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낯섦 즐기는 서양화가 김상현

2014.06.16 09:54:43 호수 0호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을 그립니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김상현 작가는 평생 외국을 다녀온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그림에는 이국적인 색채와 상징들이 가득하다. 현실과 꿈의 경계선에 서있는 그림들. 하얀 빙하 위에 불안한 듯 질주를 멈춘 말이 그러하고, 이슬람사원 위에 떠 있는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그러하다. 10여년 전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 이태원에 자리 잡은 김 작가는 본인을 둘러싼 주변의 '낯섦'을 예술로 전이했다. 완숙한 표현기법으로 주목받는 김 작가를 <일요시사>가 만났다.



김상현 작가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대학교를 졸업한 후 학원 강사로 활동했다. 김 작가는 창작자라면 누구나 겪는 갈림길에서 원치 않는 현실을 택했다. 개인적인 부침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작가에게는 표현에 대한 가시지 않는 갈망이 있었다. 김 작가는 이상을 좇아 다시 예술가의 길로 돌아왔다.

예술가의 길

"방황했던 시기인 것 같아요. 작가들은 현실적인 부분에서 많이 흔들리잖아요. 돈만 벌어야 하는 현실이 결코 행복하지 않았어요. 늘 전업작가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요. 비록 뒤늦게라도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돼서 참 행복합니다."

김 작가는 서울 이태원에 있는 이슬람사원 인근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불야성을 머금은 화려한 도시 이태원. 그 한켠에 공존하는 옛것 그대로의 감성은 김 작가의 붓에 오롯이 스몄다.

"작품 쪽으로 머리 쓰는 걸 좋아해요. 반면 미술사라든가 공부 쪽에 취미가 있는 건 아니고요. 그래서 우리끼리 만나면 경험주의를 한다고 농을 하는데요. 아카데믹 과정에서는 주로 개념 작업을 했어요. 한국 근현대사를 모티브로 한 설치미술이었죠.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점차 표현 쪽으로 욕심이 나더라고요. 극사실까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주의에 바탕을 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주의 바탕으로 풍경과 동물 접목 
이국적 색채·상징…완숙한 표현기법

김 작가는 자신의 작업적 특성을 소개하면서 '면을 많이 쪼개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한 화면 안에 수많은 공간을 있는 그대로 쌓아올린 그의 그림은 일반 관객이 보기에도 상당히 사실적이다.

"작가들이 고민하는 게 바로 객관성인데요. 그래서인지 쉽게 볼 수 있는 그림이 관객들과 더 소통이 잘 되는 기분도 들고 그래요. 최근 제 작업을 보면 이태원 도심에서 유명 건축물, 빙하를 위시한 자연에 이르기까지 풍경의 영역을 점차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림으로 풀어내고 싶었던 건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에 대한 얘기였죠."

김 작가의 작업노트를 빌리면 가장 생명력 넘치는 것은 가장 야성적이다. 철학가가 적은 한 문장에서 시작된 고민은 '야성의 근원은 무엇인가'로 옮겨졌다. 김 작가는 야성을 인간 본연의 자유 내지는 순수함으로 봤다.

다양한 계층이 뒤섞인 이태원, 그리고 야성에 가장 근접한 이미지로 차용된 말. 서로 다른 상징은 한 화면에 섞여 또 다른 낯섦을 만든다. 김 작가는 작품 속 말이 "현실과 사회질서에 길들여져 야성을 잃고 사는 나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낯선 풍경

"당분간은 작품 속에 여러 종류의 말을 등장시킬까 해요. 어찌 보면 제 스스로 가둬놨던 야성을 말을 통해 표출하는 것일지도 모르죠. 1년에 한 번은 전시를 하는 것이 목표인데요. 현재로선 즐기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미술은 결국 비주얼인 만큼 좋은 그림으로 우리가 쉽게 놓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angeli@ilyosisa.co.kr>

 

<김상현 작가는?>

▲경희대학교 졸업 동대학원 회화과 수료
▲2014 단원미술대전 입상전 등 그룹전 다수
▲2013 경민현대미술관 입주작가
▲2014 개인전 낯선풍경(갤러리192,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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