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촉망받는 젊은 예술가 서양화가 이은경

2014.10.20 12:05:48 호수 0호

"왜곡된 인간관계 솔직하게 표현하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최근 개관한 키스갤러리가 젊은 작가 기획전 중 하나로 '이은경전'을 개최했다. 전시 제목은 부자연스러운 풍경. 유럽 유학 후 서울대에서 판화를 전공한 이은경 작가는 예술가로서의 정체성과 작품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으로 화랑의 주목을 받았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인간관계의 여러 모습들을 특유의 조형언어로 담았다. 피상적인 관계 맺음에 대한 작가만의 솔직한 표현법이 돋보였다.



지난 9일 서울 신사동에 있는 키스갤러리(구 갤러리192)에서 서양화가 이은경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키스갤러리가 젊은 작가 기획전 중 하나로 준비한 이번 전시는 '부자연스러운 풍경'이란 주제로 관객을 만났다. 이 작가의 작품은 서울 이태원에 있는 키스갤러리 2호에서도 지난 19일까지 전시됐다.

유학파 출신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다소 익살스럽거나 기형적으로 꾸며진 인물들을 그려냈다. 과장된 그림 속 인물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불편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시대상을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작가는 진솔함과는 거리가 먼 피상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혐오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익을 앞세운 인간관계에서 오는 씁쓸함이 그의 작품에 담겼다.

이 작가는 실제 인물들의 이름을 작품 제목으로 붙였다. '심재철' '정규현' 등 관객에는 그저 낯선 제목들의 그림이다. 각 그림들은 뚜렷이 분화한 구도와 기괴한 구성, 다층적인 색감으로 캔버스 안에 긴장을 일으켰다. '비몽사몽' '꿀렁꿀렁'과 같은 제목의 그림들도 형언할 수 없는 불편함을 안겼다.

작가의 의도는 이런 불편함 속에 녹아있다. 관객들 스스로가 사람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보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 작가는 자신의 작가노트에서 "무리지어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배척하는 행동을 자신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정당화하는 모순이 역겹다. 진정성 없는 가식과 가면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이 작가는 자신 또한 이런 사회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 온 사실을 인정한다. 아마도 이 작가는 이런 모순들을 참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나에게도 이유를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는 것이 함정이다"라고 했다.

'부자연스러운 풍경' 전시
과장된 인물·배경 묘사

이 작가는 어린 시절 빈번한 이주와 유학생활로 외로움을 느꼈다. 그때의 경험은 이 작가의 작품 활동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작가는 한때 사회에서 도태된 존재라는 생각으로 자책했다. 그러나 이 작가 말고도 많은 현대인들은 스스로를 탓하며 사회와 고립돼 있다.

때문에 이 작가는 세상을 '부자연스러운 풍경'을 하고 있다고 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형상과 색채를 쓴 것은 이 같은 주제의식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이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왜곡'을 꼽았다. 특유의 냉소적인 시각은 작가 본인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작가는 아프리카에서 한센병(문둥병)촌을 정기적으로 방문했다. 또 러시아에서는 시체해부실을 체험한 기억이 있다. 겉으로는 무덤덤한 척했지만 인체가 왜곡되는 것을 지켜보며 그는 큰 슬픔에 빠졌다. 당시 상황을 메모한 일기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사회 다양한 층의 사람들이 맨몸으로 층층이 성별, 나이 구분 없이 포개져 있다. 이미 해부를 마친 사체들의 몸 안에는, 본래 제 위치를 찾지 못한 장기들이 마구잡이로 쓸어 담겨져 있고, 그들은 방 한 모퉁이에 산처럼 쌓아 올려 탑을 형성하고 있다. 한 인간의 존엄성 또는 생과 사에 대한 철학적 사색이나 고찰 따위는 여기서 사치다. 우린 눈앞의 고깃덩어리를 해치우는 데 급급했다."

해부실 체험

이 작가는 인간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인간의 마지막 존엄이 훼손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한 투쟁의 기록이다. 작가는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어떤 부류의 인간이냐고.

 

<angeli@ilyosisa.co.kr>

 

[이은경 작가는?]


▲B.V 요한슨 상-뻬쩨르 부르그 국립아카데미 미술학교 졸업
▲서울대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 서울대학교 우석홀(2011)
▲단체전 - 박수근미술관(2010) Gallery Mesh(2012)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2013) OCI 미술관(2013) 겸재정선미술관(2014) 등 다수
▲한국판화국제레지던시 프로그램 제1기 입주작가(대전문화재단)
▲진주교육대 박물관 작품소장
▲진주교육대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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