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떠나는 ‘박근혜 사람들’ 현주소

2015.01.26 10:41:24 호수 0호

팽 당한 개국공신…‘박근혜 저격수’로 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박근혜정권 탄생에 기여했던 개국공신들이 속속 이탈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옛 측근들이 둥지를 떠난 것도 모자라 ‘반박(반 박근혜)인사’로 돌아서는 이들까지 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잇단 실정과 불통 탓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일요시사>가 박 대통령을 떠나는 ‘박근혜 사람들’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연말정산 세금 폭탄 논란’ ‘김무성 수첩 파문’ ‘정윤회 문건 파문’ 등 정권에 부담을 주는 악재가 연달아 터지고 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정권출범부터 ‘인사 참사’ ‘국가정보원·군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논란’ ‘세월호 참사’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돌아선 공신들
비수로 돌아와

그 사이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까지 추락했다. 심지어 어떠한 일에도 흔들림이 없었던 고정지지층인 영남과 50대에서도 지지를 철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 당선에 지대한 역할을 했던 개국공신들까지 돌아서기 시작해 주목된다.

가장 먼저 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핵심공약이자 박근혜정권의 핵심 국정과제인 경제민주화를 주도했던 김종인 가천대 석좌교수가 2013년 12월 “박 대통령에게 경제민주화를 기대한 건 과욕이었다”라며 “경제민주화가 될 것처럼 얘기한 데 대해 국민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정권 출범 1년도 채 안 돼 개국공신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박 대통령의 또 다른 핵심공약이었던 정치쇄신을 주도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도 정권에 악재가 터질 때마다 쓴소리를 가하는 반박인사로 변신했다.


특히 이 교수는 지난해 말 정윤회 문건 파문이 불거진 이후 각종 언론인터뷰를 통해 “박 대통령의 문고리권력 3인방(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에 대한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다” “현재 박근혜정권을 움직이는 사람들 수준이 한심할 정도로 수준 미달이다” 등의 혹평을 쏟아냈다.

이 교수는 청와대와 검찰이 애써 수습한 정윤회 문건 파문의 불씨를 되살린 김무성 수첩 파문에 대해서도 “현재 청와대의 민낯을 다 보여준 것”이라며 “청와대가 어떤 사람들에 의해 실제로 굴러가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박’으로 돌아선 옛 측근들
박근혜정권 골칫거리로 부상

심지어 그는 지난 20일 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1987년 민주개헌 후 대통령이 된 사람들 중 보수대통령은 성공한 사람이 없다”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사후평가도 좋지 않을 것이니, 그 같은 결론은 불가피하다”고 박근혜정부가 ‘실패한 정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약점이었던 젊은 층 공략에 기여했던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대선 이후 박 대통령과 별다른 교류 없이 종편 프로그램 등을 오가며 청와대를 향해 날선 비판을 가하는 정치평론을 해왔다.

급기야 최근 지난 6일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의 결혼식 피로연에서는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이 언급한 ‘K(김무성), Y(유승민) 정윤회 문건 파동 배후설’을 김 대표와 유 의원을 포함한 전·현직 새누리당 의원 12명에게 전달해 김무성 수첩 파문의 단초를 제공했다.

반박 전향
늘어나나?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렸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최근 확실한 반박인사로 전향한 모양새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힘찬경제추진단장을 맡아 박 대통령의 경제공약을 총괄했던 그는 지난달 말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제는 크게 3가지 프레임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희망, 둘째는 국민 화합, 셋째는 경제 안정”이라며 “국민이 희망을 갖고 화합할 수 있고, 외부 충격에 잘 대응할 수 있으면 경제는 잘되는 것인데 지금은 세 가지 모두 시원치 않으니 위기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또 “박 대통령은 자기를 던지는 리더십도 안 보이고 국민과 야당을 상대로 한 소통 능력도 너무 떨어진다”며 “어려움을 돌파하려면 정책 추진력이 중요한데 현 정부는 이것도 약하다. 지난 2년간 한 것이 없고 미래의 희망도 갖기 힘들다”고 혹평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 외에도 추가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종인·이상돈 교수와 함께 붕괴 직전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구하기 위해 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돼 지난 총·대선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는 정권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김종인·김광두·이상돈 등 정권에 비수
부름 못받은 측근 추가 이탈 가능성도

지난 대선을 앞두고 야권으로부터의 갖은 비판을 감수하고 박 대통령을 지지한 DJ(김대중 전 대통령) 가신 3인방(한광옥·한화갑·김경재)도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정권에서 배제됐다. 이들은 지금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추후 박 대통령의 실정이 계속되고 정권으로부터 어떠한 배려(?)도 받지 못한다면 반박인사로 돌아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와 관련, 박찬종 변호사는 “김종인·이상돈·김광두 세 사람은 박 대통령에 의해서 일회용 포장지로 이용당하고 쓰레기통에 처박혔다라고 하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이준석은 좀 서운한 감정이 있는 것 같다”며 “(박근혜정권 탄생의) 특등공신에 대해서 인간적 배려를 하거나 자리로 보답을 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의 불소통이 이들 네 사람을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돌려놨다. 그 중에도 세 사람(이상돈·김종인·김광두)은 완전히 (박근혜) 저격수가 됐다”고 진단했다.

실패한 정부 예언도 나와

이처럼 옛 측근들이 돌아서고 있는 것은 박 대통령이 비대위 시절부터 언급했던 약속과 대통령에 오른 이후 실제 국정을 운영하는 모습에서 보여준 간극이 커 실망을 느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일각에서는 이탈자 대부분이 지난 대선에서 집토끼(보수진영)의 견제를 받으며 산토끼(중도진영)를 잡는 데 기여했던 외부 영입인사 중 정권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배려 부족(?)에 대한 반감이 표출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곁에 두기엔 불편할 수 있어도 그렇다고 놓아주기에도 아까운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는 했어야 했는데 토사구팽을 시켜 문제를 키웠다는 뜻이다.

대통령을 만든 ‘박근혜의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특히 붕괴 직전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일으켰던 쇄신의 주역들이 떠나는 것은 비리·부패 정당이라는 오명을 들었던 한나라당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 ‘실패한 정부가 될 것’이라는 이 교수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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