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왕 이승엽’ 요코하마에서 포효하다!

2008.09.27 17:15:05 호수 0호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세계 제일의 4번 타자의 칭호’를 얻은 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일본 진출 후 첫 3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승엽은 지난 16일 요코하마의 밤하늘에 기적을 부르는 3연발 불꽃이 수놓았다.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전에서 3회 스리런포와 4회 투런 아치에 이어 6회 네 번째 타석에서도 중월 투런 홈런을 때려내는 괴력을 발휘, 이날 5타수 3안타 7타점을 올렸다. 일본 언론들은 이 같은 이승엽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과연 이승엽이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던 비결이 무엇인지 그 배경을 따라가 봤다.

“이것이 바로 폭발이다”

“타석에서 이승엽은 백수의 왕 사자 같았다. 만만한 공을 확실히 포착하고 탁구공 치듯 스탠드까지 날렸다. 세계 제일의 4번 타자의 칭호를 얻은 베이징올림픽 같이 무서웠다.”
일본 산케이스포츠의 17일자 보도 내용이다. 일본 스포츠지들은 이승엽의 3연타석 홈런에 일본이 감탄, 또 감탄하면서 찬사와 기대의 평가를 내리며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 경기에 3연타석 홈런을 때린 것은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 경력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하기 전까지 침체기에 빠져 있었다. 한 때 ‘아시아 최고 거포’로 통했지만 침체기가 지속되면서 불신감이 팽배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왼손 엄지 인대 수술을 받은 뒤 타격 부진에 빠진 후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물론 최악은 상태는 아니었다. 그동안 시즌 초반 최악의 타격감에서 서서히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동안 손가락 부상 후유증 등이 발목을 잡으면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 이후 그는 달라졌다.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고 자신 있는 스윙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팀의 시즌 1위 탈환을 이끌 주역으로 떠올랐다. 그의 부활에 일본열도에선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특히 이승엽의 부활은 요미우리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알렉스 라미레스의 중심타선에다가 부활한 이승엽이 가세하면 파괴력은 배가 되고, 역전 우승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
요미우리 하라 다쓰노리(50) 감독은 “”이승엽이 1경기 3홈런으로 ‘진짜’ 거포가 되어 돌아왔다. 3발의 홈런, 모두가 값진 것이었다”면서 이승엽에 대해 오래간만에 두터운 신뢰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반면 일본 야구계는 이승엽의 부활에 바짝 긴장한 눈치다. 베이징 올림픽은 물론 국제 대회에서 한국의 대표 타자 이승엽에게 호되게 당한 일본 야구계이기에 그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승엽의 부활포는 투수와 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역전을 꿈꾸고 있는 요미우리 입장에선 이승엽으로 인해 대호재를 맞이한 셈이다.
우선 투수력이 안정되고 있다. 강력한 타선과 함께 올 들어 가장 안정되고 힘좋은 요미우리의 전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일고 있다. 뜨거운 타격도 과시하고 있는 중이다. 이승엽 효과로 3번 오가사와라와 4번 라미레스는 연일 타격을 뜨겁게 달구면서 요미우리 타선이 공포의 타선으로 돌변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승엽의 부활 비결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케이스포츠는 이에 대해 이승엽이 올림픽 이후 2군에서 각고의 다이어트를 통해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증가한 것이 홈런포의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산케이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하라 감독의 ‘전략적인 조치’로 2군에 내려갔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돌아온 뒤 1군에 복귀했다가 컨디션 회복 차원에서 좌완 애드리언 번사이드와 교체돼 다시 2군으로 내려간 것이다.
2군으로 간 이승엽은 평소 좋아하던 불고기와 탄수화물(쌀밥) 대신 계란 흰자와 닭가슴살 등의 음식으로 단백질을 보충하며 웨이트트레이닝에 매달렸다.

요코하마의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소리 꽝! 꽝! 꽝!
홈런 3연발에 일본 열도 일제히 ‘승짱’ 합창 중  

물론 이는 매년 겨울 귀국 후 대구 세진헬스에서 개인훈련을 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평소 94kg에 이르던 체중이 약 3kg 정도 줄었다. 체지방이 줄었지만 근육이 증가해 스윙의 날카로움을 되찾았다. 이 같은 노력이 복귀 이후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데 도움이 된 셈이다.
산케이스포츠는 팀 동료들의 보이지 않는 도움도 한 몫 했다고 지적했다. 이승엽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아베 신노스케, 알렉스 라미레스 등을 한국음식점으로 초대했는데 당시 두 선수가 1군에서 애드리안 번사이드와 경쟁 중이던 이승엽을 배려해 팀 관련 이야기는 일체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승엽은 “한국 무대서 1경기 3홈런을 기록한 적은 있지만 3연타석 아치는 처음인 것 같다”라면서 “세 번째 홈런을 때려낼 때도 별 감흥은 없었다. 그저 타석마다 힘껏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분은 좋다. 요즘은 자신감 있게 타석에 설 수 있다. 어제까지 한 것만큼을 다 한 것 같은데 더 열심히 해서 팀이 선두로 나서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편, 현재 이승엽은 시즌 막판을 맞이하고 있다. 그는 이미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남은 경기에서도 전력을 다하겠다”며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꼭 필요할 때 터트리는’ 이승엽의 잔여 시즌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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