실제 A사장은 사건 직후는 물론 지난 연말 인사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초 지저분한 구설수에 휘말려 경질이 점쳐진 대대적인 ‘물갈이’에서 유임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아무리 사건의 직접적인 피의자가 아니더라도 웬만한 기업인 같으면 사임해도 진작 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사장은 대외활동을 자제하는 등 사태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렸고, 결국 최대 고비였던 인사에서 별 일 없었다는 듯 살아남았다.

당연히 회사 안팎의 시선은 싸늘했다. “A사장이 물의를 일으킨 만큼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질타하는 목소리가 거셌던 것. 지난해 하반기 내내 퇴진설에 시달린 A사장도 추태 사건이 발목을 잡지 않을까 노심초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종업계 관계자는 “엄격한 신상필벌의 평가가 이뤄진 연말 인사에서 큰 구설수와 논란에 휩싸인 A사장이 쫓겨나지 않은 것은 일종의 이변이 아닐 수 없다”며 “오너의 신임을 받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라고 귀띔했다. 뿐만 아니다. 2007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A사장은 지난 3월 임기(3년)가 끝난 대표이사직에 재선임됐다.

이사회는 사외 이사 2명 모두 불참한 상태에서 이 안건을 가결 처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A사장은 앞으로 2013년 3월까지 ‘수장’자리를 맡게 됐다.대내외 시선을 의식해선지 보도자료 등 별다른 홍보 없이 조용히 지나간 회사 측은 공시를 통해 “업무총괄 및 대외적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A사장을 재선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의 설명과 달리 단순히 실적만 놓고 봐도 A사장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려운 처지다. 2007년 당시 위기에 빠진 회사의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됐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 A사장은 부임 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전진은커녕 오히려 후진했다. 회사의 매출은 2007년 83억원, 2008년 62억원, 지난해 38억원 등으로 곤두박질쳤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0억원, -44억원, -72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으며, 당기순이익도 224억원, 142억원, -4억원을 기록했다. 때문에 A사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고 장밋빛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한 호사가는 “얼굴에 철판을 깔은 A사장으로선 일단 회사 잔류에 성공했으나 벼랑 끝에 간당간당 매달려 언제 내쳐질 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오너나 이사회의 신임을 쌓기 위해 고군분투하겠지만 한번 찍힌 낙인은 지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얼굴에 철판 깔았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A사장이 직접적인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일행의 행동을 말리지 않은 것 자체가 동참한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며 “A사장이 버티면 회사라도 해임 조치를 해야 하지만 은근슬쩍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 측은 A사장의 재선임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성추행 사건 관련 A사장이 무혐의로 결론난 만큼 거취나 징계를 결정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더 이상 개인적인 일이라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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