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예산폭탄’ 공약 이행 초읽기

2014.11.10 10:53:59 호수 0호

역시 실세는 실세…차기 총선도 무난?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예산폭탄’ 공약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특위) 예산안 심사가 시작된 가운데, 이 의원의 국회 입성 이후 지역구(전남 순천·곡성) 예산이 수백억원 증액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이 의원은 예결특위위원 중에서도 예산을 최종결정하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구 계수조정소위원회) 위원에 뽑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추가 지역예산 확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6일부터 예결특위가 본격적인 예산안 심사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376조원의 한정된 예산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치열한 지역예산 확보 전쟁도 시작됐다. 이번에도 힘 있는 실세 의원들의 ‘쪽지예산’ 경쟁은 어김없이 재현될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예산폭탄론’을 전면에 내세워 7·30재보선에서 당선된 ‘박근혜의 남자’ 이정현 의원이다.

이정현의 힘

이 의원은 지난 7·30재보선에서 “호남에 예산폭탄을 퍼부을 자신이 있다”는 이른바 예산폭탄론을 전면에 내세워 당선됐다. 야권의 텃밭인 순천·곡성 주민들이 이 의원에게 49.4%의 높은 표를 몰아 준 것은 이 의원의 예산폭탄론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 의원도 당선 직후부터 예산확보를 위해 예산 관련 정부관계자들을 분주히 만나는 등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특히 그는 당의 전폭적 지원 속 예결특위위원 중에서도 예산을 최종결정하는 예산안조정소위위원으로 뽑혀 지역예산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예결특위가 최근 작성한 ‘2015년 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이 의원의 지역구는 예산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지난해 열렸던 순천만 정원박람회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한 ‘정원산업지원센터’ 조성사업에 신규예산 10억원이 반영됐다. 순천시 계획대로라면 이 사업에는 2017년까지 88억원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순천시가 100억원 규모의 신규사업을 끼워 넣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의원의 힘이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순천시와 전남도교육청이 순천시에 생태·진로·해양안전 등 각종 체험관을 짓는 559억원 규모의 ‘에코에듀체험센터(가칭)’ 사업을 따낸 것도 이 의원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이 무성하다.

이 외에도 ‘이정현의 힘’은 호남 전반의 예산 증액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례로 광주시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고성능 차량용 부품 개발 사업’에 15억원을 배정 받은 것도 이 의원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지역구 수백억 뭉치 예산 배정
야 ‘이정현 맹활약’에 전전긍긍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호남지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역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정현을 만나야 한다’는 이른바 ‘이정현 활용법’이 공개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지난달 16일 광주시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황인자 의원은 윤장현 광주시장에게 “국비 확보를 위한 유용한 팁을 드리겠다”며 “우선 광주시의 국비 요청 사업조서부터 들고 이 의원에게 가라. 분명 발 벗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호남지역 지자체장들과 공무원들은 앞 다퉈 이 의원실을 드나들며 예산 확보에 도움을 달라는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지역의 요청은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예결위의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의 종횡무진 활약에 새정치민주연합은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이 의원의 예산폭탄 공약에 밀려 텃밭을 내준 만큼 제동을 걸어야 하지만, 무작정 제동을 걸다가는 ‘밥그릇 챙기기 위해 텃밭 예산도 저버린다’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결위 소속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엄청난 혜택을 보기 위한 편중 예산이라면 관심 있게 보겠지만 순천·곡성은 소외된 곳이라 예산이 많이 필요한 곳”이라며 “이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예산을 의도적으로 삭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정현 딜레마

물론 새정치연합 일부에서는 견제의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전남 목표가 지역구인 박지원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동서화합포럼에서 “이 의원이 당선돼 전남에 예산폭탄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산폭탄은 안 떨어지고 삐라만 떨어지고 있다”고 뼈 있는 견제구를 날렸다.

순천·곡성 지역위원장을 신청한 김광진 의원은 “폭탄이라고 할 만한 예산은 없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야당의 견제마저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이 의원의 예산폭탄 공약은 점차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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