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김무성 문무대전 막전막후

2014.11.10 11:07:47 호수 0호

"무대는 무조건 싫어…" 문수는 박근혜 트로이목마?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문무(김문수·김무성)합작은 이미 물 건너갔다. 이제 두 사람이 크게 붙을 일만 남았다. 곧 '문무대전'이 벌어질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 사이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두 사람이 불체포특권, 개헌, 선거구획정 문제 등을 놓고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문무합작'이라던 두 사람의 관계가 '문무대립'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김 대표를 잡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심은 트로이목마, 즉 '스파이'라는 얘기도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9월 당내에서 가장 껄끄러운 대권 경쟁상대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보수혁신위원장으로 내정하자 정치권은 화들짝 놀랐다. 7·30재보선 출마도 거부하고 원외에 머물러있던 김 전 지사에게 김 대표가 직접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은 15대 국회 동기이자 친구로서 현재 새누리당 지도자 중에 가장 개혁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우정?
알 수 없는 속셈

김 대표가 밝힌 것처럼 두 사람은 1951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지난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소속으로 나란히 국회에 들어온 정치동기생이기도 하다. 때문에 두 사람은 사석에서 서로 “문수야” “무성아”라며 이름을 편하게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지난 6월 문창극 낙마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에도 김 위원장을 총리에 추천했을 정도로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얼핏 들으면 무척 아름다운 우정이다.

그런데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가 출범한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의 우정에 금이 가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문무(김문수·김무성)합작은 이미 물 건너갔다”며 “이제 두 사람이 크게 붙을 일만 남았다. 곧 문무대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 건너간 문무합작, 이제부터 '전쟁'
현안마다 다른 목소리 내며 대립각


실제로 최근 김 대표와 김 위원장 사이에서는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두 사람은 불체포특권, 개헌, 선거구획정 문제 등을 놓고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보수혁신위 출범 당시 대쪽 같은 성격으로 유명한 김 위원장과 마찰이 우려된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해 “문제가 없을 것”이라던 김 대표의 호언장담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두 사람의 갈등을 반증하듯 김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는 지금까지 불체포특권 포기 등 5개의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아직 단 한 건도 당의 추인을 받지 못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김 대표가 방중 기간 ‘개헌 봇물’ 발언으로 개헌 논란에 불을 댕기자 곧바로 “욕먹는 국회의원들끼리 총리, 장관 자리를 나눠 갖는다면 국민이 용납하겠느냐”며 김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김 대표가 개헌론 발언에 대해 사과를 한 이후에도 틈만 나면 “나한테 헌법 바꿔 달라는 사람 못 봤다”거나 “국회의원들이나 똑바로 하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여갔다.

사사건건 대립
어긋난 문무합작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아예 작정하고 김 대표를 들이받은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김 대표, 이재오 의원과 함께 중국을 방문해 긴 시간을 함께하면서 개헌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것으로 아는데 저렇게까지 강하게 반대를 하니 이해하기가 힘들었다”며 “물론 두 사람이 설득했다고 해서 김 위원장이 무조건 동조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강도 높은 비판을 하는 것은 사실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게다가 개헌 문제는 보수혁신위의 업무와는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주제다. 굳이 김 위원장이 입장표명을 할 필요도 없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워낙 권력욕이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김 대표가 주장한 이원집정부제를 받아들일 수 없어 나온 발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차기 대선을 겨냥해 김 대표와 본격적인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개헌론에 관해 박근혜 대통령과 입장을 같이 하면서 여전히 견고한 박 대통령의 지지층을 흡수하는 효과도 노렸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 위원장의 전략은 일단 먹혔다. 큰 폭의 변화는 아니지만 개헌론 논란 이후 김 대표의 지지율은 분명히 하락세로 돌아섰고, 김 위원장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김 대표와 선을 긋고 차별화를 시도한 만큼 문무합작은 이미 물 건너갔고, 문무대전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실 김 대표의 김 위원장 영입에는 숨겨진 포석이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정설이었다. 김 대표가 김 위원장을 영입한 것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박(친박근혜)계에 맞서 김 위원장과 연합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의 영입으로 여권의 판을 키우는 효과도 노렸을 것이다.

