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③> 재계발 ‘2010 희망가’

2009.12.29 10:05:00 호수 0호

“경인년, 우리에겐 새로운 출발입니다”

정부, 올해 경제성장률 5% 내외 전망 “OECD 최고 수준”
경제기관들도 3.6∼5.5% 예상 … 기업들 안정궤도 재진입



찬바람만 쌩쌩 불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 서민들은 죽을 맛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불똥이 국내 실물경제로 옮겨 붙은 탓에 과거 IMF 시절보다 더 춥다는 게 국민들의 이구동성이다. 온 국민의 관심은 2010년 경제 전망에 쏠려 있다. 과연 한국경제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이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하기 위해 재계에서 답을 찾아봤다.

재계는 지난 연말 ‘보너스 잔치’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삼성그룹, 현대·기아차그룹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에 이어 중견·중소기업들도 두둑한 성과급을 지급했다.
지난해 내내 임금삭감, 희망퇴직, 유·무급휴직, 공장가동 중단 등 최소한 제2의 IMF 사태를 막기 위해 뼈를 깎고 눈물겨운 사투를 벌인 결과다. 2008년 말 터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지 1년 만에 안정궤도에 재진입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신수종 사업 육성 등
먹을거리 확보 총력

2010년 한국경제는 밝다. 각종 전망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2010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연간 5% 내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최고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4.6%, 한국개발연구원(KDI) 5.5%, 국제통화기금(IMF) 4.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4%, 삼상경제연구소 4.3%, 현대경제연구소 4.5%, LG경제연구소 4.6%, 산업연구원 4.0%, 한국경제연구원 3.6% 등 국내외 경제 예측기관들도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2010년 경인년을 맞아 다시 뛰고 있는 재계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주요 기업들은 이미 ‘2010년 경영 로드맵’을 마무리한 상태다. 재계 전체의 올해 화두는 ‘공격 경영’으로 압축된다. 대내외 환경이 아직 불안하지만 연구·개발(R&D) 등에 투자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삼성그룹은 최근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올해 공격경영 목표를 설정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LCD에 각각 5조5000억원과 3조원을 투자하는 등 총 8조5000억원 이상 쏟아 부을 예정이다.

현대·기아차그룹, LG그룹, SK그룹, 한화그룹, 롯데그룹, GS그룹 등 대부분의 대기업들도 ‘돌격 앞으로’를 선언했다. 이들 그룹은 지난해보다 늘어난 투자 계획대로 신수종 사업육성 등 미래 먹을거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은 이 같은 과감한 베팅을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IMF 때와 달리 자신감이 넘친다.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비전도 엿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주요 회원기업 17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0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결과 새해 경영계획 수립 방향에 대해 43.6%가 ‘확대경영’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현상유지’를 하겠다는 비율은 29.6%, ‘긴축경영’을 하겠다는 의견은 26.8%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조사에서 확대경영 9.8%, 긴축경영 67.1%로 응답했던 것과 대조되는 결과로 회복 조짐을 보이는 현 경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확대경영이라고 응답한 기업의 핵심키워드는 ‘신사업 진출’(28.6%), ‘해외시장 개척’(25.5%), ‘설비투자 확대’(19.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올해 투자에 대해선 51.6%가 ‘확대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대기업이 60%를 차지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발표도 다르지 않다. 대한상의가 최근 전국 1100여 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0년 설비투자계획’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올해 설비투자를 평균 6.4%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 확대 예정인 기업들은 ‘생산물량 확대 및 신제품 생산’(45.8%), ‘노후시설 개선’(25.5%), ‘신규산업 진출’(18.6%), ‘미래대비 선행투자’(8.8%)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대한상의 측은 “세계 금융위기 상황이 끝나가면서 기업들은 내년 경제를 비교적 밝게 보고 있다”며 “최근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내년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짐에 따라 그동안 크게 위축됐던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투자와 함께 채용에도 바짝 신경 쓰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일자리 창출에 발 벗고 나서기로 한 것.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매출액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10년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77개사)의 66.2%(51개사)가 ‘채용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밝힌 채용규모는 총 1만950명으로 지난해(1만365명)보다 5.6% 증가한 수치다.

