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A사의 이상한 마케팅

2010.03.09 08:39:10 호수 0호

어설픈 손님 끌기…회장님만 좋아라

A사의 이상한 마케팅이 도마에 올랐다. 겉으론 그럴싸하다. A사는 잇따른 특유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경기가 밑바닥인 요즘 소비자들을 홀리는 재미를 보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A사의 마케팅 비밀을 들춰봤다.



다단계식 이벤트 구설…오너 책 판매 회사 앞장
‘재주는 곰이 부렸는데’ 사업자들만 부담 눈덩이

A사는 무서운 성장세로 프랜차이즈 다크호스로 떠오른 지 오래다. 가맹사업을 시작한 이래 꾸준히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업계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가맹점수도 급속히 늘어 전체 상위권에 올라있다.
A사의 급성장은 공격적인 마케팅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A사는 동종업체들과 차별화 한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해 ‘브랜드를 확실히 알린다’는 목표로 대대적인 광고 등 마케팅 공세를 펼쳐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A사는 2∼3년 전부터 새로운 고객 창출 전략에 따라 각종 마케팅을 전개해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마케팅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지난해 불황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오히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A사는 올해 들어서도 ‘공격 경영’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물론 광고, 판촉, 이벤트 등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각종 이색 마케팅들을 통해서다. 특히 거액을 들여 유명 연예인들을 광고 모델로 내세워 CF를 만든 뒤 공중파, 케이블방송, 신문 등 각 매체에 광고를 내보내는가 하면 TV 드라마의 PPL(제품간접광고) 협찬을 확대하는 등 브랜드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오너 개인일에 왜 회사가?


회사 측은 “투자 대비 효과가 높아 그만큼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사가 최근 진행한 이상한 마케팅이 도마에 올랐다. 우선 기존 소비자가 주변인들에게 A사 홍보 이메일을 보내면 추첨을 통해 푸짐한 선물을 주는 이벤트가 말썽이다. A사가 신규 고객 창출을 위해 소비자가 소비자를 낚는 방식을 동원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일종의 ‘다단계식 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사는 또 얼마 전 발간한 오너 자서전을 회사가 정한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입하는 모든 구매자에게 가맹점 이용권을 선물로 증정하는 이벤트도 벌였는데 이 역시 구설에 올랐다. 오너의 개인 일에 왜 회사가 나서냐는 것이다. 자서전 판매를 늘리기 위해 회사 차원의 이벤트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자서전의 할인가격은 1만800원이며 구매자에게 증정한 상품권의 액면가는 1만원이다. 사실상 책을 공짜로 나눠준 셈이다. 더욱이 이 책은 A사 오너가 과거 출간한 자서전과 내용이 거의 비슷해 제목만 바꾼 채 재탕, 삼탕 우려먹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A사는 전 임직원과 전국 가맹점에 ‘필독’지시까지 내렸다고 한다.

당연히 가맹점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 같은 이상한 이벤트들을 포함해 A사가 벌이는 각종 마케팅들이 고스란히 점주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A사는 2008년 당기순이익의 60%가 넘는 돈을 광고선전비로 지출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4배 증가한 금액으로 지난해 광고선전비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를 상회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맹점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그 부담을 가맹점들이 떠안아야 하는 이유에서다. A사는 계약 규정에 회사 브이미지 제고 및 매출 증대를 위한 전국 단위의 광고·판촉 활동에 필요한 비용은 사업자와 분담한다고 정했다.

1만원짜리에 1만원 상품

이에 따라 각 가맹점들은 A사 본사에 광고 분담금 명목으로 매년 일정 금액을 내고 있다. 광고·판촉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 나머지를 반환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거의 그런 일이 없다는 게 점주들의 이구동성이다.

한 점주는 “본사에서 광고 계획을 사전 통보하지만 본사의 마케팅 방침에 사업자 의무 참여로 정해 놓은 탓에 가맹점으로선 별다른 의견 없이 그냥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본사에서 마케팅 비용을 가맹점보다 더 많이 부담하고 있으나 어디 그 돈이 본사 돈이겠냐. 결국 가맹점에서 걷어 들인 돈”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점주는 “무차별적인 광고, 이벤트 남발은 곧 가맹점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본사에선 대대적인 홍보로 매출이 올랐다고 떠들지만 이는 가맹점이 늘어 본사가 거둬들이는 전체 수익일 뿐 실제 각각의 가맹점주들이 느끼는 실감지수는 그리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A사 측은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변인 추천 행사는 다단계식이 아닌 일시적인 기획성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오너의 자서전은 회사 얘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 개인 책보다 회사 홍보책자로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광고비 분담에 대해선 “관련법에 따라 대부분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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