그런데 김 대표의 노림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차기 총선 공천 문제였다. 김 대표는 보수혁신위의 가장 큰 과제를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여전히 친박이 최대계파다. 김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을 김무성 체제로 재편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차기 총선에서 물갈이를 해야만 한다”며 “그런데 자신이 직접 공천과정에 손을 대면 친박계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그러니 혁신이라는 이름을 빌리겠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불만의 화살은 상당 부분 김 위원장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을 이용해 자신은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친박계를 쳐내겠다는 계획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 하듯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이정현 최고위원은 혁신위 출범에 맞춰 “(혁신위의 역할이) 당 혁신이 아니라 정치 혁신에 맞춰 진행되길 바란다”며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김 대표의 바람대로 움직여 줄 생각이 없었다. 김 위원장은 취임 후 혁신의 방향을 ‘공천 혁신’이 아닌 ‘정치 혁신’으로 틀었기 때문이다. 보수혁신위는 국회의원 세비 삭감을 시작으로 국회의원 겸직 금지, 출판기념회 금지, 불체포특권 개정, 선거구 획정 권한 독립 등 국민들의 ‘정치 혐오’ 정서에 편승한 의제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혁신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처음에는 국민들의 이목을 잡아끌 수 있는 의제가 필요하다고 해서 세비삭감 등의 방안을 선택한 것인데 계속 그 방향으로 가다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대권행보를 위한 인기영합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의원들이 한 둘이 아니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였다.

자당 의원들의 ‘밥그릇’과 직접 연관된 문제이다 보니 김 대표도 가만히 두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개혁안에 김 대표가 자꾸 딴지를 걸다 보니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자연스럽게 ‘개혁세력’ 이미지를 얻었고, 김 대표는 개혁을 막으려는 ‘기득권세력’으로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길어지면 김 대표의 차기 대권 스케줄은 꼬일 수밖에 없다.


포퓰리즘?
기득권 지키기?

보수혁신위의 활동시한은 6개월이다. 내년 3월이면 활동이 종료되지만 김 위원장이 좀 더 파격적인 혁신안을 쏟아내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남은 기간 더 파격적인 혁신안들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정해진 기간 내에 어떤 방식으로든 성과를 내야 한다. 6개월이라는 한정된 기간을 정해놓은 것이 오히려 두 사람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행보는 점점 더 인기를 끌게 될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김 대표가 김 위원장을 중도하차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 위원장을 중도하차 시킨다면 당의 혁신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비춰져 김 대표와 새누리당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김 대표는 그야말로 외통수에 걸려든 형국이다.

문, 일단 지르고 보자 "포퓰리즘 정치?"
무, 일단 막고 보자 "기득권 지키기?"

하지만 김 대표도 호락호락하진 않다. 사태가 심각해지면 다른 트집을 잡아서라도 김 위원장을 끌어내리는 수도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미리 안전장치도 마련해 놨다. 현재 김 위원장이 이끄는 보수혁신위의 위원 대부분은 김 대표의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의 급가속 행보에 제동을 걸며 이미 견제에 나선 모양새다. 혁신 위원들이 반발하자 김 위원장도 결국에는 방향을 당내 혁신 쪽으로 다소 변경했다. 김 대표가 보수혁신위를 출범시키면서 내세웠던 목표점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아무리 파격적인 안을 내놔도 당이 의결해주지 않으면 김 위원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김 위원장이 김 대표와 대립하다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면 두 사람 모두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 김 위원장이나 김 대표나 양보와 협상이 필요한 시점이란 이야기다.

승자는 누구?
용호상박

또 김 위원장이 정치 혐오 정서에만 편승해 정치 현실을 무시한 개혁안을 계속 내놓다보면 나중에는 원내에 김 위원장의 편이 되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을지도 모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개혁안에 대한 당내 반발이 예상보다 크다. 일반 국민들이 볼 때는 국회의원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하겠지만 국회의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공무원연금 문제를 예로 들면 일반 국민들과 공무원들 간의 생각차이가 얼마나 큰가? 공무원들이 왜 삭발식까지 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겠는가? 누구나 자신의 밥그릇을 빼앗기는 문제에는 민감한 법”이라고 설명했다.

어찌됐든 김문수 위원장과 김무성 대표의 문무대전은 이미 시작됐다. 보수혁신위의 임기가 끝나는 날 최후에 웃게 될 승자는 누가 될까?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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