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죽음의 꽃뱀’ 미스터리

2010.01.19 10:05:00 호수 0호

심증은 있는데 물증 시원찮아서…

‘죽음의 꽃뱀’이란 이름으로 일본 열도를 달궜던 사건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의문사로 사망한 4명의 남성이 모두 같은 여성과 교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그 여성이 유력한 살해용의자로 지목받았지만 증거를 잡지 못해 해결되지 못한 사건이다. 그런데 최근 또 다른 남성의 죽음에 이 여성이 관여했다는 진술이 확보되면서 일본은 또 한 번 들끓고 있다. 경찰은 이번엔 반드시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물증 없어 살인혐의 못 밝힌 ‘日 꽃뱀’ 6번째 체포
교제한 남성 중 다섯 번째 사망자 나타나 관심집중


난해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죽음의 꽃뱀’ 사건이 또다시 일본을 달구고 있다. 사건의 주인공 기지마 나가에(35·木嶋佳苗)씨가 한 남성의 죽음에 관여했다는 동거남의 진술이 나오면서부터다.
일본을 떠들썩하게 만든 죽음의 꽃뱀 사건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해 10월이었다. 일본 언론이 혼인빙자 사기 혐의로 사이타마현 경찰에 의해 체포된 기지마씨가 최근 사망한 남성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하면서부터다.

사기는 쳤지만 살인은…



당시 기지마씨는 2008년 8월부터 인터넷 결혼중매사이트에서 만난 40~50대 남성 회원 2명에게 접근해 “학비가 미납돼 졸업할 수 없다. 졸업하게 해준다면 당신과 결혼하겠다”는 거짓말을 하고 돈을 뜯은 혐의로 체포됐다.
일본 내에서 인기 블로거이기도 했던 기지마씨는 결혼중매사이트에서 남성을 물색한 뒤 블로그를 통해 남성들을 유혹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블로그에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다는 값비싼 자동차와 최고급 호텔의 방 내부, 각종 명품 사진들을 올려 자신을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으로 꾸며왔다. 이에 남성들은 더욱 호감을 느껴 그녀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남성들을 유혹한 기지마씨는 8명의 남성으로부터 총 9500만엔(약 11억5000만원)을 뜯어냈다.

그런데 경찰조사 결과 기지마씨의 혐의는 사기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8월5일 숨진 한 노총각이 기지마씨와 사귄 뒤 약혼을 약속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또 다른 국면으로 치달았다.
일본 사이타마현 후지미시에 살던 오이데 요시유키(당시 41세)가 비운의 주인공이다. 오이데씨는 약혼녀와 새 출발을 하겠다는 일기를 블로그에 올린 다음 날 사이타마현의 한 주차장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당시 그가 타고 있던 렌터카는 연탄가스로 가득 차 있었다. 언뜻 보면 자살로 보이는 사망사고였지만 가족들은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전날 약혼녀와 새 출발을 하겠다고 일기를 쓴 사람이 자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
결국 사이타마 경찰은 약혼녀 기지마씨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기지마씨는 오이데씨가 죽기 전 그의 은행계좌에서 470만엔(약 6000만원)을 인출한 사실도 밝혀졌다. 그러나 기지마씨는 경찰조사에서 살인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전문학교에 다니기 위해 약혼자에게 학비를 빌리긴 했지만 절대 죽인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 역시 살인 혐의를 입증할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해 살인 혐의는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경찰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최근 3년간 기지마씨와 교제했던 남성 중 4명이 의문사로 사망한 사실이다.
오이데씨뿐만 아니라 기지마씨와 사귀던 치바의 한 80대 남성이 지난해 5월 숨졌다. 당시 이 남성은 자택 화재로 사망했다. 그런데 화재가 발생한 날 기지마씨가 이 남성의 현금 카드에서 약 180만엔을 인출한 사실이 밝혀졌다. 사망 현장에는 오이데씨의 차에서도 발견된 연탄이 발견됐다.

지난해 1월에는 도쿄에서 한 50대 남성이 연탄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는데 이 남성 역시 기지마씨에게 1700만엔을 보낸 사실이 밝혀졌다. 또 지난 2007년 사망한 한 70대 남성도 수천만엔을 기지마씨에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숨진 남성 네 명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숨지기 전 기지마씨와 교제를 한 뒤 돈을 보냈고 연탄가스로 인해 사망한데다 시신에서 모두 같은 성분의 수면제가 검출된 점이었다.

기지마씨가 연탄과 수면제를 산 정황도 포착됐다. 이에 경찰은 기지마씨가 남성들에게 결혼을 빙자해 돈을 뜯은 뒤 살해한 것으로 보고 살인 및 사기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는 동안 기지마씨는 스타 아닌 스타가 돼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실제 사진이 한 주간지에 보도되면서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흔히 꽃뱀이라고 하면 상상하게 되는 외모와는 동떨어진 외모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단한 미인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기지마씨는 뚱뚱한 몸매에 평범한 얼굴을 가진 여성으로 밝혀졌다. 사진을 본 많은 일본 네티즌들은 “어떻게 저런 평범한 외모로 수많은 남성을 유혹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여러 가지로 화제가 됐던 죽음의 꽃뱀. 그러나 경찰은 살인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 수면제나 연탄을 샀다는 증거로는 살인혐의를 포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은 구속기간이 끝나면 새로운 사기혐의를 추가해 다시 체포하는 일을 반복해 왔다.

이번에도 빠져나가나?

그리고 지난 11일 기지마씨는 도쿄에서 6번째로 체포됐다. 한 남성의 죽음에 기지마씨가 연관 됐을 거라는 동거남의 진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지마씨와 동거했던 한 남성이 경찰조사에서 ‘지난해 10월 돗토리현 하천에서 사체로 발견된 57세 남성의 죽음에 기지마가 관여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몇 달간 지지부진한 수사를 벌여 망신을 당한 일본 경찰은 확실히 살해 혐의를 입증할 것이란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기지마씨는 여전히 강력히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이렇다 할 증거를 잡지 못해 ‘죽음의 꽃뱀’ 사건은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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