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풍경을 담는 서양화가 김지선

2014.07.07 13:02:36 호수 0호

"아무도 몰랐던 신비한 자연을 그려요"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서 열린 서양화가 김지선 작가의 개인전이 마무리됐다. '풍경 속 게으른 쾌락'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연 김 작가는 추상화에 가까운 이색적인 풍경화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갤러리 도스의 큐레이터 윤채원씨가 쓴 소개글을 토대로 김 작가의 작품 세계를 정리했다.



얼마 전 '풍경 속 게으른 쾌락'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열었던 김지선 작가.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작업노트 첫 문단에 다음과 같이 썼다. “도시의 '떠들썩한 세상'의 차량들 한가운데서 마음이 헛헛해지거나 수심에 잠기게 될 때, 우리 역시 자연을 여행할 때 만났던 이미지들, 냇가의 나무들이나 호숫가에 펼쳐진 수선화들에 의지하며, 그 덕분에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의 힘들을 약간은 무디게 할 수 있다."

관객들을 인도

김 작가 쓴 문구는 알랭 드 보통의 유명 에세이 <여행의 기술> 중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김 작가는 여행을 주제로 추상화에 가까운 풍경화를 선보였다. 알랭 드 보통이 화려한 글솜씨로 사람들의 '심리적 공간'을 자연으로 옮겼다면 김 작가는 이색적인 풍경들을 펼치며 관객들을 도심 밖 자연으로 인도했다. 그는 평소 '사람들이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 자연의 공간 속에서 안식받기를 원하고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작가의 풍경화는 현실이 거세된 세계가 특징이다. 김 작가의 작품 안에는 생명을 상징하는 어떠한 이미지도 없다. 관객 입장에서는 감상자인 나와 그림만 마주한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때문에 그의 그림은 일상이 단절된 낯선 풍경을 의미한다. 

관객들은 그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여행지에 홀로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김 작가는 여행을 테마로 한 예능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를 예로 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직접 여행할 여유와 시간이 없기 때문에 여행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TV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추상화에 가까운 풍경화…초현실적 자연 묘사
원색 어우러진 평면적 구성 우연적 효과 특징

김 작가가 완성한 평면 속 자연은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세상을 보여준다. 김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새로운 '자연 공간'을 만들었다고 했다. 연두빛 실록과 새파란 빙하가 한 화면에 배치되는가 하면 그림 속 호수의 색깔은 핑크빛으로 초현실적인 신비감을 준다. 또 그랜드캐니언을 연상시키는 협곡 밑에는 푸른 바다가 있다. 천국도 지옥도 아닌 '연옥'을 연상시키는데 관객들은 현실로부터 벗어나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사실 김 작가의 그림은 그리 친절한 성격의 회화가 아니다. 인지 가능한 형태에서 벗어난 풍경도 꽤 있다. 김 작가 스스로도 '회화의 표면'에 집착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그는 다채로운 색과 흘러내리는 물감의 물성 등을 활용해 관객의 호기심을 건드렸다.

얼핏 익숙한 공간을 채워 넣고, 뒤틀린 구성에서 관객 스스로가 시각적 즐거움을 찾는 구조다. 대학원 졸업 후 추상화와 풍경화 작업을 병행하며 두 장르의 공존을 모색했던 작가 자신의 문제의식이 좀 더 구체화된 모습이기도 하다.

원색이 어우러진 평면적 구성, 왜곡된 조형 형태, 우연적인 효과를 의도한 터치 등은 기존 풍경화와 김 작가의 작품을 구별 짓게 한다. 작품명을 보고 나서야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림도 있는데 이는 작가 본인이 처음부터 의도한 결과로 풀이된다. 풍경이나 추상 혹은 사실과 환상, 어느 경계에도 속해 있지 않은 모호함은 그의 작업적 지향이 '감정'에 있음을 드러낸다. 과거 그의 작품 중에선 회화가 아닌 '사진'도 있는데 차분한 감성이 작품 전반을 아우르고 있어 지금의 작업과 대비된다.

자연을 소재로

김 작가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공간에 머무르는 것만으로 휴식이 된다고 믿는다. 현실을 잠시 잊는 것만으로 내면의 여유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김 작가는 본인이 여행을 좋아할 뿐더러 여행지에서 느낀 기분을 보다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자 했다.

그래서 김 작가의 풍경은 자신만을 위해 구체화되지 않았다. 덕분에 확장성도 갖게 됐다. 가끔은 김 작가가 만든 상상의 자연 속에서 고독을 음미하는 것도 좋겠다.

 

<angeli@ilyosisa.co.kr>

 

[김지선 작가는?]


▲영국 Slade School of Fine Art BA & MFA
▲1회 개인전 ‘봄, 여름, 그리고 겨울’(2011·중아갤러리)
▲2회 개인전 ‘풍경 속 게으른 쾌락’(2014·갤러리도스)
▲그룹전 ‘The Slade’(2010·런던), ‘Rainbow Project’(2011·서울), ‘차이의 공간 Part1. 사유와 표상의 간극’(2012·서울), ‘Homo Utopicus’(2013·런던)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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