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감정·지각·행동 오락 등 ‘병원으로 뛰어’

2010.02.09 10:05:00 호수 0호

지시적 환청 등 이상증세 발견 즉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지시적 환청 및 망상 등 정신분열증이 직간접적으로 가족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으며 극단적인 경우 존속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이상이 감지되면 지체말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전체 살인사건에서 존속살인 비율은 미국 2%, 영국 1%, 프랑스 2.8%인 반면 국내의 경우 연평균 50건 내외의 약 5% 전후로 외국에 비해 높은 편에 해당한다.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09년 6월까지 총 18개월 동안 발생된 전체 살인사건을 대상으로 존속살인 사건을 조사, 분석한 결과 존속살인의 45.8%가 정신분열증 병력이 있는 자녀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8년에는 존속살인 중 55.0%가 정신분열증 환자로 드러났다.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신경 전달 물질 차원에서의 원인, 유전적인 원인, 면역학적 원인, 신경 발달적 원인, 심리적 원인, 사회적 원인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보여진다.
이중에서 현재까지 정확히 밝혀진 것은 신경전달 물질의 이상이다. 정신분열병을 앓게 되면 뇌에서 생각, 감정, 지각, 행동 등을 조절하는 신경전달 물질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지시적 환청 vs 피해망상

지시적 환청의 경우 누군가 욕하는 소리나 명령을 하는 소리, 자기 생각이 소리로 들리는 환청이 가장 흔하다.
존속살인의 경우 부모를 살해하라는 지시적 환청이나 부모가 괴물과 같은 다른 형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망상성 정신분열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특히 지시적 환청과 피해망상이 심한 경우 존속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강원지방경찰청 정성국 검시관은 “국내 존속살인을 분석해본 결과 존속살해범은 30대가 가장 많았고 대부분 아들(90.3%)이 범행, 딸(9.7%)이었으며 부모 중 어머니 살해(58.3%)가 아버지 살해(30.6%)에 약 2배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검시관은 “부모의 연령대는 70대가 가장 높았으며 존속살인 피살자의 75%가 60대 이상 고령으로 대부분 노부모였는데 이는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피의자인 자녀를 양육한 책임이 더 크고 아버지보다 상대적으로 신체가 약하며 피의자들과 보낸 시간이 많아 망상이나 분노의 대상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반살인 사건에 비해 존속살인에서 피의자가 정신분열증 병력이 있는 경우가 약 40배가 더 높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정신분열증 환자의 경우 병이 만성화가 되면서 가족관계가 악화되고 신체적으로 약해져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고 망상의 증상이 나타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존속살인에서 대부분의 피해자인 부모의 손상부위가 눈을 중심으로 한 얼굴, 목, 머리에 집중됐으며 이는 서양과 달리 한 집안에서 생활하는 가족들이 극도로 표출하는 분노의 대상이자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박두흠 교수는 “지시적 환청이 심할 경우 두 사람 이상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경우도 있고 약을 먹지 마라는 둥 건물에서 뛰어내리라는 둥 지시하는 자해 환청도 있고 타해 환청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피해망상은 자신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에 떨며 도망가는 쪽에 서 있다가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공격적인 성향이 유발되는 양상을 띤다.
이어 박 교수는 “지시적 환청이나 가족뿐 아니라 피해망상 둘 다 위험할 수 있는데 가족 중 누군가가 이상증세를 호소하면 발견 즉시 병원에 와서 전문의의 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정신분열이 오면 충동조절에 문제가 생겨 조절이 잘 안되기 때문에 정신분열증에다 충동조절 문제까지 겹치면 더 위험해질 수 있어 입원을 요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신분열증은 불치병이 아니므로 무엇보다 조기진단과 꾸준한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정신분열증은 제대로 치료를 받으면 1/4은 거의 회복되며 1/2은 어느 정도로 회복되고 나머지 1/4은 지속적인 치료와 돌봄이 필요하다.

조기진단과 꾸준한 치료 중요

최근 효과적인 약물들이 개발되고 있어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병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정신분열병 증상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되도록 빨리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해 치료를 받는 게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정신분열증을 치료하는데 있어 약물치료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비정상적인 활성에 대한 약물치료를 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증상이 위험할 수 있고 심하기 때문에 입원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조현상 교수는 “정신분열증 환자는 병의 특징상 마음상태가 매우 유동적이어서 치료를 권해도 응하지 않거나 거부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환자를 잘 치료하기 위해 의사-환자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환자의 증상과 체질에 맞는 약을 선택하되 부작용이 적으면서 비용이 적절한 약을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약물치료 외에 약해진 자아기능을 회복시켜주는 지지적 정신치료 및 정상적인 사회생활로의 복구를 돕는 재활치료도 있다. 더불어 가족의 역할로서 일상생활관리가 포함된다.

정신분열병 환자의 가족은 마치 자신들로 인해 병에 걸린 것처럼 죄책감과 수치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연유로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발병사실을 숨기게 하는데 환자가 사회에 조기복귀하려면 보조치료자로서 가족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환자의 재발을 막고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고 정신분열병의 재발 징후를 조기파악하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기술과 노력이 필요하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민성길 교수는 “환자뿐 아니라 가족의 협조도 잘 얻어내야 한다”며 “치료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발방지를 위해 환자의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 교수는 “최근 약리학이 많이 발전해 효과는 좋고 부작용은 적은 새로운 약물이 속속 개발돼 정신분열증 치료에 희망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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