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신사들

2010.03.02 14:38:04 호수 0호

지적 유희가 빛나는 역사모험소설


마이클 셰이본 저, 이은정 역 / 사피엔스21 펴냄 / 1만2500원



고전 모험소설의 뼈대에
현대적 감성 입힌 모험담

퓰리처상 수상 작가이자 현재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작가 중 한 명인 마이클 셰이본의 소설 <길 위의 신사들>이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출간 전 <뉴욕타임스>에 15주간 연재되며 독자들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주요 매체에서는 출간과 동시에 앞 다투어 리뷰를 실으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마이클 셰이본은 그동안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유로운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 소설에서는 ‘중세 아랍의 유대 왕국 하자르’라는 낯선 시공간을 배경으로 돈키호테와 산초 같은 엉뚱한 노상강도 콤비를 내세워 고전 모험소설의 전개를 충실하게 따라가는 한편, 작가 특유의 유머와 반전을 통해 현대적인 감각의 모험소설을 탄생시켰다.

젊고 깡마른 백인과 늙고 우람한 흑인이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주인공은 위기를 만날 때마다 날카로운 기지와 끈끈한 우정을 통해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며 이 새로운 모험소설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 책은 문학성을 바탕으로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한 최고의 모험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독자들의 관심을 다시금 모험소설이라는 장르로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마이클 셰이본이 25세에 발표한 첫 소설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에서부터 퓰리처상 수상작인 <캐벌리어와 클레이의 놀라운 모험>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작품에서 불완전한 미국의 자화상을 그려냈다.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좌절하고, 불행해하고, 상실감에 빠지고 도덕적 몰락을 경험하는 미국인이거나 미국에 동화된 이방인이다.

이러한 미국인들의 불안과 이룰 수 없는 그들만의 아메리칸 드림을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 코드를 통해 특유의 낯선 은유와 다채로운 묘사로 표현하는 작가가 마이클 셰이본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미국적인 작가라는 호칭을 얻으며 새로운 작품이 출간될 때마다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려왔다.

그런 그가 <길 위의 신사들>이라는, 그동안의 미국적 색채의 작품과는 다른 분위기의 모험 이야기를 쓴다고 했을 때 독자들과 주변 사람들은 그 선택에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셰이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모험소설에 담긴 인류의 보편적 정서에 주목하고, 그동안의 작품에서 꾸준히 드러내왔던 주제를 더 많은 독자들이 쉽고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모험소설이란 장르를 택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고는 그동안 모험 이야기에서 다루지 않았던 배경인 유대 왕국 하자르에 대한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길 위를 떠도는 두 사내의 모험담을 실제 중세 아랍의 황량한 길목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동감 있게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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