아직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26.0%·20개사)들이 예년 수준으로 채용할 경우 채용인원은 1만2306명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감원 바람과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정책 등을 감안하면 그다지 나쁜 편이 아니라는 평가다.

커리어 측은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여파가 고용시장으로까지 이어지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하지만 지난해 동기간과 비교했을 때 올해 고용시장이 서서히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긍정적으로 지켜볼 만하다”고 전했다.



대기업 총수들도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총수들은 하나같이 국내외 ‘현장 경영’에서 해법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각 기업마다 고위경영진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오너의 적극적인 시장 공략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절반가량 ‘확대 경영’
작년보다 6.4% 늘린다

삼성그룹은 지난 연말 물갈이 인사를 통해 ‘최지성-이재용’체제를 갖췄다. 2인 체제로 꾸려진 새 수뇌부는 효율 강화와 스피드 극대화에 중점을 둔 현장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미국이 첫 공식 대외활동지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단독 대표이사에 오른 최지성 사장과 이건희 전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부사장 등 삼성그룹 경영진은 새해 초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를 방문해 ‘버즈 두바이’ 준공식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 가전쇼(CES) 2010’참석도 예정돼 있다. 두바이, 라스베이거스 출장엔 이건희 전 회장도 동행해 시선을 모았다.

현장경영의 대표주자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에 제3공장 건설을 선언했다. 인도 현대차 인도기술연구소 방문 후 한 달만의 해외 출장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유럽과 러시아, 미국, 브라질 등 주요 해외 생산 거점들을 방문해 현지 판매현황과 생산라인 등을 점검했다.

앞서 해외 지역 본부장들에게 “앉아서 전화로 대충 확인하려 들지 말고 주 4일 이상 현장에 뛰어가 눈으로 확인하라”고 지시한 정 회장은 올해도 국내외 사업 현장을 둘러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밖에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등도 직접 발로 뛰며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오너들의 적극적인 대외 행보에 노조까지 힘을 보태고 있다는 사실이다. 근로자들도 불황 탈출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노사가 상생하지 않으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 노사는 최근 노조 창립 이래 처음으로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상의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노조는 올해 단 한 차례의 파업도 하지 않아 지난 1994년 이후 15년 만에 무파업을 기록하게 된다. 또 1987년 노조 결성 이후 임단협 첫 무쟁의 합의기록도 세우게 된다.

강성노조의 대명사인 현대차 노조가 파업 없이 임단협에 잠정합의한 것은 아직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동반자 입장에서 이를 타개해야 한다는 사내 여론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의 무파업 임단협 타결은 다른 회사 노조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도 지난해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뤘다. LG전자는 1990년부터 20년째 단 한 번도 노조 파업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큰 폭의 실적개선을 이뤄내 임금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올해 역시 고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게 LG전자 노조의 생각이다.

KT 노사 역시 어려운 경영상황을 인식하고 범국가적 경제위기 극복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지난해 임금을 동결했다.


총수들, 대외 행보 분주
노사 상생 분위기 확산

대한항공 노조는 1999년 노조 설립 이후 최초로 자발적으로 임금 동결을 받아들였고 이 영향으로 아시아나항공 노조도 임금을 동결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 코오롱, 금호석유화학, 동국제강 등의 노조도 노사협력을 선언하고 임금 및 단체협약을 회사에 위임해 무분규 무파업 임단협 타결을 이뤘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사화합선언(무파업, 임금동결, 교섭위임 등) 사업장 수는 2007년 749개 사업장에서 2008년 2678개 사업장으로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급격한 증가 추세”라며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노사를 떠나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지 않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 그룹 한 임원은 “올해 국내 경제 전망이 밝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미리 대책을 세우는 등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 근로자들의 완전한 삼위일체만이 경제 환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금융·세제 지원 확대, 저금리 기조 등의 기업 지원 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기업은 정부의 요구대로 공격 경영을, 근로자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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