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어린왕자 그린 차형록

2014.11.03 10:33:55 호수 0호

"미술요? 어렵지 않아요"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달 17일 청담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르뮤제에서 차형록 작가와 다비드 예가네의 초대전 오프닝 파티가 진행됐다. 전시제목은 <reminiscence (회상)>.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삼은 차 작가는 프랑스 추상화가 다비드 예가네와 공동으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오랜 유학 경험과 다양한 삶의 이력을 갖고 있는 차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했다.



주로 밝은 톤의 그림을 그려온 차형록 작가가 청담동 복합문화공간 르뮤제에서 오는 30일까지 전시를 갖는다. 전시제목은 <reminiscence (회상)>. 한국의 강렬한 색채와 사랑에 빠진 프랑스 추상화가 다비드 예가네(David Yeghaneg)는 차 작가와 함께 전시를 진행 중이다.

풍부한 색감

차 작가의 이번 작품은 생텍쥐페리가 만든 어린왕자가 지구에 남아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어린아이가 성장하면서 다양한 관계맺음을 통해 경험을 쌓듯 차 작가의 어린왕자도 이곳저곳을 누비며 어른으로 변했다.

아마도 작가는 오랜 타지생활을 경험한 자신을 어린왕자에 빗댄 것으로 보인다. 작품 속 왕자는 '반어른'의 모습으로 지구에 남아 다양한 생명을 접한다. 작품 제목을 보면 '공작새와 큰 왕자' '대추나무와 큰 왕자' '민들레와 큰 왕자' 등 구체적인 생명과 왕자라는 도상을 연결시킨 작명이 대부분이다. 관련 작품들에서 생물은 크게 묘사되고 인체는 작게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작가 개인이 성장하는 동안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암시한다.

때로 그의 작품들은 '패러글라이딩 하는 큰 왕자' '라면 끓이는 큰 왕자' 등 의외의 구성으로 소소한 재미를 준다. 과거 몇몇 작품들에서 장르를 뒤틀고자 시도한 것은 일정 부분 팝아트의 문법을 차용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작품마다 풍부한 색감이 사용되는데 이는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은 관객도 그림을 친숙하게 감상할 수 있는 동력이다. 여기에 어린왕자라는 친숙한 이미지는 클리셰지만 동시에 가독성을 높일 수 있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청담 르뮤제서 프랑스 작가와 전시
<어린왕자> 소재 사춘기 경험 풀어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비행(혹은 부유)의 이미지는 그가 여러 나라를 여행하던 때의 기억과 맞물린다. '캥거루와 큰 왕자'라는 제목의 그림을 통해서는 외로웠던 사춘기의 정서도 확인할 수 있다. 캥거루가 가리키는 곳이 호주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차 작가는 중학교 졸업 후 2년간 호주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어쩌면 그가 그리고 있는 어린왕자는 힘겨웠던 자신의 유년 시절에 대한 오마주일지도 모르겠다.

'철새와 큰 왕자'라는 그림은 그가 호주와 프랑스, 미국 등으로 거주지를 옮겼던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그림 속 '큰 왕자'는 철새와 함께 우주로 날아가려 하지만 행성에 남은 강아지가 버티고 있다. 목줄을 붙잡은 큰 왕자는 정들었던 지구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눈치다.

미국 유학 당시 차 작가는 회화와 조각을 복수 전공했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남다른 노력의 산물이지만 그 이면에는 차 작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힘을 발휘했음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유명 어학원의 영어강사로 일하며 생계와 작업을 병행했다. 한때는 번역일까지 했을 정도니 그 성실함은 부인하기 어렵다.

쉬운 그림

그의 회화적 고민은 미국에서 대부분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변기를 가리켜 작품이라고 했던 마르셀 뒤샹의 철학이 차 작가의 작품 활동에 상당한 영감을 준 것으로 추측된다. 때문에 그의 그림은 고전적인 테크닉이 아닌 '무엇을 그릴 것인지'에 더 집중하고 있다. 과거 인터뷰에서 차 작가는 미술을 너무 어렵게 만들거나 특정한 격식을 차려야만 인정하는 분위기에 반감을 표했다.

그래서 차 작가는 노래방에서 탬버린을 흔드는 직장인을 그렸고, 삼겹살에 소주를 들이키는 젊은이를 회화로 표현했다. 풍속화로 수렴됐던 그의 작품세계는 다시 구상화로 방향을 틀었다. 지금껏 주변의 일상을 담았던 차 작가가 다음 전시에서 '무엇'을 그릴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angeli@ilyosisa.co.kr>

 

[차형록 작가는?]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드 회화·조각 복수전공
▲아들레이드, 샌프란시스코, 서울 등 개인전 14회
▲뉴욕, 오사카, 샌프란시스코, 서울 등 그룹전 다수
▲정상어학원 영어강사, 한국무역박람회 통역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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