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출신인사' 정치권 성적표

2014.06.16 10:38:07 호수 0호

시민운동 트로이카 '대업 이룰까'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이번 6·4 지방선거 최대 화두는 진보 교육감의 선전이다. 그 중심엔 참여연대 출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있다. 조 교육감은 앞서 정치권에 발을 들인 박원순 서울시장, 김기식 의원 등과 함께 이른바 '참여연대 트로이카'로 불린다. 시민운동 1세대가 또 다시 제도권에 유입되면서 그 결과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박 시장과 김 의원이 먼저 '정치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가운데 조 교육감마저 성공을 거둔다면 정가 안팎에는 이른바 '시민운동가 대망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1990년대 초반 이른바 '단무지(단순·무식·과격) 운동권'으로 불리던 한 사내가 있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강성 활동가였다. 부지런히 현장을 누비고 여기저기 치고받았다. 몇 번은 승리를 거뒀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정권차원의 강력한 보복이 뒤따랐다. 이 과정에서 그는 투옥돼 고문을 당했다.

시민단체 전성시대

마침내 이 사내는 노동운동만이 아닌 '이기는 운동', '생활 속의 운동'이란 새로운 노선을 탐색했다. '참여 민주를 위한 사회인 연합'을 결성한 그는 무작정 박원순 변호사와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를 찾아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들은 서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생면부지였던 세 사람은 한마음으로 의기투합했다. 1994년 9월 참여연대는 이렇게 탄생했다.

앞서 박원순·조희연과 의기투합한 사내는 바로 새정치민주연합의 김기식 의원이다. 김 의원은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후 어느덧 당내 비중 있는 인사가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 좋은 미래'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 의원은 내년 3월 당권교체를 추진할 것임을 밝히며 또 한 번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원순 선거캠프에 합류해 전략기획담당 특보를 맡았던 김 의원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선을 지켜봤다. 정가 안팎에선 박 시장의 '개인기'로 당선됐다는 평이 지배적인 가운데 김 의원은 지난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당의 후보와 정당의 지지도 간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하는 것은 현재 당이 그 리더십 측면에서 대중의 관점으로 봤을 때 한계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김 의원이 단서로 달았던 리더십의 변화와 교체, 박 시장의 압도적 득표율과 역전 드라마를 써 올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저력 등은 제도권에 진출한 참여연대 출신 그룹에 눈길이 쏠리게 만든다.

참여연대는 창립 후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운동을 전개하며 한국의 대표적 시민단체로 자리매김했다. 일부 보수단체에서는 색깔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현재로서 참여연대가 가장 영향력 있는 시민단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대체로 정부와 각을 세웠던 참여연대의 행보는 권력의 감시자라는 측면에서 유효했다.

그런데 제도권 밖에 머물던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은 박 시장의 당선을 전후로 대거 정치권에 유입됐다. 실제 역대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면면을 보면 절반 이상이 정치권에 몸담았거나 몸담고 있다.

박원순·김기식 이어 조희연도 입문
대체로 무난 평가…색깔론 극복 관건

참여연대의 얼굴격인 박 시장과 김 의원은 2∼3년 전 각각 행정과 의회제도로 편입됐다. 초대 사무처장인 조 교육감은 이번 선거를 통해 공직사회 전면에 등장했다. 김민영 전 사무처장의 경우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이목을 끌었다. 김 전 처장은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2007년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광우병 촛불시위 등을 주도하며 정부와 맞섰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 역시 협동사무처장을 지냈다.

그렇다면 감시자였던 이들이 감시를 받는 제도권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여러가지가 꼽힌다. 그중 참여연대에 대한 지난 정권의 탄압은 각 사무처장의 정계입문을 재촉했다는 평가다.

참여연대는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정국 당시 사무실 압수수색과 활동가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때문에 기존 방식의 외부 활동이 위축됐고, 어쩔 수 없이 활동반경을 넓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참여연대 출신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 직전 "참여연대는 종합적인 시민운동을 하는 곳으로 '준정당'의 기능을 한다"면서 "이런 단체에서 실무를 총괄한 경험은 정치권에 큰 매력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실 정치의 무능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보수정당의 득세와 제1야당의 우경화는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거부감을 일으켰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시민운동 그룹의 수혈이 이뤄졌다는 해석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한 보좌관은 "(대선을 앞두고) 아무래도 야당이 가진 선명성을 부각시키려면 젊거나 개혁적인 인사를 영입해야 했는데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은 두 가지 조건 모두에 부합했다"며 "조심스럽긴 하지만 활동가 그룹도 거리에 오래 있다 보니 제도 안으로 들어와 큰 폭의 변화를 스스로 매듭짓고자 하는 어떤 갈증을 느끼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들이 소속된 정당이 특정 정치세력에 편중돼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지만 대체적인 여론은 우호적이다.

먼저 시민운동 그룹 1세대인 박 시장은 중간평가 성격인 이번 선거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잠재적 대권후보인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큰 표 차로 눌러 일약 여야를 아우르는 유력 '차기 대통령'으로 부상했다.

무엇보다 여당세가 강한 강남 3구에서도 정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을 벌여 전망을 더욱 밝게 했다. 시민운동을 하며 얻은 풍부한 정무적 경험에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에는 정세를 읽는 감각까지 더해졌다는 평이다.

김 의원 역시 활발한 의정 활동으로 원내에 안정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김 의원은 높은 본회의 출석률(2012·2014년 현재 100%)과 모범적인 입법활동(대표발의 24건)으로 안팎의 호평을 듣고 있다. 또 그는 지난해 NGO 모니터단 선정 국정감사 우수국회의원에 꼽히기도 했다.

정치권 러쉬

이처럼 박 시장과 김 의원이 나란히 '정치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하면서 자연스레 조 교육감의 제도권 적응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조 교육감마저 본인이 약속했던 교육개혁에 성공한다면 정가 안팎에는 '시민운동가 대망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다만 '전교조 논란' 등을 포함한 색깔론은 조 교육감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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