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16) 주수도 JU그룹 회장

2015.03.16 11:27:58 호수 0호

거대로펌 변호…그 돈 어디서?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법인은 10억원 이상)의 체납범을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16화는 797억7500만원을 체납한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이다.



지난달 초 '제주 오라관광지구 개발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제주도가 사업 승인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오라관광지구는 한라산국립공원을 마주해 투자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알려졌다. 1999년 12월부터 추진돼 온 개발사업은 사업 시행자가 네 차례나 바뀌면서 표류했다.

수감 생활은?

시행자 가운데는 JU그룹(제이유그룹) 계열사인 알바스트로개발(주)이 있었다. 알바스트로개발(주)은 지난 2005년께 오라관광지구 일대 토지와 개발사업권을 사들였다. 문제는 자금을 틀어쥐고 있는 JU그룹이 '부실 덩어리'였다는 것이다. JU그룹의 대표 주수도씨(이하 주수도)는 입찰 1년여 만에 2조원대 사기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그룹 재무상황이 악화되자 법인을 우회해 부동산에 투자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주수도는 2007년 6월 "60만평(200만m²)에 달하는 관광지구를 개발해 30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주수도는 구속수감돼 있었다. JU그룹의 뒤를 이어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는 오라관광지구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다. 공정률은 10%에 머물렀다. 또 주수도는 500억원 규모의 '인천 강화 관광지구 개발사업권'을 따냈다고 주장했으나 지금껏 착공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주수도는 울산 출신의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알려졌다. 1980년대에는 영어강사로 활동했다. 강사 생활 몇 해만에 학원을 세울 정도로 사업수완이 남달랐다고 한다. 1987년에는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김종필 당시 신민주공화당 후보를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수도는 1990년대 중반부터 다단계 사업을 시작했다. 다단계 업계에선 나름 신화적인 인물이다. 1999년 자신의 이름을 딴 주코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2002년 JU(제이유)네트워크로 상호를 변경했다. 제이유네트워크는 설립 3년 만에 연매출 2조원에 달하는 JU그룹으로 성장했다.

주수도의 '이름값'을 믿은 수만명의 투자자(그룹 내에선 사업자이자 소비자)는 빚을 내서라도 JU그룹에 투자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투자자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주수도는 다단계 업체를 운영하며 사기 혐의로 두 차례나 구속된 전과자였다.

주수도는 '소비생활 공유 마케팅'이라는 그럴싸한 판매기법을 내세워 눈먼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핵심 원리는 간단했다. 제품을 더 많이 사면 더 많은 수당을 받는 것이다. 주수도는 물건 구매가의 250%에 달하는 '고배당'을 약속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 수익구조지만 30여만명의 사업자는 그의 말을 맹신했다.

주수도는 거의 매일 JU그룹 회원들이 볼 수 있는 화상회의를 통해 '소비'를 독려했다. 한편으로는 외부 강연으로 신규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 2005년 JU그룹은 세계적인 다단계 회사 암웨이를 제치고 국내 다단계 판매업체 1위에 등극했다. 참여정부를 패닉에 빠뜨린 '단군 이래 최대 사기사건'은 그 무렵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JU그룹은 처음부터 천문학적인 수당을 지급할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외연을 확대해 피해규모를 키웠다. 수당을 지급받지 못한 피해자가 속출하자 주수도는 "내 사재를 털어서라도 수당은 주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해가 바뀌도록 피해자들은 수당을 받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JU그룹에 납품하던 생산업체들마저 줄줄이 도산했다.

주수도는 2006년 8월 사기 혐의로 구속됐지만 옥중 경영을 시도했다. JU그룹은 제이유피닉스, 불스홀딩스, RESD 등 간판만 바꾼 채 같은 수법으로 영업을 계속했다. 도리어 주수도는 "국정원이 암웨이와 짜고 거짓 보고서를 만들어 나를 함정에 빠뜨렸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정원은 'JU그룹의 정·관계 로비설'과 관련한 보고서를 언론에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227억2700만원
국세청 570억4800만원
다단계 사기 피해액 2조

주수도의 문어발 인맥은 각계에 포진해 있었다. 국회의원·탤런트·아나운서를 비롯한 명망가들이 JU그룹의 '얼굴마담'을 자처했다. 특히 JU그룹은 일부 유력 신문사에 후원을 하고 그 대가로 광고를 하는 등 이미지 마케팅에 주력했다. 그 결과 주수도의 '사기 마케팅'은 중소기업의 '성공 신화'로 둔갑했다.

주수도는 2007년 2월 서울동부지법에서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검찰은 주수도가 투자자 11만여명으로부터 2조1000억원의 투자금을 편취하고, 회삿돈 284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그해 대법원은 징역 12년을 확정 판결했다. 주수도와 JU그룹에는 거액의 세금이 부과됐다.

주수도는 2005년 8월부터 취득세 등 11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서울시가 징세할 체납액은 4억4900만원이다.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주수도는 2001년부터 법인세 등 40건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이 거둘 체납액은 570억4800만원이다.


서울시 고액체납 법인 명단을 보면 JU개발과 JU네트워크가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JU개발은 2005년 7월부터 주민세 등 39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체납액은 113억3200만원이다. JU네트워크도 2005년 8월부터 주민세 등 40건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서울시가 과세한 지방세는 109억4600만원이다. 두 회사 법인 대표란에는 주수도의 이름이 적혀 있다.

반면 국세청 고액체납 법인 명단에는 주수도의 이름이 빠져있다. JU개발은 윤모씨, JU네트워크는 이모씨가 각각 대표로 기재돼있다. 이 가운데 윤씨는 JU시설관리 대표를 겸하고 있다.

국세청이 추징할 JU개발의 국세는 104억9700만원(2005년부터 부가가치세 등 26건)이다. JU네트워크는 434억300만원(2005년부터 부가가치세 등 3건), JU시설관리는 409억4100만원(2005년부터 부가가치세 등 11건)을 각각 국세청에 내야 한다.

박모씨가 대표로 있는 JU백화점도 2006년부터 부가가치세 등 18건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확인된 체납액은 218억3000만원이다. JU그룹으로부터 파생된 체납액의 합은 1166억7100만원에 이르렀다. 주수도 개인에게 물린 세금 797억7500만원까지 더하면 세수의 합은 2000억원에 육박했다.

그런데 주수도는 몇 년째 거대 로펌의 변호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재심을 신청해 양형을 낮추고자 했다. 거대 로펌 B사와 D사가 그의 변호인으로 선임됐다. 법원은 최근 재심에서 2007년 있었던 원심을 확정했다. 그 사이 주수도는 별건(사기)으로 기소돼 벌금 2000만원을 추가로 선고 받았다. 그러나 주수도는 벌금 역시 내지 않고 있다.

비자금 의혹

그가 구속 전 지분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 중국 '금사력가우'는 연매출 4000억원 규모의 방문판매업체다. 주수도의 재심이 결정되자 JU 측 인사들은 언론에 접근해 '금사력가우의 지분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흘렸다. 이후 금사력가우가 어떻게 됐는지는 감감무소식이다.

지난해 10월 JTBC는 "주수도가 같은 해(2014년) 1∼9월까지 변호인 접견을 1465회 신청했다"라고 보도했다. 사실상 전담 변호사를 두고 하루 평균 7차례 접견한 셈이다. 그 많은 돈은 어디서 조달되는 것일까.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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