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머신 대부의 파란만장 인생사

2010.05.25 10:01:12 호수 0호

‘17년 롤러코스터’ 내리는가 했더니…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씨가 수백억 분쟁에 휘말리면서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씨는 이번 분쟁으로 출국금지까지 당했다. 검찰과의 악연이 벌써 4번째. 1993년 슬롯머신 비리 사건 이후 지난 17년 동안 줄곧 철창을 들락날락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의 롤러코스터 인생을 재조명해봤다.


정덕진씨, 건설업자와 수백억 분쟁 “출금·압수수색”
YS정부 때 슬롯머신 비리 사건 후 ‘검찰 악연’4번째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씨가 수백억 분쟁에 휘말렸다. 검찰 등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11월 건설업자 이모씨로부터 위증교사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최근 정씨를 출국금지하는 한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정씨는 돈 문제로 이씨와 갈등을 빚고 있다. 정씨는 지난 2006년 쇼핑몰과 상가 등을 분양하던 이씨가 부족한 자금을 부탁하자 50억원을 꿔줬다. 당시 정씨는 채무 상환 대신 이씨가 분양 중이던 상가를 요구했고, 이씨는 상가건물 2채를 양도했다. 단 ‘추후 차액을 정산한다’는 조건이었다. 둘은 이같은 내용의 ‘이행합의서’를 작성했다.

위증교사 혐의



그러나 나중에 제대로 정산이 이뤄지지 않자 이씨는 2008년 정씨를 상대로 정산금 청구소송을 냈다. 이와 함께 100억원에 달하는 정씨의 재산을 가압류했다. 이씨는 “2채의 상가가 400억원대로 채무액을 뺀 나머지 차액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씨는 이씨를 배임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맞고소했다. 정씨는 “이씨가 일부 상가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분양하는 등 이행합의서를 지키지 않아 효력이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씨는 지난해 1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소송을 취하하고 가압류를 해제하는 조건으로 정씨와 합의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지난해 11월 정씨를 위증교사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수사와 재판 때 나온 증언들이 정씨의 사주로 상당 부분 왜곡됐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증언자들의 조사를 마치면 정씨를 소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씨가 수백억 분쟁에 휘말리면서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슬롯머신 업계의 대부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한때 전국에 호텔 5곳과 슬롯머신 업소 9곳을 운영했다. 그러나 그는 1993년 ‘슬롯머신 비리’사건 이후 지난 17년 동안 줄곧 철창을 들락날락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롤러코스터 인생을 살아왔다.

이번 조사까지 검찰과의 악연만 벌써 4번째다. 정씨는 1980년대 초부터 슬롯머신 사업에 뛰어들어 막대한 부를 쌓았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 실세와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펼쳤다. 이는 1993년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직후 터진 슬롯머신 비리 수사로 세상에 알려졌다. 검찰은 정씨를 슬롯머신 업소 세금 26억여원 포탈 혐의 등으로 구속한 뒤 정·관계 배후세력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정씨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정·관계 거물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 나오는 등 곤욕을 치렀다. ‘6공 황태자’박철언씨의 경우 세무조사 무마 명목 등으로 정씨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1년6개월 복역했다. 이 수사를 진두지휘한 검사가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다. 검찰 지휘부의 우려와 만류 속에서도 특유의 저돌적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홍 의원은 이 사건이 SBS 드라마 ‘모래시계’로 만들어지면서 ‘모래시계 검사’란 명성을 얻었다.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됐던 정씨는 1심 선고 때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 1994년 9월 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40억원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하지만 그는 재산 환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로부터 4년 뒤인 1998년 9월 정씨는 필리핀으로 37억여원을 밀반출해 현지 카지노에서 상습도박을 한 혐의로 다시 구속됐다.

1000억원대의 재산을 갖고 있던 정씨는 재판을 앞두고 한 번 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선처를 기대했으나 앞서 재산환원 약속을 어긴 탓에 1심에서 징역 3년,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감생활을 마친 정씨는 2001년 11월 돌연 한국생활을 청산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민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재산도 대부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자신의 범죄로 영주권이 나오지 않자 검찰에 ‘조세포탈로만 처벌을 받았다’는 확인서를 요청해 겨우 영주권을 발급받았다는 후문이다.

3번 철창행

정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어딜 다녀도 떳떳하지 못했다”며 “누구를 미워하고 원망할 것도 없이 모든 것이 내 부덕의 소치였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생활환경을 찾아 미련 없이 떠나려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정씨는 원정도박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씨는 이민도 미룬 채 또 필리핀 호텔 카지노를 드나들었고, 지난 2002년 2월부터 4월까지 모두 13차례에 걸쳐 필리핀 마닐라 H호텔 카지노에서 94만달러(약 11억1600만원)의 판돈으로 카드도박 ‘바카라’를 한 혐의로 2003년 1월 다시 철창으로 향하는 신세가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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