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론스타 5조 소송 '관전포인트'

2015.05.26 10:12:27 호수 0호

잘해야 본전…까딱했다간 쪽박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국 정부와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론스타는 지난 2012년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늦추고 부당하게 세금을 매겨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 중재 재판을 제기했다. 재판 결과에 따라 국민의 혈세인 5조1000억원의 향방이 갈린다. 이번 소송의 관전 포인트를 집어봤다. 

 


이번 공방은 2012년부터 시작됐다. 지난 3년간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가 주재로 한국 정부와 론스타의 양측의 의견을 접수받았다. 지난 15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첫 심리를 진행했다. 이번 심리는 론스타 측의 문제 제기와 한국 정부가 반론을 펴는 자리다.
 
왜 소송 걸었나?
 
론스타의 핵심 주장은 ‘매각을 통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는데 한국 정부가 차별 대우를 해서 놓쳤다’로 요약된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최종적으로 3조9157억원에 매각했다. 9년만에 2조원 이상의 수익을 봤다. 
 
2007년 9월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HSBC에 더 높은 가격으로 매각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론스타 측 기대와 달리 정부는 이를 승인해주지 않았다. 론스타는 HSBC와 2008년 4월 매매계약을 한 차례 더 연장하며 매각의지를 보였다. 끝내 정부는 이를 승인하지 않았으며 론스타는 결국 그해 9월 매각 포기를 선언했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정치적 상황 때문에 승인을 지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소송전에서 한국 정부가 매각 결정을 미뤄 2조원가량 손해가 났다는 점을 부각했다. 다시 말해 론스타는 2조원가량 더 벌 수 있었는데  한국 정부가 결정을 미뤄 기회를 놓쳤다는 논리다. 이번 심리에서 론스타는 ‘한국 정부는 매수자인 HSBC의 지분 인수 승인을 지연시킬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잃어버린 기회비용 2조원에다 지금까지 이자 등을 감안해서 총 3조3800억원을 물어달라는 주장이다. 
 

또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부과한 세금 대해서도 문제 삼고 있다. 론스타는 벨기에 자회사 등을 통해 2001년부터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외환은행, 극동건설, 동양증권 빌딩 등을 차례로 사들였다. 이 자산들을 매각해 4조600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냈다. 
 
당시 국세청은 이 양도차익에 대해 8000억원대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론스타는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에 상대국에 투자할 경우 세금을 면제해 준다는 조건을 들어 과세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법 vs 국제법]
 
한국 정부는 ‘국내법과 국제 규범에 맞게 처리했다’는 게 핵심 논지다.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결정을 지연했다는 것에 대해 당시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며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매각 승인을 내줄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3년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관여한 경제 관료와 은행 경영진 등 20여명을 고발했다. 또 2005년에는 외환은행 합병 관련 주가조작 사건 등으로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외환은행 매각 두고 미국서 심리 시작
재판결과 따라 막대한 혈세 향방 갈려
 
론스타가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는 것에 대해 한국 정부는 ‘론스타 벨기에 자회사는 조세회피 목적으로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 실질적인 의사결정과 이익은 론스타에 있는 만큼 세금 부과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또 한국 정부는 애초에 산업자본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지배할 자격이 없다는 점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로펌 대결
 
국내 대형 로펌인 태평양과 세종이 한국 정부와 론스타의 소송전에서 창과 방패로 맞붙었다. 태평양은 한국 정부를 세종은 론스타를 대리해 미국 현지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태평양과 세종은 이번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의 태스포크팀(TF)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양에서는 김범수 변호사가, 태평양에서는 김갑유 변호사가 이번 사건을 지휘하고 있다. 김범수 변호사는 2012년 SK건설을 대리해 베트남 정부에 ISD 소송을 내 승소를 이끌어냈다. 김갑유 변호사 역시 WTO(World Trade Organization) 분쟁 사건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 두 변호사는 개인적인 인연도 깊다. 사법연수원 17기 동기며 서울대 법대 동문이기도 하다. 
 
한편 최근 세종은 재판을 앞두고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을 고문으로 영입해 논란을 일으켰다. 윤 고문은 론스타가 2007년 외환은행 지분을 HSBC로 매각하기로 합의했을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했다. 과거 매각에 관여하고 승인한 국가기관의 직책에 있던 사람이 소송 당사자를 대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망신살 가능성
 
한국 정부는 지난 2012년 5월 국무총리실 중심으로 ‘론스타 분쟁 TF’팀을 구성했다. 현재 추경호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추 실장은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재정경제부에서 실무를 맡았던 은행제도과 과장이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길을 터 준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이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당시 추 위원장이 론스타가 이를 매입할 수 있게 압력을 행사한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추 위원장뿐만 아니라 TF팀에는 기획재정부를 대표해 참여한 주형환 기재부 제1차관도 론스타 사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2003년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주 차관은 그 해 7월 조선호텔에서 재경부 주도로 열린 ‘10인 비밀 대책회의’에 참석했다. 추 위원장도 함께 참석한 이 비밀회동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격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논의됐다.
 
사실상 과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준 핵심 인물들이 현재 론스타에 맞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ISD와 관련해 일체의 언급을 피하고 있다. 정부 TF팀이 그동안 회의를 몇 번이나 했는지 등 기본적인 내용도 감추고 있다. 
 
소송 예산 얼마?
 
법무부가 국회에 보고한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론스타 ISD대비를 위해 배정된 예산은 지난해보다 무려 90%나 증가한 112억원에 달한다. 밀실행정 때문에 정부가 어떻게 ISD에 제대로 대응하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과연 막대한 국민 세금이 걸린 소송에서 과연 이들이 제대로 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재판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며 중재 재판부 판정은 재판이 모두 끝난 뒤 1∼2년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min1330@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