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일가 ‘폭탄돌리기’ 내막

2015.05.11 11:55:48 호수 0호

회장님 눈치만 보는 허씨 형제들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파르나스호텔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대로 안고 있기에는 부담을 느끼고 남 주기는 아까워서 계열사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GS리테일, GS홈쇼핑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해당 오너들은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다. GS일가가 ‘폭탄’을 돌리는 모양새다.



지난 1985년 한국무역협회와 GS그룹(구 LG그룹) 등의 공동출자로 설립된 파르나스호텔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나인트리호텔 명동, 나인트리컨벤션 광화문 등 총 4개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파르나스호텔 최대주주는 67.56%인 665만4675주를 보유하고 있는 GS건설이다. 그 다음으로 한국무역협회가 31.86%인 313만7983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파르나스호텔의 실적이 좀처럼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져가면 배임?
 
파르나스호텔은 GS그룹 입장에서는 남 주기에는 아깝고 그대로 안고 있기에는 부담스러운 존재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내부 계열사 매각이다. 지난해 GS건설은 IMM PE(사모투자펀드 운용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매각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월17일 GS리테일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GS건설이 파르나스호텔을 매각하려 한 것은 지난해 상반기부터다. 2013년 파르나스호텔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이를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현재 GS리테일은 파르나스호텔의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개매각까지 추진하던 매물을 계열사에 넘긴 사례는 드물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GS그룹의 파르나스호텔 매각을 두고 특이한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미묘한 갈등도 감지된다. 지난 6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파르나스호텔 매각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두 달이 넘도록 GS건설과 GS리테일 간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아서다.
 

매각이 지연되자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 등 경영진이 배임 논란을 사전에 방지하려고 하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고개를 들었다. GS건설이 내놓은 파르나스호텔을 GS리테일이 인수하기로 결정했지만 시장의 반응과 달리 높은 가격에 떠안을 경우 경영진이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만약 GS건설이 파르나스호텔을 헐값에 매각한다면 GS건설 경영진과 임원들이 배임에 연루될 수 있다. 회사의 자산을 계열사에 매각할 경우 주주와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비싼 가격에 매각한다면 GS리테일 측이 배임에 연루될 수 있다. 계열사 이익을 위해 GS리테일이 손해를 감수한다면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으로 배임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GS리테일과 한국무역협회 간 신경전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파르나스호텔의 주인이 바뀌는 만큼 출자약정도 변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계약서를 새로 쓰자는 것이다. 반면 GS리테일은 기존 주주 간 계약이 그대로 유지되길 바라고 있다. GS건설과 맺은 출자약정을 그대로 승계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견이 커 거래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파르나스호텔 매각 협상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살 사람이…’ 파르나스호텔 매각 난항
허 회장 계열사에 기대 “사촌들 난감”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은 그동안 사업다각화에 열을 올렸다. 대표적으로 왓슨스코리아, 미스터도넛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왓슨스코리아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영업손실을 냈다. 미스터도넛은 사업 시작 7년 만에 지난해 철수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KT렌탈 인수전에 예비입찰제안서를 냈다가 본입찰 적격자 심사에 탈락하는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GS리테일은 GS그룹 유통사업의 주력사로 신용등급 AA의 우량기업이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지 않다.
 
GS리테일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500억여원이다. 파르나스호텔 매입자금은 8000억여원이다. 파르나스호텔 인수 시 4000억원 이상의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파르나스호텔 매매가격이 높게 책정될 경우 GS리테일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업계에서는 파르나스호텔 매각 작업이 3분기는 돼야 마무리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매입 주체가 누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매각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자 GS그룹 내부에서는 파르나스호텔을 GS리테일이 아닌 GS홈쇼핑에 넘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GS홈쇼핑 역시 파르나스호텔 매입 시 배임혐의를 받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은 GS그룹 오너인 허창수 회장의 동생이기 때문이다.
 
 
GS홈쇼핑은 GS리테일에 비해 튼실한 편이다. 차임금 없이 8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파르나스호텔을 인수하더라도 재무구조가 악화될 염려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GS홈쇼핑이 매입 주체로 나설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배임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GS계열사들이 파르나스호텔을 떠안기 싫어 배임 논란이라는 명분을 만들어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시장에서는 파르나스호텔이 제3자에게 매각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본다. 허창수 회장이 외부 매각 불가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그 누구도 거스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GS그룹은 친인척 간 공동 경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독단적 의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로 알려져 있다. 특히 허창수 회장이 호텔사업에 미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결국 누군가는 ‘폭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부담전가 난처
 
문제는 이 부담을 GS건설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계열사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GS건설은 지주회사인 (주)GS와는 무관한 GS그룹 오너 일가의 회사라고 할 수 있다. GS오너 일가의 부담 전가로 계열사들의 기업가치가 훼손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계열사 자금을 오너의 주머니로 돌리려는 도덕적 해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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