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집이라도 내놔!!

2010.06.15 09:11:03 호수 0호

LG家 구자극 회장, 아들 상대 소송 내막

LG가에서 ‘이상한 소송’이 벌어졌다. LG그룹 창업주의 6남 구자극 회장이 아들 본현씨를 상대로 부동산 가압류 신청을 하는 등 부자간 채권채무 다툼이 빚어지고 있는 것. 구 회장이 아들을 상대로 소를 내기까지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그 내막을 알아봤다.



본현씨 회사 명의로 37억 빚…사채 손대기도
횡령과 주가조작으로 개인이익 취득한 혐의도

본현씨는 올초 아버지 구자극씨와 함께 코스닥 상장기업 엔싸이엔씨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었다. 여느 재벌가 부자지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들 사이는 본현씨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을 빌려 쓰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회사 이름을 빌려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손해를 보고 사채까지 끌어들인 것.

이에 구회장은 민사신청서에서 “아들이 회사 명의를 빌려 37여 억원의 개인 빚을 지는 등 상당한 채무를 졌다”며 “이를 변제할 능력이 없어 대신 빚을 갚아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보상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빌려준 돈을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빌딩마저도 근저당권

하지만 본현씨는 등기부상 거주지로 등록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의 지하 2층 지상 3층짜리 고급빌라 외에는 처분할 수 있는 재산이 없었다. 이마저도 약 28억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결국 구 회장은 본현씨의 집을 처분해달라는 부동산 가압류 신청을 하게 됐다.


이에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오병희 판사는 “아버지가 아들의 빚을 상당부분 변제해주는 등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며 구 회장의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한남동 빌라를 처분해 10억원만이라도 청구하려고 한 이번 신청은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본현씨의 횡령과 주가 조작 혐의에도 초점이 맞춰졌다.

본현씨는 지난 2월11일 엑사이엔씨의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본현씨의 주가 조작설이 시장에 나돈 데 따른 것이다. 엑사이엔씨 측 관계자는 “구자극 대표가 일찌감치 본현씨의 행태를 알아차리고 자기 돈까지 투입해 바로잡으려 했으나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판단해 본현씨를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5월 주가 조작설은 가시화 됐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본현씨를 횡령과 주가 조작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본현씨에 대한 조사를 상당 부분 진행한 상태다. 수사 역점은 크게 세 갈래로 나눠진다. 지난 2007년 본현씨는 탄소나노튜브 전문 업체인 나노텍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시세를 조정, 부당 이득 114억원을 취한 혐의(주가 조작)를 받고 있다. 또 구씨는 합병 정보를 미리 지인들에게 흘린 혐의(미공개 정보 제공)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본현씨가 직원 명의로 회사 돈을 대출받아 800억원 규모의 차명 계좌를 운영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강남의 한 사채업자를 통해 운영된 이 돈은 두 차례에 걸쳐 엑사이엔씨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투입됐다(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검찰은 현재 강남 사채업자 사무실 압수수색을 통해 추가로 확보한 차명 증권 계좌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엑사이엔씨 주가는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5000~6000원대였던 엑사이엔씨 주가는 2월에 들어서면서 4000원대로 떨어지더니 4월 초부터는 3000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구 회장이 전면에 나서 LG전자 출신 인사들을 신규 등기임원으로 등용하는 등 분위기 쇄신을 꾀했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았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엑사이엔씨는 초상집 분위기다. 적자 행진을 이어가던 이 회사는 지난해에서야 당기순이익 18억 원을 올리며 흑자법인으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 아래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내부적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엑사이엔씨 주주들은 구 전 대표의 횡령액 규모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횡력액이 자기자본의 5%가 넘을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엑사이엔씨 ‘부들부들’

이에 대한 여파는 LG그룹까지 미쳤다. 그간 윤리경영을 앞세워 이끌어오던 그룹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은 것. 특히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점에서 그 파동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본현씨에 앞서 지난 2008년 LG가 3세대인 본호씨가 주가 조작으로 17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챙겨 징역 3년에 벌금 172억원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LG그룹 관계자는 “엑사이엔씨는 LG계열사가 아니다”라며 “본현씨 개인의 문제지 그룹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관련설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엑사이엔씨는 LG계열사와 관계가 있었고, LG전자 출신 인사들을 신규 등용하는 등 그동안 회사는 LG가 자제가 운용한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세인들의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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