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현역 국회의원 '윤장현 지지' 미스터리

2014.05.01 10:45:24 호수 0호

심판 보라고 했더니만 특정선수에 '몰빵'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야권의 심장이자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광역시에서 다소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공천관리를 맡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 5명이 난데없이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고 나선 것이다. 누구보다 중립을 지켜야 할 공천관리위원들의 특정후보 공개 지지는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 광주시당에선 지난달 24일 당원 수백 명이 몰려와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날 강기정·임내현·장병완 의원 등이 공천관리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시당 사무실에 들어서자 미리 대기해 있던 특정후보 지지자와 당원 등이 회의장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아선 것이다.

야권의 심장

당원들은 강 의원 등이 특정후보를 지지했으니 공천관리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들의 공천관리위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강 의원 등은 항의하는 당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간신히 회의에 참석했고, 사무실에 난입한 당원들을 막기 위해 경찰까지 동원됐다.

야권의 심장이자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13일 다소 황당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새민련 소속 광주지역 국회의원 5명은 이날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강기정·김동철·박혜자·임내현·장병완 등 광주지역 의원 5명은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윤 후보는) 명망이나 경력이 화려하지 않지만 지역주민을 위해서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일할 능력과 의지를 가지신 분"이라며 "새정치를 완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윤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현재 광주의 국회의원은 모두 8명이다. 이 가운데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을 제외하면 새민련 소속 의원은 모두 7명이고, 여기서 경선 출마 당사자인 이용섭 의원을 제외하면 새정치연합의 광주지역 국회의원 가운데 박주선 의원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윤장현 후보 지지를 선언한 셈이다.

이들 5명은 모두 공천관리위원직을 맡고 있다. 누구보다 중립을 지켜야 할 공천관리위원들이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스포츠로 비유하면 심판이 특정선수에게 유리한 판정을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셈이 된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번 지지선언에 어떠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얼핏 보기엔 좀처럼 단서를 찾기가 어렵다. 일단 윤장현 후보의 경쟁자인 강운태 광주시장과 이용섭 후보는 이번 지지선언에 대해 지분 나누기를 위한 안철수 공동대표의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윤 후보는 안 대표의 최측근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대부분이 자신들과 같은 민주당 출신인 강운태 시장이나 이용섭 후보가 아닌 새정치연합 출신 인사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리한 지분 나누기? 이유 있는 '윤장현 집착'
중립 의무 내던지고 이례적 공개지지 선언 눈총

또 지지선언을 한 의원들의 계파 구성에서도 그 답을 찾기가 어렵다. 강기정, 임내현, 장병완 의원은 친노로 분류되고, 김동철 의원은 손학규계, 박혜자 의원은 김한길계로 분류된다. 정작 친안으로 분류되는 박주선 의원은 이번 지지선언에서 빠졌다.

게다가 설령 지분 나누기를 하려고 했다고 해도 너무 노골적이고 부적절한 방법 자체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좀 더 조용하게 처리하는 방법은 없었냐는 것이다.

해답은 현재 광주시장 선거판세에 있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강운태, 이용섭 후보는 30%대의 지지율을 보인 데 반해 윤 후보는 고작 15%대에 머물렀다. 광주지역 시민운동가 출신인 윤 후보는 인지도와 조직력 등에서 다른 후보들과 경쟁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략공천 외에는 윤 후보를 광주시장 후보로 공천할 방법이 없다. 결국 새민련 측이 윤 후보를 전략공천하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해 이 같은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민련은 왜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윤 후보를 광주시장 후보로 공천하려는 것일까? 우선 새민련의 광역단체장 후보를 전부 민주당계로 선출하게 되면 새민련은 '도로 민주당'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또 안철수 공동대표를 토사구팽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일 수 있다. 



만약 안철수 효과가 사라지면 전체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안 대표 측 인사가 최소한 한두 명은 새민련 광역단체장 후보로 선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인물들 중 안철수 사람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이석형 전남도지사 예비후보, 강봉균 전북도지사 예비후보, 김상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윤장현 광주시장 예비후보 등이다.

이중 이석형 후보와 강봉균 후보는 기존 민주당 사람이었고, 김상곤 후보는 공천된다 해도 본선 승리가 불투명하다. 결국 윤장현 카드만 남게 되는데 새정치를 상징하는 안철수라는 브랜드는 친노를 비롯한 구 민주계 인사들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계파를 초월해 힘을 모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역풍 불까?


한편 이들 의원 5명이 의견을 모으는 일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공천관리위원을 맡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공천 과정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나서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윤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의원은 강하게 반발하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동철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파장을 예상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파장을 예상했지만) 한 달 가까이 고민하고 고민해 상대 후보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이런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당 지도부가 이들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차기 공천 보장 등의 뭔가 파격적인 회유책을 썼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새정치를 표방하고 출범했지만 공천 과정에서 내홍을 겪으면서 새민련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가 광주시민들에게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 아니면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될 것인지는 이번 지방선거 전체를 아우를 변곡점이 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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